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기름유출’ 주민 수십명 구토…발암물질에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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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기름유출’ 주민 수십명 구토…발암물질에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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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기름유출’ 주민 수십명 구토…발암물질에 무방비

방제 주민 납사 등 휘발성유기화합물에 고통 호소…시민단체 “방독마스크 지급해야”

미디어오늘 2014 2 4

설날인 지난달 31일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앞 원유2부두에서 유조선이 부두와 충돌하면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로 방제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마을주민과 일선 공무원 등이 유독성 물질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여수시에 따르면 이날 여수시 신덕마을 해안에서 바위와 돌 등에 들러붙은 기름을 제거하는 ‘갯닦기 작업’을 하던 주민 수십 명이 두통과 구토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관계 당국이 방제 작업자들에게 원유와 함께 유출된 유독성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방제복과 장갑, 마스크 등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들이 지급하는 방진마스크로는 납사(naphta)와 같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전혀 걸러주지 못해 피해 주민과 방제인력에 대한 안전 대책이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흥순 여수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보통 원유 같은 경우 누출되면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이 계속 증발하는데 현장에서 지급하는 마스크로는 VOC를 막아내기는 어렵다”며 “사고 물질 중 납사 같은 경우 발암물질이고 유전적 변이를 일으키는 물질로 명기돼 있음에도 주민들은 이것을 마시면서 작업을 하고 있어 건강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고 일으킨 기업과 방제작업을 지휘하는 관계 당국이 방제 참여자들에게 그런 내용을 충분히 알리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얘기해야 한다”며 “지난 태안 기름 유출 사고 이후 이에 대한 위험은 더욱 커졌고, 주민들은 사고 현장과 가깝고 사고 발생 후 일주일 가까이 그대로 노출돼 있어 건강 위해성을 조사하고 그에 따른 적절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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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전남 여수시 신덕마을 해안에서 마을주민이 바위와 돌 등에 들러붙은 기름을 제거하는 ‘갯닦기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팀장도 “이번에 원유와 함께 유출된 납사는 훨씬 휘발성이 강한 물질이 포함돼 있는데 방진마스크는 먼지를 막는 용도여서 유독물질 차단에 전혀 도움 안 된다”며 “납사에는 1급 발암 물질인 벤젠 함량도 높아 그대로 노출되면 더 위험할 수 있는데 주민들은 사실상 방치돼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일 여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 등 시민·환경단체는 여수 기름 유출 사고에 대해 성명을 내어 “방진 마스크나 일반 마스크는 유기용제를 전혀 걸러주지 않아 유기용제에 대한 노출이 지속해서 이루어지는데도 오히려 보호구 착용자를 안심시켜서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기에 더욱 심각하다”며 “발생 가능한 건강장애를 막기 위해 방제 작업에 투입된 주민과 자원봉사자 전원에게 방제복과 방독마스크를 조속히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또 “원유는 1급 발암성 물질인 벤젠과 같은 방향족 탄화수소가 포함돼 있고 급성·신경·생식독성 물질이 들어 있어 단기간 급성 노출로 두통이나 구토 증상이 일어날 수 있다”며 “원유의 성분과 농도가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시급한 측정과 분석 작업을 통해 이번 사고로 유출된 화학물질의 종류와 그로 인한 건강영향 증상을 지역주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책과 관계자는 4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현재 해양경찰청 방제전문 부서에서 방역 작업을 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마스크와 장갑, 방제복까지 풀세트로 제공하고 있다”면서도 방독마스크의 필요성에 대해선 “해경과 업무협의 시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주민 건강과 환경오염 대책에 대해서는 “사고 현장 마을에 119와 보건소 등 관계기관의 협조로 응급진료소를 마련했고 여수시청과 협의해 인근 시내 지정병원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대응토록 했다”며 “해수부는 4일부터 해양오염영향조사를 실시해 조만간 1차 조사 분석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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