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건강해야8-대기오염과 건강②] 못 믿을 환경부, 중국 탓 좀 그만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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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건강해야8-대기오염과 건강②] 못 믿을 환경부, 중국 탓 좀 그만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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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환경부...중국 탓 좀 그만해라

[환경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8-대기오염과 건강②] 초미세먼지 스모그 해결 방안

오마이뉴스 2014년 4월 24일자

최예용 기자

'스모그 겨울과 뿌연 봄'

지난 겨울 우리는 초미세먼지 스모그라는 새로운 환경문제에 시달려야 했다. 봄이 왔지만 봄을 만끽할 수 없는, 먼지로 가득한 '뿌연 봄'이 연일 계속된다. 작년 11월 이후 필자는 매일 아침 잠에서 깨면 미세먼지 예보 문자가 왔는지 확인하는 게 첫 일과가 됐다.

초미세먼지는 중국탓? 국내 오염원 비중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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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연 먼지에 덮인 서울 도심 서울에 발령된 '초미세먼지 주의보 예비단계'가 전국으로 확장되고 있는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바라본 도심이 뿌연 먼지에 쌓여 있다. 기상청은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140~150㎍(마이크로그램)으로, 평소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보다 3배 정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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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 주의보' 문자는 낮 시간대 아무 때나 뜨지만, '미세먼지 예보' 문자는 통상 오전 7시 전후로 '약간 나쁨' 등의 메시지를 전한다(참고로, 머리카락 굵기의 10분 1에 해당하는 크기의 미세먼지는 PM10이라 하고, 이보다 훨씬 더 작은 초미세먼지는 담배연기의 개별입자와 비슷한 크기로 PM2.5라고 부른다) 

그동안 버스연료가 천연가스로 교체되고 도로에 물을 자주 뿌리는 등 여러 노력으로 주요 대기오염 물질인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그리고 입자가 큰 부유분진 오염도는 많이 개선되었다. 하루만 입어도 와이셔츠 깃이 시커멓게 되는 일은 줄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먼지가 새로운 위협으로 다가온 것이다. 

정부는 국내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며 문제는 중국 발 스모그라고 했다. 중국의 스모그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국제적인 이슈가 되었고 한반도에도 비상등이 켜진 것은 맞다. 하지만 관련 자료를 종합해보면 국내 스모그 원인은 중국 등 외부물질의 유입이 40%, 국내오염원 비중이 60%를 차지한다. 절반이 넘는 원인이 국내요인이고 국내 초미세먼지 배출량도 급증하는 추세다.

1급 발암물질 미세먼지, 피할 수가 없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3월 초 2011년도 우리나라 전체 미세먼지 배출량이 전년에 비해 12%, 1만4천톤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강원도나 충북지역은 시멘트 산업이, 경기도나 충남지역은 화력발전소와 철강산업 시설이 미세먼지 배출량을 증가시킨 오염원으로 지목된다. 이렇게 오염물질이 많이 배출되는 상황에서 바람이 불지 않아 대기가 정체되고 오래 머무는 기후조건이 만들어지면 스모그가 발생한다.         

스모그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도입한 것이 미세먼지 예보와 초미세먼지 주의보 제도다. 예보는 오염도를 미리 알려주는 것이고, 주의보는 실제 오염도가 급격하게 상승할 때 알려주는 제도로 예비단계와 주의보 그리고 경보 3단계로 구분되어 있다. 초미세먼지는 측정기술과 관련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미리 알려주는 예보는 아직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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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미세먼지 농도 이틀째 '매우 나쁨' 25일 오전 서울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이 뿌옇다. 이날 오후 12시 현재 서울 일부 지역 미세먼지 농도는 222㎛/㎥을 넘어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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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 주의보 제도가 시작된 2013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5개월 동안 모두 10회 발령되었는데 이중 절반인 5회는 예비단계에서 주의보 단계로 악화된 경우였다. 발령일수는 20일이었고 발령지속시간은 모두 269시간이었다. 특히 지난 2월 마지막 주에 발령된 7회째의 경우, 오염도가 매우 심한 주의보만 75시간 동안 발령되었고 예비단계까지 합해 무려 6일간 103시간이나 계속됐다. 올 겨울 최악의 스모그 사태였다.

