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건강해야7-대기오염과 건강①] 환경운동가의 베이징 체류기

초미세먼지(PM2.5)대기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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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PM2.5)대기오염

[환경이 건강해야7-대기오염과 건강①] 환경운동가의 베이징 체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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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만명 죽었는데, 조급해 말고 기다리란 정부

[환경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7-대기오염과 건강①] 환경운동가의 베이징 체류기

오마이뉴스 2014 4 16

양장일 기자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아침에 일어나 창 밖을 본다. 저 아래 어디쯤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들이 걸어가고 있을 게다. 오전 7시 15분까지 등교해야 하기 때문에 새벽 일찍 집에서 나간다. 신선한 새벽공기를 가르며 콧노래 부르면서 가는 게 아니다. 미세먼지 가득한 스모그를 마시며 얼굴 가득 인상을 쓰고, 억지로 나아간다. 나도 집밖으로 나가기 싫을 정도인데, 아이는 오죽할까? 나야 환경 사업을 한다고 와 있지만, 얼떨결에 아비를 따라 중학교 때부터 베이징에 와 있는 아이는 이 무슨 생고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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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시내 모습. 비교적 스모그가 심한 날(좌, 3월27일 촬영)과 스모그가 비교적 덜한 날(우, 3월20일).
ⓒ 양장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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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 중 하나이고, 경제변화 속도가 매우 빨라 머지않아 G1이 될 나라이며 중국어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사용하는 언어라는 둥 나름 중국 유학의 명분을 주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기오염을 공부한 나로서는 아이가 매일 마주하는 이 환경이 결코 가벼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미안하다. 그저 앞으로 더욱 자주 아들과 교외의 공기 좋은 곳으로 탈출할 것을 다짐하며 위안 삼을 수밖에.

대기오염으로 사망하는 사람 연간 70만명

매년 3월 초에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两会)가 열린다. 두 가지 회의가 열린다는 의미로 전국인민대표대회(아래 전인대)와 전국정치협상회의(아래 정협)를 말한다. 양회가 개막되기 전 전국 각지에서 대표들이 중국 수도 베이징으로 몰려 든다.

그러나 그들을 열렬히 환영하는 것은 손을 흔드는 인민들이 아니라 극심한 스모그다. 올해 전인대와 정협은 지난 3월1일 쿤밍(昆明)에서 발생한 테러의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되었다. 29명이 숨지고 143여명이 다쳤다고 하니 당연히 중요한 일일 테고, 따라서 중국 최대의 정치회의가 묵념으로 시작된 것은 당연한 일일 게다.

그런데 왜 스모그 피해자들에 대한 묵념은 없을까? 스모그는 별 문제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직도 많은 중국 사람들이 스모그 속에서도 시간만 되면, 집단적으로 춤을 추고 운동을 한다. 스모그 속에서 운동을 하면 건강에 나쁘다는 이야기가 언론에서 많이 거론됐지만 별로 아랑곳 하지 않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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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교적 양호한 날 대낮이다. 그러나 저 뒤에 회색 스모그가 끼어있다. 3월 28일 촬영.
ⓒ 양장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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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중국에서 대기오염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연간 70만 명에 이르며, 중국의 환경비용은 지난 30년간 다섯 배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사람 목숨이 꼭 숫자로 비교되는 것은 아니지만 테러의 희생자와 대기오염 사망자수 비교는 170명 대 70만 명으로 4000배가 넘는다. 이 정도면 묵념이 아니라 국가 장례식을 치러야 할 상황 아닌가?

중국인들에게 사스(SARS) 퇴치의 영웅으로 알려진 중난산(种南山) 중국 공정원 원사는 스모그로 수명이 5.5년 단축된다는 내용을 이번 양회 기간 중 연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그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100㎍/㎥ 늘어나면 기대수명은 3년 짧아진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고조차도 과소평가된 것일 수 있다. 예전에 한국에서 본 연구자료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10㎍/㎥ 늘어날 때 수명이 1년 정도 단축되는 것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작년 1월에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발표한 '중국환경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500개 도시 중 세계보건기구(WHO) 환경기준에 적합한 도시는 1%가 안 되고, 세계에서 공해가 가장 심각한 10개 도시 중 7개가 중국 도시다. 기네스북에 오를 내용들이다. 이 도시들에는 베이징과 멕시코시티가 포함된다.

