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일보] 대구·경북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고 사망자 54명, 구제 미인정
9월 기준 신고자 669명 중 사망 169명…495명 피해 인정
환경단체, 배상 신청기한 제한 철폐·미신고 피해자 발굴 촉구
▲ 경북 가습기 살균제 피해규모 추산 인원.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올해 9월까지 대구·경북지역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신고한 사망자 3명 중 1명은 여전히 정부의 피해구제 인정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숨진 인원 169명 가운데 54명(약 32.0%)이 구제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개정 특별법이 시행됐으나 배상 신청기한이 6개월로 제한되면서 추산 피해 규모와 실제 신고 사이의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에 따르면, 올해 정부가 집계한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대구·경북지역 피해신고자는 지난달 기준 669명이다. 이 중 495명이 피해자로 인정받았고, 169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역별로 대구에서는 360명이 피해자로 신고했는데, 이는 대구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전체 추산 규모(42만3334명)의 0.09%에 불과하다.
경북의 피해 신고자는 전체 제품 노출 추산자(46만1946명)의 0.07%에 그친 309명으로 집계됐다.
피해 신고 이후에도 구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데에는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폐렴과 천식 등 일부 호흡기 질환은 대기오염이나 알레르기 유발 물질 등 다양한 요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어 가습기살균제 노출과의 연관성을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1990년대부터 유통된 특정 업체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사용하던 사람들의 폐에 심각한 피해를 입거나 사망한 사건이다.
▲ 대구 가습기 살균제 피해규모 추산 인원.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2011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로 제품과 폐 손상의 인과관계가 처음 확인됐고, 이후 제조·판매 기업의 안전성 검증 실패와 정부의 유해성 심사·관리 부실이 핵심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가습기살균제와 폐 손상 간의 인과관계가 확인된 지 13년 만에 국가 배상책임을 처음 확정했고, 이를 계기로 피해구제 제도는 국가와 기업이 함께 책임지는 배상 체계로 전환되는 방향으로 개편됐다.
이후 정부는 피해 인정 질환과 판정 기준 보완에 나섰다. 또 이재명 정부는 피해자 의견 수렴과 제도 개선 논의를 거쳐 지난해 12월 국가 주도의 배상체계로 전환하는 종합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달 8일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국가와 기업이 공동으로 책임지는 손해배상 체계가 마련됐다. 피해자가 별도로 소송하지 않고 배상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배상 신청은 내년 4월 7일까지 받는다. 국외 거주 등 특별한 사유로 기한 안에 신청하지 못한 경우에는 예외를 두고 있다.
이에 피해자와 환경단체들은 배상 신청기한을 6개월로 제한한 점을 두고 반발하고 있다. 피해자를 충분히 찾지 않은 채 신청을 마감하면 정부와 기업의 책임만 덜어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구·포항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환경단체는 특별법 시행 기간을 제한하지 않도록 법안을 개정하고, 대구·경북지역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적극 발굴·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옥시의 거라브제인 등 외국인 임직원들에 대한 수사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과 재발방지를 확인하는 청문회를 개최 등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