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전시용 돌고래 3마리 강원도 수족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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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 전시용 돌고래 3마리 강원도 수족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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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돌이 바다로 돌려보낸 지 1년…멸종위기 흰고래들은 ‘수조감옥’

한겨레 2014 7 11

롯데월드, 전시위해 3마리 수입
수족관 개장 서울시 승인 늦어지자
비좁은 임시수조서 1년반째 생활
롯데 “합법”이라며 수입경로는 안밝혀
제돌이 방사이끈 서울시 태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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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강원도 강릉시 강릉원주대 해양생물연구교육센터 안 임시 수조에 있는 흰고래. 지난해 3월 수입된 뒤로 1년4개월째 이곳에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불투명한 원형 수조 안에 튜브와 공 등 장난감이 떠다닌다. ‘푸우’ 하는 숨소리가 들렸다. 희고 매끈한 몸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2일 찾은 강원도 강릉시 강릉원주대 해양생물연구교육센터. 돔 모양의 간이 건물 안 좁은 수조에 흰고래(벨루가) 3마리가 있다. 원래 수온이 찬 북극지방에 사는 흰고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지만, 귀여운 모습에 재주가 많아 최근 전시용으로 주목받고 있다. 3개의 관을 통해 동해에서 끌어올린 바닷물이 수조로 콸콸 쏟아졌다. 냉각기와 에어컨이 쉬지 않고 돌았다.

흰고래는 이미 ‘순치’된 듯했다. 이름은 멜리(7살·수컷), 멜라(3살·암컷), 멜로(3살·수컷). 수조 밖을 청소하는 사육사 앞에서 종종 몸을 수직으로 세우고 얼굴을 내미는 ‘스테이셔닝’ 동작을 했다. 사람에게서 먹이를 받아먹는 고래의 전형적인 몸짓이다. 고래를 러시아에서 사들여온 곳은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다. 흰고래들이 이렇게 임시 수조에 머문 지 1년4개월이 됐다.

오는 18일이면 불법 포획돼 서울대공원에서 쇼를 하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아간 지 1년이 된다. 제돌이의 ‘귀향’은 한국 ‘동물복지’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전시와 공연 목적의 고래 수입은 여전하다. 제돌이 방사 결정 뒤에도 롯데월드가 들여온 멜리·멜라·멜로를 포함해 고래 25마리가 수입됐다. 한편에서는 고래를 야생으로 돌려보내고, 다른 쪽에서는 야생에서 잡은 고래를 열심히 수입하는 셈이다.

롯데월드 쪽은 서울시 눈치를 살피고 있다. 아쿠아리움은 최근 공사장 사망 사고와 지하수 유출에 따른 지반 침하 논란 등 안전 문제로 서울시의 임시개장 승인이 미뤄진 잠실 초고층 제2롯데월드 엔터테인먼트동 지하에 들어설 예정이다. 제돌이 방사를 결정한 박원순 시장은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롯데월드가 흰고래를 수입한 시기는 제돌이가 야생 적응 훈련을 하던 때와 겹친다. 롯데월드는 지난해 3월 54만달러(약 5억4700만원)를 주고 산 흰고래 3마리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항공편으로 들여왔다.

임시 수조는 흰고래가 지내기에 비좁다. 지름 10m에 깊이는 5m, 392.5t 규모에 불과하다. 똑같이 흰고래 3마리가 있는 전남 여수 한화아쿠아플라넷 수조(1000t), 롯데월드가 참고했다는 유럽동물원수족관협회의 사육시설 기준(600t)보다 작다. 연구 대행자인 박기영 강릉원주대 교수는 “어류나 갑각류 양식 전공이라 고래는 잘 모른다. 고래가 떠나면 수조에 바다송어를 양식할 계획”이라고 했다.

롯데월드는 합법적으로 들여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월드는 <한겨레>의 질문에 대한 서면답변에서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 인허가의 조건으로 ‘문화 및 집회시설’ 확보를 요청해 아쿠아리움을 계획했다. 개장하면 고래를 1224t짜리 큰 수조로 옮기겠다”고 했다. 수입 경로에 대해서는 “개장 후에 밝히겠다”고 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10일 “좁은 어류용 수조에 몸길이 3m 이상인 흰고래를 3마리나 가둔 것도 비판받아야 하지만, 제돌이 방사 이후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는데도 고래 수입을 계속 허용하는 환경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등동물인 고래를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수조에 가두는 것은 잔인하다. 제돌이 방사를 이끈 서울시가 사기업의 영업행위에도 행정지도를 할 것이 없는지 고민하길 바란다”고 했다. 제돌이 야생 방사 책임자였던 김병엽 제주대 교수는 “제돌이 방사 결정을 한 서울시 안으로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흰고래를 들여와 전시하겠다는 판단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시 동물복지과는 “전시·공연 동물에 대해 최소한의 동물복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연구중이다. 이런 내용을 서울대공원 등에 적용하고 장기적으로 사기업 소유 동물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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