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가습기살균제 ‘국가배상’ 가동] “숨은 피해자 수두룩…
[가습기살균제 ‘국가배상’ 가동] “숨은 피해자 수두룩…
6개월 배상 신청은 면죄부”
경남신문 2026.10.15
경남 피해 인구 6만1602명 추산
신고율·피해 인정률 1%도 안 돼
시민단체, 기자회견서 대책 촉구
- 기사입력 : 2026-10-15 19:58:42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와 유족들은 ‘생존자’로 불린다. ‘공기 살인’이라 일컫는 참사로부터 살아남아 비극을 말하는 산증인들이다.
참사 발생이 세상에 알려진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상처는 지워지지 않고 있다.
◇호흡 도우려 튼 가습기가 아이를 숨지게 했다= 정일관(65·진주) 씨는 가습기살균제로 110일이 조금 넘었던 막내딸을 잃었다고 말했다. 살아 있었으면 올해로 27살이 됐을 아이다. 1999년 겨울, 정 씨는 갓 태어난 딸의 머리맡에 가습기를 틀어놨다. 당시 살았던 스티로폼 패널로 지어진 사택이 건조했던 탓이다. TV에서는 가습기살균제인 ‘옥시싹싹’의 광고가 나왔다.
그도 그것을 구매해 썼다.이듬해 3월, 갑작스럽게 막내딸이 호흡곤란을 겪었다. 병원으로 데려갔으나 입원 4일 만에 아이가 세상을 떠났다. 사망진단서상 병명은 ‘상세불명의 폐출혈’이었다.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것에 병원도 원인을 설명할 수 없었다. 가슴에 담아온 의문들은 10년이 지난 2011년, 가습기살균제 위험성이 발표되면서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정 씨는 “당시 4살, 6살이던 또 다른 자녀 또한 그 기간 원인 모를 천식과 폐렴, 기관지염을 달고 살아 병원을 수시로 다녀야 했다”며 “아팠던 아이들, 또 막내가 왜 그렇게 숨을 못 쉬고 가야 했는지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씨는 구제 대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병원 기록도 폐기되고 당시 사용했던 살균제 증거 또한 없어서다. 정 씨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다른 재난과 특성이 완전히 다르다. 장기간에 걸쳐 은밀하게 일어났고, 시간이 너무 지나 증거 자료가 미비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국가 주도 배상체계’를 발표한 계기로 한 번 더 구제의 문을 두드리기로 했다.
◇피해자 ‘깜깜이’인데 배상 신청은 6개월=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기준 경남지역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고자는 335명이며, 이 중 사망자는 87명(26%)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에 따라 피해자로 인정받은 인원은 254명이며, 이 중 사망자는 63명(24.8%)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전체 추산 피해자에 비해 실제 인정이 턱없이 적다는 점이다. 도내 가습기살균제 제품 사용자 수는 57만8324명, 건강 피해 추산 인구는 6만1602명에 달한다. 실제 피해 신고율은 전체 사용자의 0.06%, 피해 인정률은 건강 피해 인구의 0.5%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경남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는 15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참사 희생자들의 유품을 전시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를 통해 정부와 국회, 사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단체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장기간에 걸쳐 은밀히 발생해 여전히 숨은 피해자가 수두룩한데도, 개정 피해구제법의 배상 신청 기한을 2027년 4월 7일까지 6개월 한시법으로 제한한 것은 가해 기업에 면죄부를 주려는 처사”라며, 배상 신청 기한 제한 폐지와 피해구제법 재개정을 촉구했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피해 지원 신청은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 종합포털(healthrelief.or.kr)’에서 진행할 수 있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은 “가습기살균제 사용 후 건강 피해가 의심되거나 배상 신청 관련 자문이 필요한 도민은 마창진환경운동연합(☏055-273-9006)으로 연락해 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