다행히 서울은 포함되지 않았다. 20여 년 전 서울은 멕시코시티와 함께 대기오염 세계 선두권을 다퉜던 도시였다. 당시 환경운동연합은 광화문 이순신 동상에 대형 방독면을 씌우는 퍼포먼스를 하며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시민들에 알렸었다. 그러니 서울은 많이 좋아진 셈이긴 하다.

비행기는 묶이고, 도로는 봉쇄... 악몽 같았던 스모그 속 한 달

중국에선 지금도 며칠 걸러 한 번씩 스모그가 나타나 끊이질 않는다. 그러나 작년 2013년 1월의 스모그는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작년 1월부터 한 달 이상 이어진 일명 베이징스모그는 대략 이렇다. 수백 편의 항공기가 발이 묶였고, 도로는 봉쇄되었으며, 공장 가동이 중지되었다. 한반도 면적의 6.5배에 이르는 중국 전역(중국면적의 1/7)에서 스모그 피해가 발생했고 피해인구가 6억 명을 넘었다.

지속기간이 한 달에 이르고, 먼지의 최고농도는 LA스모그 최대치를 갱신했다. 스모그가 한창일 때 베이징시는 PM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500~600㎍/㎥를 기록했다. 최고치는 1000㎍/㎥까지 치솟았다. 2012년 말에는 1500㎍/㎥까지 올랐었다. 참고로, 세계보건기구 WHO의 권고 기준치는 25㎍/㎥이다.

폭발이나 사고 등 단기적인 오염사고를 제외하고 이러한 오염농도는 세계적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고려해 볼 때 피해 규모 또한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국가 비상사태다. 지구촌 대기오염 역사상 이런 전례가 없었다. 피해 면적, 피해 인구, 피해 기간, 오염 농도의 모든 분야에서 신기록이다. 공해올림픽이 있다면 세계 신기록으로 단연 1등이다.

이 기간 동안 공기청정기와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렸고 'PM2.5'라는 상표이름의 마스크가 새로 나왔는데 1위안 짜리 일반 마스크보다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32위안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이것도 믿을 수 없다고 하여 준공업용 마스크로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새로 선보인 공기를 담은 캔 제품도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수천만 원짜리 호화 공기청정기도 불티나게 팔린다. PM2.5를 거르지 못한다고 하는데도, 별 상관하지 않는다. 심리적 안정도 중요할 것이다.

작년 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단어 1위가 PM2.5였다. 신조어는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누리꾼들에게는 처음 듣는 말이었으니 신조어나 마찬가지였다. 작년에 런로우씨천치(人肉吸尘器)라는 말도 유행했다. 인간공기청정기라는 뜻인데, 대책 없이 악화되는 스모그를 사람들이 마셔서 대기를 정화시킨다는 의미로 대기오염에 대한 중국 정부의 무능을 비꼰 말이다.

스모그, 우공이산 정신으로 이겨내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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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출근 중인 한 중국여성, 준공업용 마스크를 쓰고 있다. 4월3일 촬영.
ⓒ 양장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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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대사관은 작년부터 베이징스모그에 대해 자체 조사한 미세먼지 농도를 미국인들에게 공개하였는데, 이는 베이징시가 발표한 농도보다도 높은 것이었다. 일본대사관은 마치 동물실험을 당하고 있는 것 같다는 식으로 언급하여 중국과 긴장 관계로 치달았다.

대기오염이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경제에 악영향을 끼침은 물론, 외교에도 장애를 줄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외국인의 평가가 공정한지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의 심각한 오염상황과 그것을 바라보는 중국 정부와 중국 시민들의 생각이다.

