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7 항의서한] 일본 아베총리와 일본 국민 여러분께

핵ㆍ방사능 안전-라돈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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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ㆍ방사능 안전-라돈침대

[9.17 항의서한] 일본 아베총리와 일본 국민 여러분께

최예용 0 4381

아래 서한은 2013년 9월17일 추석연휴를 하루앞두고 서울 일본대사관앞에서 열린 기자회견후 일본대사관측에 전달된 서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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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베총리 및 정부관료 그리고 일본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서한,

저희는 한국의 시민단체인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활동하는 활동가, 회원들입니다.  먼저 2011 3월 발생한 비극적인 지진과 지진해일 그리고 후쿠시마 핵발전소 피해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수 많은 시민들의 명복을 빌고 그들의 유족들에게도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집과 삶의 터전을 잃거나 등지고 타향을 떠돌아야 하는 수만명의 지진과 원전피난민들에게도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하루빨리 문제가 해결되길 기원합니다.

우리는 이웃나라 일본이 겪은 비참한 지진과 원전사고를 지켜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한국땅에도 20기가 넘는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어서 언제라도 우리도 저런 일을 당할지 모른다하는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평소에 지진에 대비한 훈련과 경험이 거의 없어서 만약 2011년 후쿠시마와 같은 사태를 만난다면 일본의 피해보다 훨씬 심각한 괴멸적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됩니다. 더불어 중국의 동부지역에 가동되고 또 건설되고 있는 수 십 기의 핵발전소도 불안합니다. 단 한번의 사고만으로도 한반도는 재앙이기 때문입니다.

타산지석이란 말이 있습니다.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핵참사의 경우 사고난 우크라이나보다 이웃인 벨라루스가 훨씬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거리와 바람방향때문이지요. 만약에 한국의 고리나 월성, 울진 같은 곳에서 후쿠시마와 같은 일이 일어났다면 한국보다 일본에 더 많은 방사능낙진이 떨어지는 비슷한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중국의 원전사고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이야기지요. 때문에 동북아 3개국 한중일은 후쿠시마 사태를 교훈삼아 핵발전소사고와 방사능위험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공동체적 대응을 해야 합니다. 정부간은 물론이고 시민사회간의 활발한 교류와 공동의 협력 말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한국의 경우만 해도 일본의 사태를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는가 하면 한술 더 떠서 원전을 해외에 수출하겠다고 UAE나 베트남으로 이전 대통령과 현재 대통령이 외국을 돌아다니고 있는 형편입니다. 일본정부도 마찬가지이지요. 한심한 일입니다. 어쩌면 그렇게 어리석을 수가 있는지요. 아베총리나 일본 정부의 핵마피아들이 본인들의 고향이 후쿠시마이고 가족과 친지들이 집과 고향을 잃고 원전피난민으로 떠도는 형편이어도 그런 일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한편으로 일본 각지의 원전지역에서 주민의 요구로 자치단체가 원전가동을 멈추는 활동 끝에 어제부터 일본이 다시 원전가동 않는 열도가 되었다지요. 정말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디 이 현상이 계속되어 원전 없는 일본이 되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현상이 한반도로도 번지기 바랍니다. 중국대륙으로도 번져나가 언젠가 핵 없는 동아시아가 만들어지길 기원합니다. 

얼마 전 일본이 2020년에 동경에서 올림픽을 개최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벌써 25년이 지났지만 우리 한국도 1988년에 올림픽을 개최한 경험이 있어요. 정말 굉장했죠. 그 기억을 생각해보면 일본국민들이 두번째 동경올림픽을 개최할 설레임과 기쁨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많은 한국사람들이 동경을 찾을 것입니다. 가장 많은 외국인 올림픽관객이 될것입니다.

그런데 일본이 2020올림픽을 유치하면서 국제사회에 공언한 내용들이 내내 걸립니다. 아베총리가 동경은 방사능영향없다거나, ‘후쿠시마 원전문제 콘트롤에 문제없다라고 했다죠. 아베 개인적으로는 올림픽을 유치해서 점수를 따고 그 여파로 총리를 오래 해보겠다는 욕심이겠지마는 그렇게 대놓고 거짓말을 하는 것은 결코 옳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올림픽유치뉴스가 들린 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 일본국민의 64%가 아베총리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여론조사결과가 나왔더군요.