당시 서울시내 고농도 미세먼지 오염상태에서 1시간 동안 숨쉬며 들이마신 오염물질의 양은 얼마나 되었을까? 국제학술지에 실린 이탈리아 연구에 따르면, 성인 남성의 평균 폐활량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밀폐된 공간에서 1시간 40분 동안 담배연기를 계속 들이마신 것과 같았다. 또 디젤 차량을 공회전시켜 배출된 매연을 4시간 19분 동안 계속 들이마신 양과 같았다. 혹시 미세먼지의 위해도가 담배연기나 디젤차량 매연의 위해도보다 덜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들은 모두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발암물질 그룹(Group)1에 속한 1급 발암물질들이다.

문제는 정부의 유일한 대책인 예보와 주의보가 발령되더라도 실상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실외활동 및 자동차 운행 자제를 요구하지만 바깥의 오염된 공기가 실내로 들어올 수밖에 없고 강제로 차량부제를 실시하지 않는 한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 황사마스크를 쓰는 것인데 이마저도 실제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기능이 3개 중 1개꼴로 불량이라는 학계의 조사가 나와 있다. 스모그 발생을 미리 알더라도 도망갈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것이다. 병 주고 약주고가 아니라 병만 주고 약은 안 주는 셈이라고 할까.           

스모그 통제 방법은 차량부제가 효과적인데...

스모그 발생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은 오염원을 차단하여 초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이는 것이다. 초미세먼지 발생비중의 34%를 차지하는 차량의 통행량을 줄이고 건설과 산업 분야의 주요 배출원 가동을 제한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 등 자치단체가 내놓는 대책들은 모두 5년에서 10년을 두고 시행하는 장기적인 것들로 당장 발생하는 스모그 사태를 막지 못한다.

서울시는 차량부제를 대책의 일환으로 검토하겠다면서 시민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기본적인 여론조사도 실시하지 않고 두 달이 넘도록 아무런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시장이 참석하여 여론을 듣는다는 의미로 '청책' 토론회를 열었는데 프로그램과 주제발표를 담은 자료집 하나 만들지 않은 무성의한 자리였다.  

단기적인 스모그 통제방법으로는 차량2부제, 즉 차량번호 홀짝통행제도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이 방법은 과거 88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과 부산 하계아시안게임 때 국내에서 실행했던 제도로 당시 대기오염도 줄이고 교통체증 문제를 일시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실시한 바 있다. 이종태 등 연구자들이 2007년 대기 및 폐기물관리 학술지에 게재한 연구논문을 보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14일 동안 시행된 차량2부제의 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나 있다.

모든 종류의 대기오염 물질이 최대 25%까지 감소했고 같은 기간 동안 15세 미만 어린이의 천식 입원율이 40%나 줄었다. 2008년 베이징에서 하계올림픽을 개최한 중국도 차량2부제를 실시했는데 중국 연구진은 당시 미세먼지 발생량이 51.6%나 줄었다고 학술지에 보고했다. 미국도 1996년 애틀랜타 하계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차량2부제를 실시해 비슷한 효과를 거둔 바 있다.    

파리시민 64%가 반대해도 차량2부제, 프랑스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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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2월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대보건대학원이 대기오염정책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 환경보건시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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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2부제를 통해 스모그 문제를 해결하자는 제안에 대해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2013년 12월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대보건대학원이 대기오염정책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전국 1천여 명의 성인남녀 응답자의 82.5%가 차량부제를 도입해서 대기오염을 막자는 의견에 찬성했다. 지난 3월 새누리당의 여의도연구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4.8%가 대기오염문제 해결 위한 차량부제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3월 17일 월요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필자는 한 국제뉴스를 보고 졸린 눈을 번쩍 떴다. '베이징만큼 숨이 막힌다, 파리 차량 격일제'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프랑스 파리 지역에서 5일간 스모그 발생이 계속되자 당국이 전격적으로 차량2부제를 실시했다. 당시 파리의 대기오염도는 지난 2월 말 서울스모그 주의보 때보다 낮은 것이었다.

