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미세먼지로 콜록대는데 … 예보시스템 먹통

초미세먼지(PM2.5)대기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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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미세먼지로 콜록대는데 … 예보시스템 먹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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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미세먼지로 콜록대는데 … 예보시스템 먹통

[중앙일보] 입력 2013.11.18

걱정되는 중국발 '검은 재앙'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 광장 일대가 안개와 대기오염물질이 뒤섞여 뿌옇게 흐려져 있다. 이날 서울의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평소의 두 배 수준인 74㎍(마이크로그램)을 기록했다. [뉴시스]

지난 15일 오후 9시 경기도 포천시 선단동 측정소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당 153㎍(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을 기록했다. 토요일인 16일에도 이 지역 미세먼지 농도는 가라앉을 줄 몰랐다. 낮 12시에 136㎍, 오후 10시 111㎍을 기록했다. 안개에다 중국발(發) 미세먼지까지 더해진 탓이었다. 이 때문에 포천을 비롯한 경기도 지역 전체의 16일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84㎍을 기록했다.

 이는 환경부가 미세먼지 예보제에서 정한 ‘약간 나쁨(81~120㎍)’ 수준에 해당한다. 경기도뿐만 아니라 강원(89㎍), 충북(88㎍), 제주(87㎍) 등의 일평균 미세먼지 농도도 80㎍을 넘어섰다. 올가을 들어 미세먼지 오염이 심한 날이었지만 시민들에게 아무런 경고는 없었다.


 환경부와 환경과학원은 지난 8월부터 수도권 지역에서 미세먼지 예보제를 시범 실시하고 있다.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80㎍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 전날 오후 5시에 기상청 ‘방재 기상정보 포털시스템’ 홈페이지에 예보문을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15일 오후 아무런 예보문도 띄우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환경과학원 홍유덕 대기환경연구과장은 “16일 서울·인천·경기 전체 평균을 내면 미세먼지 농도가 78㎍이었다”며 “예보 발표 기준인 81㎍을 약간 밑돌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도의 일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84㎍이었지만 서울은 74㎍이었고 인천도 77㎍이었다. 미세먼지 농도는 지역별로 발표되지만 예보제는 수도권 전체로 한다는 게 환경과학원의 공식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낸 예보는 얼마나 맞았을까. 환경과학원이 8월 이후 내놓은 미세먼지 예보는 지금까지 네 차례였다. 수학능력시험 날인 7일엔 평소에 내지 않았던 ‘보통(31~80㎍)’ 수준이라는 예보를 냈다. 이를 빼면 80㎍을 초과한다는 약간 나쁨으로 예보한 3일 모두 예상을 빗나갔다. 약간 나쁨이란 예보가 나왔던 지난달 29일 서울의 실제 오염도는 60㎍이었고 인천은 69㎍, 경기도는 71㎍이었다. 역시 약간 나쁨으로 예보됐던 지난달 30일은 서울이 26㎍, 인천 30㎍, 경기 37㎍에 그쳤다. 이날은 약간 나쁜 정도라기보다는 평소보다 양호한 날이었다. 11월 2일 역시 약간 나쁨이라고 예보했지만 들어맞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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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미세먼지 예보제의 예보 방식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나는 시·도별로 미세먼지 농도를 발표하면서도 미세먼지 예보는 수도권 전체로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예보라면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약간 나쁨으로 예상될 때만 예보를 내는 것은 ‘맑은 날은 빼고 비 오는 날에만 일기예보를 내놓겠다’는 것과 같다는 비판도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오염이 심하든 심하지 않든 매일 예보문을 작성해 발표하는 게 맞다”며 “하루 전체 평균치는 높지 않더라도 오전이나 오후 등 미세먼지 오염이 순간적으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시간을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16일 서울의 경우도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약간 나쁨 수준에 미달했지만 하루 중 최고치는 119㎍에 이르렀다. 충북의 경우는 204㎍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17일 새벽 제주와 호남 등지에서는 중국발 스모그가 닥쳤으나 환경부는 이에 대해서도 아무런 예보를 하지 않았다. 제주시의 경우 이날 오전 5시 미세먼지 농도가 290㎍까지 치솟았고 같은 시각 서귀포시 쪽도 271㎍을 기록했다. 또 전남 지역도 이날 최고 262㎍까지, 경북 지역도 221㎍까지 올라갔다.

 아주대 의대 장재연(예방의학) 교수는 “미세먼지는 호흡기까지 깊숙이 침투해 천식이나 폐질환을 일으키고 혈관 속으로 들어가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까지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일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이라고 해서 꼭 안전한 것은 아닌 만큼 시민들이 오염을 미리 피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예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 환경부와 환경과학원은 11월에 예보제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준비가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환경과학원 측은 “아직 미흡한 점이 많지만 (내년 2월) 본격적인 예보가 시행되면 매일 예보문을 올리도록 노력하겠다”며 “시간대별 오염정보도 제공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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