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1일, 서영철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 대표가 6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서 대표는 옥시와 애경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뒤 호흡기 질환 등을 앓았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받았습니다. 산소발생기와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면서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피해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피해자들의 권리 회복을 요구해 왔습니다.
서 대표는 생전 자신이 숨지면 장례를 치르지 말고 광화문에서 피해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워달라는 뜻을 남겼습니다. 이후 피해자들은 광화문광장에서 농성을 시작했고, 국가의 공식 사과와 대통령 면담, 피해 인정 확대와 제대로 된 배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참사의 진상을 다시 살필 ‘2기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지고 있죠.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광화문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아직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을 다시 살피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2기 특별조사위원회 설치에는 기업의 제조 과정과 국가 책임이 상당 부분 밝혀졌다는 이유로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입장은 다릅니다. 참사 과정에서 10여 개 중앙부처가 연루됐음에도 책임지거나 처벌받은 공무원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입니다. 2011년 조사 당시 정부가 가해 기업에 결과를 미리 공유하고 발표를 미뤄 피해를 키운 점, 실제 피해자가 신고된 수치보다 10배 이상 많다는 점 역시 진상규명이 여전히 미완성임을 보여줍니다. 피해자들이 2기 특조위를 꾸려서라도 끝까지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하는 이유입니다.
오는 10월부터는 새로운 배상 제도가 시행될 예정입니다. 기업 간 자발적인 합의에 기대던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와 관련 사업자가 함께 책임지는 법정 배상 절차가 시작되는데요. 피해가 알려진 지 15년이 지난 만큼, 새 제도가 실제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배상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입니다.
가습기살균제는 2011년 판매가 중단됐습니다. 하지만 제품이 사라졌다고 참사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피해 규모조차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고, 책임 규명과 배상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도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남은 피해를 살피고 책임을 끝까지 묻기 위해, 나아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끝까지 묻고, 또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