[논평] 한국판 핵융합 사업을 재검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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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한국판 핵융합 사업을 재검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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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논평]

비용은 4, 기간은 2배 이상

한국판 ITER’로 가는 7SEED 핵융합 사업을 재검증하라

 

대형 국책 과학사업에서 초기에는 비용과 기간을 낮게 제시해 시작한 뒤, 설계변경과 기술적 난제를 이유로 총사업비와 공기를 계속 늘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뒤에는 중단하면 지금까지 쓴 돈이 낭비된다는 매몰비용 논리로 추가 투자를 요구한다. 예산과 일정은 늘어나지만 책임 주체도, 중단 기준도 없다.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가 대표적이다. 한국의 처음 사업비는 7566억원, 사업기간은 2004년부터 2017년까지 13년이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 부담액은 29495억원으로 약 4배 증가했고 사업기간도 2034년까지 30으로 늘어났다. 2034년은 연구운전 시작 시점이며, 핵융합 운전은 2039년으로 연기됐다. 운영·방사능 감쇄·해체까지 고려하면 최종 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ITER는 플라스마에 50MW의 외부 가열출력을 투입해 500MW의 핵융합 열출력을 내는 플라스마 에너지증폭률 Q=10D-T 연소 플라스마라는 정량적 목표를 제시했다. 전기를 생산하지는 않지만 무엇을 입증하려는지는 분명하다. 그런데도 세계 최고 연구진이 참여한 ITER조차 비용과 일정을 통제하지 못했고, Q=10D-T 연소 플라스마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미 많은 돈을 투자했으니 발을 빼지 말고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과학적 타당성이 아니라 이미 지출한 비용이 계속투자의 근거가 된 것이다. 정부가 미래성장동력 ‘7SEED’에 포함한 핵융합 사업도 이러한 전철을 밟을 위험이 크다.

 

정부는 2035년까지 한국형 혁신 핵융합로를 건설해 2030년대 전력생산을 실증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약 12000억원 규모의 핵융합 거점기술 개발 및 전략 인프라 구축사업을 추진하면서 핵심 부품·장비 실증 인프라를 나주에 구축하려 한다.

 

그러나 혁신 핵융합로와 나주 실증 인프라는 동일한 시설이 아니다. 나주에 제시된 것은 D-T 핵융합로나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실증로가 아니라, 부품·소재·장비를 실제 적용 이전 단계에서 시험하는 연구 인프라다. 정부 공개자료에는 혁신 핵융합로의 입지와 크기, 열출력·전기출력, 에너지증폭률, 연료자급 성능과 건설비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나주 인프라의 정량적 연구목표도 공개자료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정부는 노심 플라스마 제어, 가열·전류구동, 초전도자석, 증식 블랑켓, 핵융합 소재, 혁신형 디버터, 연료주기를 핵심기술로 제시했다. 2025년 로드맵은 안전·인허가를 포함한 8대 기술, 2026년 예타사업은 7대 기술로 달리 설명하고 있어 사업범위부터 명확하지 않으며 이들은 연구범위이지 목표가 아니다.

 

나주 시설에는 자기장·운전시간, 가열출력과 효율, 디버터 허용 열유속, 소재 손상도, 삼중수소 증식률과 회수율 등 부품별 성공 기준이 필요하다. 혁신 핵융합로에는 플라스마 온도·밀도·지속시간, 핵융합 출력, 에너지증폭률과 순전력 생산량 등 합리적인 발전 실증의 판정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 기술 이름을 나열했다고 대규모 투자의 타당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지방정부와 일부 언론은 나주 시설을 인공태양이라 부르며 전력생산 실증, 10조원 경제효과와 1만개 일자리 창출로 홍보한다. 정부도 발전실증로와 나주 인프라를 하나의 ‘2030년대 전력생산청사진으로 제시해, 부품 시험시설이 발전 핵융합로인 것처럼 오인하게 한다.

 

사업비 설명도 불투명하다. 202512월 정부 로드맵과 관련 보도에서는 약 15000억원이 제시됐지만, 20261월 예타 대상사업은 약 12000억원으로 알려졌다. 두 금액의 산정 기준과 사업범위, 연구개발비·시설비·장비비의 구분 및 3000억 원 차이는 설명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사업의 순서다. 혁신 핵융합로의 설계와 출력, 연료주기, 입지와 총사업비가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그 부품을 시험한다는 명분으로 대규모 부지와 인프라부터 추진하고 있다. 나주시는 예타가 끝나기도 전에 103예정부지의 보상 절차에 착수했다. 무엇을 어느 수준까지 실증할지 정하기 전에 시설부터 짓는 전도된 구조.

 

과학시설은 먼저 과학적 질문과 정량적 목표를 정하고 시험방법과 기존 시설의 활용 가능성을 검토한 뒤 필요한 규모로 건설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연구목표가 시설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설 건설이 후속 연구와 투자를 끌고 갈 우려가 있다. 단계별 성과와 중단 기준이 없다면 기투입 비용과 기대가 다음 투자를 정당화한다. 결국 한국판 ITER’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과학기술 투자는 큰 건물과 첨단장비를 건설하거나 예산을 지역에 배분하는 사업이 아니다. 기존 지식의 한계를 넘는 발견과 독창적 설계·해석 능력, 검증된 데이터와 지식재산을 국가 자산으로 남기는 일이 중요하지 제조만 잘한다고 과학기술 선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핵융합 연구도, 호남에 대한 과학기술 투자도 반대하지 않는다. 지역에는 조감도와 단기 건설경기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연구역량과 독창적인 성과가 남아야 한다. 지역발전의 기대를 불확실한 사업의 정치적 잠금장치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국회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첫째, 사업비와 사업범위의 변경 내역을 공개하도록 해야 하고

둘째, 나주 인프라와 혁신 핵융합로의 관계 및 각각의 사업비·입지·일정·책임 주체를 구분하고

셋째, 기술별 정량 목표와 시험방법·성공 기준, 기존 시설과의 중복성을 검증해야 하며

넷째, 혁신 핵융합로와 상용로로 이어지는 전체 로드맵과 생애주기 총사업비 공개 필요

다섯째, 목표 미달, 비용·일정 초과 시 다음 단계 투자를 중단하는 ‘Hold Point’를 설정해야

여섯째, 토지보상, 시설 발주 전 연구목표와 투자 적정성은 독립전문가 검증이 필요하다.

 

ITER의 교훈은 많은 돈을 썼다고 계속 투자하라는 것이 아니다. 정량적 목표와 중단기준 없이 시작한 거대 사업은 시간이 갈수록 예산과 일정을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국회와 정부는 예산보다 과학적 목표와 성취를 우선하도록 7SEED 핵융합 사업을 전면 재검증해야 한다.

 

관련문의 ;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070-8746-9061, nsaf_e@daum.net)

 

2026917

 

 

책임과학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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