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원전 선발주 합법화는 대기업 특혜의 법제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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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원전 선발주 합법화는 대기업 특혜의 법제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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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공동성명]


원전 선발주 합법화는 대기업 특혜의 법제화다

원전감독법 개정은 선발주 허용이 아니라
억강부약에 맞는 설계·조달·하도급 책임구조 개혁부터 시작해야 한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의원은 원전 건설에 필요한 장기제작 기자재를 각종 인허 가 승인 절차와 관계없이 미리 선발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원전감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원자 로 용기 등 제작에 장기간이 필요한 주기기를 조기에 확보해 원전 건설 일정을 단축하고 산업 생태계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이다. 원전감독법의 개정은 필요하지만, 실효성 있는 방향으로 개정하도록 검토가 필요하다.


일단 현행법에도 원전 주기기의 선발주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 이번 개정의 실질적인 효과는 불가능했던 계약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논란이 된 인허가 이전의 수조 원대 계약에 법적 정당성과 면책 근거를 부여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 개선이 아니라 사업의 타당성과 안전 성이 확정되기도 전에 극소수 원전 대기업의 장기 일감을 법률로 보장하는 중대한 정책 변화다.


계약과 제작이 시작되면 사업을 취소하거나 안전심사 과정에서 설계를 변경할 때 막대한 위약금과 매몰비 용이 발생한다. 결국 “이미 수조 원을 투입했는데 이제 와서 중단할 수 있는가”는 압력이 전력수요 검증과 환경성 평가, 주민 의견수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건설허가 심사에까지 작용한다. 허가 전에 돈을 투입하 고 이를 이유로 허가를 압박하는 것은 절차 단축이 아니라 매몰비용을 이용한 정책 알박기다.


이번 법 개정은 자칫하면 공공자금에 의한 선발주가 원전산업의 불투명한 조달구조는 그대로 둔 채 기존 대기업의 특혜만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문제이다.


국내 원전사업에서는 공기업인 한수원이 사업주와 발주자를 맡고, 한전기술이 종합설계·계통설계·안전해석 을 담당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주기기 제작과 기자재 구매·조달을, 대형 건설회사는 시공을 맡는다. 일부 보조기기와 터빈계통 기기는 한수원이 직접 구매하는 한편, 실제 기자재 공급과 시공의 상당 부분은 두산 에너빌리티와 현대건설 등 원청 대기업에서 수많은 중소기업으로 재 하도급된다.


이 구조에서는 원전의 종합설계와 전체 안전성능을 책임지는 주체가 아닌 민간 대기업에 수조 원대의 구 매·하도급 권한이 집중된다. 원도급 대기업이 100원을 받았을 때 직접 수행한 업무에 얼마를 쓰고, 관리비 와 이윤으로 얼마를 남기며, 실제 제작과 시공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에는 얼마로 재하도급 발주했는지 국민 은 알기 어렵다. 하도급 단계와 협력업체 선정기준, 설계변경과 공정지연 비용이 중소기업에 전가되는지도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다.


이처럼 불투명한 구조에서는 원도급과 하도급 금액의 차이가 적정한 관리비와 이윤인지, 과도한 중간이윤 이나 부당한 자금으로 사용되는지 검증하기 어렵다. 비자금이나 불법 로비가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 만, 그러한 의혹을 확인하고 차단하기 어려운 구조적 사각지대인 것은 분명하다. 이 구조가 계속된다면 신 규원전이 객관적인 전력수요와 경제성보다 대기업의 일감과 원전산업계의 자금 수요에 의해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원전의 수요가 국민과 전력시장이 아니라 원전 발주로 발생하는 대 기업의 특수 자금에 기인해서는 안 된다.


민간 대기업은 막대한 공적자금을 집행하면서도 국정감사와 감사원의 직접 감사 대상이 아니다. 공기업과 의 계약관계를 통해 제한적으로 자료를 확인할 수 있을 뿐, 내부 원가와 이윤, 재하도급 및 협력업체 선정 과정을 공공기관과 같은 수준으로 감시하기 어렵다. 