차량통제 방침이 제대로 홍보되지 않았다며 파리시민 64%가 반대의사를 표시했지만 프랑스 당국은 '시민들의 건강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이어서 불가피하다'며 차량과 오염배출원을 강력히 통제했다. 파리 전역에서 3천여 대의 위반 차량을 적발해 운전자에게 22유로(3만1천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차량2부제로 파리의 대기오염도가 크게 줄어들어 하루 만에 스모그가 사라졌다.

스모그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라는 국내 여론은 못들은 척하며 중국 탓만 하던 정부가 파리의 차량2부제 실시 소식을 접한 후 태도를 바꾸어 긴급대책을 내놨다. 환경부는 지난 15일 '국민보건 중점 둔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내용을 살펴봤는데 실효를 거두기 힘들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정부의 긴급대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건강피해가 큰 초미세먼지(PM2.5)를 중심으로 대기오염 정책을 만들어야 하고, 차량2부제 실시 조건을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단계부터 해야 한다.

지난 2월 일주일간 계속됐던 끔찍한 스모그와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는 긴급조치를 2015년 1월부터 적용하겠다고 하는데 정작 스모그문제는 12월부터 시작된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미봉책으로 넘기려는 공무원 특유의 탁상행정과 행정편의주의가 읽히는 대목이다.

대기오염 개선? 디젤택시 허용 방침 입장부터 밝혀야

환경부는 친환경자동차를 보급하고 공해차량 제한 지역을 설정을 통해 대기오염 문제를 개선하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정작 대기오염을 악화시키는 디젤택시 허용 방침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않고 있다. 대기 중에 존재하는 초미세먼지는 차량이나 공장 등에서 직접 배출되는 1차 생성과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이 햇빛과 반응하여 생성되는 2차 생성이 있는데 2차 생성량이 조금 더 많다.

LPG택시에 비해 초미세먼지를 많이 발생시키고, 수십 배의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배출하여 초미세먼지 2차 생성문제를 일으키는 디젤택시 허용 정책을 철회해야 환경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편에선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기 위해 학교휴업과 차량2부제를 검토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미세먼지를 많이 발생시키는 디젤택시를 허용하는 것은 분명 이율배반적인 엇박자 정책이다. 

초미세먼지에 대한 환경부의 이런 미온적인 태도는 대통령이 강조하는 과도한 규제완화 분위기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규제를 대폭 줄이라는 특명이 떨어진 마당에 스모그 문제 해결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려니 여기저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직결되는 문제는 규제완화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분명히 밝혀 관련 공무원들이 눈치보지 않고 소신 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올해 봄을 '뿌연 봄'이라고 했다. 단지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다. 서울의 경우, 올해 3월과 4월 52일간 봄 날씨와 대기상태를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가 나왔다. 시정거리 5km 이하인 날이 작년에는 하루도 없었는데 올해는 18일이나 됐다. 연무현상도 작년에 비해 12일이나 많고 미세먼지 '약간 나쁨' 상태도 8일이나 많다.

작년보다 비가 적게 왔고 대기정체가 길게 이어졌으며 중국의 미세먼지가 많이 이동했기 때문이라는 환경부 산하 기상청의 설명은 '약한 스모그'라고 할 수 있는 대기오염 공해의 원인을 또다시 하늘 탓, 중국 탓으로 돌리는 태도다.

디젤차량의 신규 허용 제한 및 도심 차량 진입 시 혼잡세 부과, 차량 10부제 등을 일상적인 대기오염 정책으로 실시하다가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과 같은 스모그 상황이 발생하면 차량 2부제와 산업시설 배출통제와 같은 보다 강력한 긴급대책으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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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대표적인 환경보건 운동 엔지오인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함께 '환경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란 타이틀로 우리 사회에서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방사능 안전, 미세먼지, 석면, 유해 식품, 시멘트 먼지 공해, 전자기파 공해, 환경호르몬, 중금속 중독 등의 문제를 공동기획해 매주 한 차례 연재합니다. 이 글에 대한 원고료는 환경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한 활동에 쓰일 예정입니다. 독자들의 성원을 바랍니다. 3월에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재앙 3년을 계기로 본 방사능 안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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