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미세먼지 발원지, 중국 자동차 산업은…

초미세먼지(PM2.5)대기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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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PM2.5)대기오염

[프레시안] 미세먼지 발원지, 중국 자동차 산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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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3일 서울 중구 소재 중국대사관앞에서의 일인시위, 사진 환경보건시민센터>

[中國探究] 중국 진출 자동차 기업, 공유가치모델 찾아야

최병헌 공주대학교 경영학과 부교수

프레시안 기사입력 2014.01.21

2013년 중국의 자동차 생산량과 판매량이 사상 처음 2000만 대를 돌파하였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생산량과 판매량이 각각 2211.7만 대, 2198.4만 대에 달해 전년 대비 각각 14.8%, 13.9%씩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2011년과 2012년 자동차 판매량 증가율이 각각 2.5%, 4.3%에 그쳤던 저(低)성장 기조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할 만한 실적이다. 아울러 지난해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신차등록 제한, 도심통행 제한조치가 자동차 수요억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중국 자동차 산업이 15∼20%에 달하는 고(高)성장 흐름을 또 다시 이어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2013년 한 해 동안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 대도시의 미세먼지 농도가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줄 만큼 크게 높아지면서 자동차 배기가스가 석탄 중심의 에너지 소비 산업, 저(低)품질 석유제품과 더불어 대기오염의 3대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2013년 1월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발표한 ‘중국환경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500대 도시 중 세계보건기구(WHO)의 대기 기준에 부합한 도시가 1%에도 못 미치며, 세계 10대 오염도시 중에서 7개가 베이징, 충칭 등 중국 내 도시로 드러났다.

또한 베이징시 환경보호국이 최근 발표한 2013년 대기관측 결과, 베이징은 연중 58일이 6단계 오염등급 중 가장 높은 ‘심각한 오염' 및 그다음 단계인 ‘심한 오염'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름이 2.5µm(마이크로미터) 이하, 즉 PM 2.5 초미세먼지의 경우, 2013년 베이징의 연간 평균농도가 1㎡ 당 89.5㎍(마이크로그램) 달했는데, 이는 중국 환경기준치(35㎍)보다 약 2.5배, 세계보건기구의 하루 허용 기준치(25㎍)보다 약 3.6배 높은 수준이다.

한편 중국 기상국은 2013년 중국 대도시의 연간 스모그 발생일수가 52년 만에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특히 동부 연해지역 중  장쑤(江蘇), 안후이(安徽), 저장(浙江), 허난(河南), 허베이(河北), 베이징, 톈진(天津)의 평균 스모그 발생일수는 100일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대도시 주민들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 오염도가 단순한 근심과 걱정을 넘어, 영아와 유아, 노약자들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공포감으로 커졌다. 지난해 말 8세 여아가 폐암으로 사망한 점이나 1살 유아가 암 진단을 받았던 점, 대기오염으로 인해 중국에서 매년 50∼120만 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점 등은 그러한 공포감을 뒷받침하는 현상이다.

사실 안정적인 의식주 확보와 함께 깨끗한 물과 공기를 마시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이는 거주민의 ‘삶의 질’이나 ‘행복추구권’을 논의하기 전에 반드시 갖추어져야 하는 생존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인들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대기오염은 장차 정치권에 대한 분노로 이어져, 민심이반(離叛)이나 탈(脫)중국 현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중국의 경제성장과 산업발전 방식의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지난해와 같은 대기오염이 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여기서 획기적인 변화란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에너지 소비구조의 전환을 의미하는데, 지난 20여 년간 연평균 10%가 넘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해왔던 중국의 경로의존적인 속성을 고려할 때, 환경 문제를 반영한 그린(Green) GDP의 도입이나 석탄 위주의 저렴한 에너지 소비구조를 단번에 바꾸기는 결코 쉽지 않다. 즉 대기오염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오랫동안 산업 활동 제한을 포함한 저(低)성장 체제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선뜻 그렇게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다만 중국 정부가 대기오염 문제를 공산당 일당체제 유지의 관건으로 인식하고, 점차 정부 개입의 정도를 높여가고 있는 점에는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 경우, 정부 개입의 효과가 다른 산업보다 상대적으로 빨리 나타나기 때문에 앞으로 신차구매제한, 승용차 사용제한 등 다양한 수요억제 정책이 더욱 강력하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 구매자(가계), 차량 제조업체(기업)와 함께 자동차 산업의 3대 이해관계자의 하나인 정부는 공정한 시장경쟁을 위한 감시자 및 규칙 제정자로서 대중교통망 확충, 석유소비세 증대, 차량 5부제 실시 등을 통해 승용차 사용을 최대한 억제할 것으로 보인다.