이어서 여러 외국언론사들이 방사능문제와 올림픽을 연결시켜 지적하고 있더군요. ‘후쿠시마에 이미 수영장을 만든 것 아니냐’, ‘방사능 올림픽이다거나  일본은 앞으로 1만년 동안 올림픽 해선 안된다는 등의 이야기 말입니다. 일본국민들은 올림픽유치는 좋은 일이지만 방사능오염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웃다가 울다가 하는 복잡한 심정이지 않을까 합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저희가 이렇게 한반도 대명절을 앞두고 일본대사관 앞에 급히 모인 이유를 말씀드리지요. 일본은 이미 음력문화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죠. 한반도는 음력문화가 여전히 중요하답니다. 하여 음력으로 815일 보름날을 추석이라하여 그해에 거둔 곡식을 정성스럽게 준비하여 선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가족과 친지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말입니다. 올해는 연휴끝에 토일이 이어져 그야말로 황금명절이랍니다.  한국음식문화의 특성상 조상께 바치는 제삿상에 오르는 음식중 가장 중요한 것이 조기며 굴비 조개 등 십여가지의 수산물입니다. 경상도 어느 지역에서는 상어고기도 오른답니다. 모두 최근에 잡힌 가장 싱싱한 것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올해 추석 제사상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큰 걱정이 있습니다. 후쿠시마 앞바다를 거쳐오다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들이 제사상에 오르게 되지나 않을까 해서 말입니다. 조상께 큰 죄를 짓는 일이니까요. 온 가족이 모여 즐거운 시간이 되어야 하는데 방사능걱정을 하게 생겼습니다. 설마설마 했는데 최근에 일본에서 들려온 소식은 지난 2년 내내 방사능에 오염된 물이 바다로 흘러갔고 지금은 아예 통제불능이라느니 하는 소리도 들려옵니다. 차라리 솔직하게 상황이 이렇게 어렵다 최선을 다할 테니 응원해 달라라고 했다면 응원을 했을 것입니다.

앞에서 말했듯 한국에서도 원전안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방사능오염수가 통제되지 않는다는 소식에 모든 국민이 놀랐고 결국 한국에 유통되는 수산물의 안전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전국의 수산시장이 텅비는 상황이 계속되자 급기야 정부가 일본산 수입금지조치를 확대하고 관리기준을 강화했습니다. 늦었지만 당연한 조치였습니다. 정치는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어제 일본정부의 관리가 한국에 와서 해양수산부와 식약처를 방문했다죠. 언론에서는 항의방문이라고 표현하더군요. 수입금지조치에 대해서 유감을 표하고 과학적 근거를 갖고 판단해 달라고 했다죠.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말로 헐헐헐 입니다. 달리 표현할게 아니라 글자그대로 적반하장입니다. 대다수 일본시민들도 안 믿는 이야기를 한국에 와서 믿으라고 하니 헛웃음이 나올 뿐입니다. 지금도 태평양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키며, 전 세계에 피해를 주고 있는 일본정부가 과연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개탄스럽네요.

일본관리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행동했어야 합니다. ‘미안하다. 그동안 노력했지만 어려움이 많다. 앞으로 방사능통제활동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겠다. 방사능오염수 통제가 이루어지고 바다생태계가 회복되면 수산물수입금지 조치를 재고해 달라라고요.

뉴스에 들리는 이야기로 한국정부가 자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취한 정당한 조치에 대해 WTO에 제소를 하겠다죠. 다시한번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WTO제소하니까 이런일이 생각납니다. 1990년대 초에 프랑스가 캐나다로부터 수입되던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의 수입을 중단시켰습니다. 그랬더니 캐나다가 WTO에 제소했는데 패하고 말았죠. 자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누가 잘못했다고 하겠습니까. 그 일을 계기로 유럽의 석면사용금지조치가 크게 확산되었고 캐나다는 결국 석면생산을 포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죠. 일본정부는 더 이상 국제사회를 상대로 거짓말을 하지말고 후쿠시마 문제해결에 국제사회의 도움을 청하세요. 솔직하게 상황을 말하고 최선을 다해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그렇게 해야 2020 동경올림픽을 무사히 치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방사능올림픽이라는 오명에 시달리게 됩니다. 1980년대 냉전시기에 미국과 소련에서 열린 반쪽짜리 올림픽보다 더 심각하게 외면당하게 될 겁니다. 현명한 판단을 하기 바랍니다. 이웃사촌으로서 드리는 진심어린 부탁입니다.

2013 9 17일 추석명절을 이틀 앞둔 날에

대한민국 시민사회를 대표하여,

환경운동연합, 서울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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