세계적인 환경오염사건으로 유명한 1950~1960년대에 발생한 런던스모그나 LA스모그는 베이징스모그에 비하면 시쳇말로 '애들 장난 수준'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중국이 대기오염에 따른 질병, 노동력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달하는 6000억 위안(한화 약 102조 원)의 경제적 손실을 보고 있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질병 치료를 위해 사람들이 추가 부담하는 잠재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손실금액이 최대 2조 위안(약 340조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GDP의 3.8%에 달한다.

양회가 시작되기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시를 시찰하면서 '초미세먼지' 통제 강화를 지시했다. '스모그 오염 대응과 공기 질 개선의 선결 과제는 PM2.5의 통제'라고 자못 전문가답게 강조하였다. 상황이 심각하니 국가주석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이제 조금 나아지겠구나! 처음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중국은 한다면 하니까! 시진핑은 '환경분야에 대한 법 집행을 강화하고 엄격하게 책임도 추궁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니, 곧 변화가 오겠구나 생각했다. 중국은 사안에 따라 공개 처형도 서슴지 않으니, 사실 마음만 독하게 먹으면, 비교적 단기간에 상당한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며칠 뒤 <인민일보>에 실린 한 칼럼은 내가 다른 나라가 아니라 중국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중국의 스모그 억제, 몇 년이나 걸릴까?'라는 제목의 이 칼럼은 이렇게 말한다. 

'LA, 런던, 파리 등의 해결에 30~60여 년이 걸렸다. 선진국은 100년에 걸친 공업화의 결과지만, 중국은 20~30년간의 누적이 집중 폭발된 것이다. 공기오염 억제는 발전 방식을 전환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대략 이런 내용인데 마지막 문장이 이랬다. '모두가 함께 노력을 기울이되, 우공이 산을 옮기는(愚公移山) 정신으로 꾸준히 노력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30년은 뭐고, 60년은 또 뭔가? 거기다가 우공을 들고 나왔다. 이건 안 하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저 스모그 속에 아이들이 헐떡대고 있는데 우공의 '언젠간 되겠지'라니. 여유만만이다. 중국이 아무리 상유정책, 하유대책(上有政策 下有对策: 국가에 정책이 있고, 지방에는 대책이 있다는, 융통성과 변화를 강조한 것이라지만, 중앙정부의 정책을 지방이 제대로 안 따른다는 말이기도 하다)의 나라라지만 도가 한참 지나쳤다. 

주석이 철저한 '대기 질 개선'을 주문하면 그에 상응하는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는 것이 수순 아니겠는가? 그런데 팔자 좋게 30년, 60년, 100년을 얘기하고 있다. 어차피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니 '시민들이여 조급해 하지 말고 중국식으로 천천히 기다리라'는 말이다.

오염은 가난한 사람들에 더 큰 피해를 준다. 부자들과 공무원들이 생수를 마시고 공기청정기를 사용할 때, 가난한 사람들은 스모그를 들이마시고 길거리에서 매연을 마셔야 한다. 이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라고 중국정부가 말할 자격이 있을까? 문제의 근간에는 수십 년간 경제성장만을 외쳐온 정부의 정책이 있기 때문이다. 폐 속 깊이 박혀 빠져 나오지 않는 미세먼지는 놔둔 채 피부에 묻은 먼지를 알코올로 닦아내는 형국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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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대표적인 환경보건 운동 엔지오인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함께 '환경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란 타이틀로 우리 사회에서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방사능 안전, 미세먼지, 석면, 유해 식품, 시멘트 먼지 공해, 전자기파 공해, 환경호르몬, 중금속 중독 등의 문제를 공동기획해 매주 한 차례 연재합니다. 이 글에 대한 원고료는 환경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한 활동에 쓰일 예정입니다. 독자들의 성원을 바랍니다. 3월에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재앙 3년을 계기로 본 방사능 안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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