신차구입 제한조치의 경우 지난해 7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구이양(貴陽) 등 4개 도시에서, 톈진, 션전(深圳), 항저우(抗州), 청두(成都), 스좌장(石家莊), 충칭(重慶), 칭다오(靑島), 우한(武漢)을 포함한 12개 도시로 확대되었는데 올해는 그 숫자가 더욱 늘어나고, 각 지역별·월별 신차등록 쿼터(Quota)는 더욱 엄격하게 관리되거나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신차등록 제한조치로 인해 줄어든 판매량은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약 2%, 40만대 수준으로 예측되었으나, 실질적인 영향력은 그보다 훨씬 미미했다. 중국 정부가 현지 기업들의 생산 활동이 다국적 기업이나 합자기업들보다 더욱 위축될 것을 우려한 탓에 결국 선언적 수준의 조치로 끝난 셈이다.

그러나 만약 올해 초에도 대기오염 상태가 여전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신차구매 제한조치는 각 지역별 할당목표를 설정하고 실적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업계 이익보다는 ‘대기환경 정화’라는 공익을 내세워 생산량 통제를 통한 영세업체의 통폐합 및 구조조정을 적극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수소차, 전기차 등 대체에너지 자동차의 상용화를 촉진하기 위해 인프라 구축 및 연구개발 지원, 구매 인센티브 제공 및 세제혜택 등 당근 정책도 각 지역별 실적평가 및 경쟁 방식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다국적 기업이든, 합자기업이든, 현지 기업이든 누구든지 대기오염 개선에 기여하는 기업들이 중국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데 훨씬 유리한 위치에 오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차량 구매자(가계)의 입장에서도 대기오염은 무척 곤혹스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구매 의지가 충만하고 구매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마음대로 자동차를 구입할 수 없고, 자동차를 구입하더라도 유류비, 보험료, 주차료, 통행료, 보유세 등 차량 운행 및 유지비용이 갈수록 올라, 자동차 구매가 매우 부담스러운 소비 행위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인들은 앞으로 자동차 구매를 아예 포기하거나 고급차 위주의 선별적 소비, 또는 전기차·하이브리드차 위주의 윤리적 소비 등 세 가지 유형의 소비 패턴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자동차 구매 포기는 버스, 철도 등 대중교통 사용량의 증가로 이어지겠지만 대중교통망 확충과 신설이 병행되어야 하며, 결과적으로 자동차 산업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국 정부나 산업계 입장에서 결코 좋은 소식만은 아니다. 둘째 고급차 위주의 선별적 소비는 신차구매 제한조치로 주요 도시 번호판의 희소성과 가격이 계속 높아지는 상황에서, 구매자들이 생애 첫차를 구입할 때 기왕이면 브랜드 가치가 높고 품질이 우수한 고급차 선택에 집중하는 것이다. 셋째, 윤리적 소비는 자신의 자동차 구매와 사용이 지구 온난화와 대기오염을 가중시킨다는 점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스스로 그러한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방향으로 차량을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고급차 중심의 선별적 소비보다는 대체에너지 차 위주의 윤리적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 더욱 반가울 것이다.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워가면서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도 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대기오염 심화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게 자동차 생산과 판매의 외부효과를 획기적으로 줄이도록 요구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판매 실적이 좋은 기업들이 대기오염 개선에 대한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을 더욱 많이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다. 따라서 지난해 신차구매 제한조치가 다국적 기업 계열의 브랜드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매우 근시안적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대기오염은 이미 중국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되었고 자동차 배기가스가 중요한 오염원으로 지목된 상황에서 원인 규명 및 해결책 마련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기업이든지 가솔린 엔진 중심의 사업모델을 계속 고집하기는 매우 어렵게 되었다. 최근 중국에서 ‘돈 잘 버는’ 국유기업과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 요구가 부쩍 커지고 있다. 이제 중국 자동차 업계에서 환경 이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의 핵심과제로 부상하였고 배기가스 감소, 대체에너지 차 개발, 연비 향상은 더 이상 미룰 수도 없고, 미뤄서는 안 되는 국정과제가 되었다. 결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대기오염 개선이라는 공익과 매출증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공유가치(CSV: Create Shared Value) 모델을 적극 발굴하고, 구체적인 성과를 제시함으로써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바꿔야 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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