이러한 불투명성이 곧 비리를 의미하지는 않겠으나, 과도한 중간이윤과 납품단가 후려치기, 특정 업체 몰아주기, 퇴직자 유착과 비자금 조성 가능성을 키우는 구조적 취약점으로 반드시 원전산업의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하는 구조개편 노력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한수원이 직접 구매에 깊이 개입하는 방식도 해법이 아니다. 사업주가 구매 당사자까지 되면 기자재 결함 이나 설계 불일치가 발생했을 때 관련 사업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워진다. 감독자와 구매행위자가 중첩되 면서 한수원은 독립적으로 계약책임을 추궁할 위치를 스스로 약화시킨다. 결국 공기업과 국민은 최종 위험 과 손실을 부담하고, 소수 대기업은 조달권과 하도급 관리이익을 확보하는 비대칭 구조가 만들어진다.


원전감독법은 원전 납품 비리를 막고 구매·계약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제정됐다. 그런데 조달· 하도급의 사각지대는 그대로 둔 채 선발주만 합법화한다면, 이 법은 비리 방지법에서 원전 대기업의 일감 보장법으로 변질될 수 있다. 이는 강자의 조달권과 이윤은 법으로 보호하면서 실제 제작을 담당하는 중소 기업의 적정 납품단가와 기술권리, 직접계약 기회는 외면하는 것이다. 대기업 특혜를 더욱 강화하는 것은 대통령이 강조해 온 ‘억강부약’의 정책 기조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따라서 공적자금의 집행을 민간 대기업에 맡길 것이 아니라 한전기술과 같은 EPC 공공기관이 중소 제작· 시공업체에 직접 발주하고 이를 종합 관리해야 한다. 한수원은 사업주로서 계약이행을 감독하고 문제가 발 생하면 최종 책임을 엄정하게 묻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에 정부와 국회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첫째, 선발주 합법화를 중심으로 한 원전감독법 개정 추진을 중단하고 원전 조달·하도급 구조에 대해 독립적으로 먼저 실태를 조사하고 원전산업의 합리적인 구조개편부터 모색하라.


○ 둘째, 원도급 대기업의 직접수행 비율과 단계별 하도급 금액, 관리비·이윤, 재하도급 구조와 협력업체 선정근거를 감독기관에 의무적으로 공개하라.


○ 셋째, 공공자금으로 시행하는 원전사업에 참여하는 민간기업에는 해당 계약 범위에서 국회·감사원·전문 감독기관의 자료제출 요구와 원가검증에 응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최종 하도급 단계까지 적용하라.


○ 넷째, 기술사양 작성자, 공급업체 선정자, 설계변경 승인자, 품질검사자와 최종 성능보증 책임자를 명확 히 해 설계책임과 구매권한이 분리되지 않도록 하라.


○ 다섯째, 전문 중소기업의 직접계약과 분리발주 기회를 확대하고 납품단가 연동, 부당특약 금지, 기술탈 취 방지와 적정이윤 보장을 법제화하라.


○ 여섯째, 불가피하게 선발주가 필요한 경우에도 전력수요·경제성·환경성·부지 적합성과 주요 안전쟁점에 대한 검토를 먼저 완료하고, 선발주 금액 상한과 계약내용 공개, 국회 보고, 사업 취소 시 책임 및 손실부 담 원칙을 법률에 직접 명시하라.


정부와 국회는 원전 대기업의 납기를 걱정하기 전에 국민의 돈이 누구에게 얼마씩 돌아가고, 부실과 사고 가 발생했을 때 누가 끝까지 책임지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원전감독법 개정의 출발점은 선발주의 합법화가 아니라 ‘설계책임과 분리된 조달권, 감사 없는 하도급, 책임 없는 이윤구조’의 개혁이어야 한다. 그것이 국 민의 안전을 지키고 중소기업을 살리며, 원전산업에서 대통령이 약속한 억강부약을 실천하는 길이다.


문의: 이정윤(070-8746-9061, nsaf_e@daum.net)


2026년 9월 16일


책임과학자연대, 원자력안전과미래,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보건전국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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