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1신-작은 승리를 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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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1신-작은 승리를 기대하자

최예용 0 6176

어제 오후 열린 WCC 즉 세계암회의 석면세션의 발표는 무난하게 지나갔다. 사실은 약 300석의 큰 강당에 50여명 정도밖에 안 차서 조금은 썰렁했다. 호주의 Terry라는 교수가 사회를 봤고, 첫번째 발표는 국제암연구소 IARC의 연구원이 석면과 폐암관련성에 대해 발표했다. 석면 피해의 지표인 중피종의 발생률에 석면의 종류에 따른 폐암발생의 정도, 갈석면(amosite)이 가장 폐암발병률이 높고, 다음이 청석면과 백석면 순이란다, 를 반영하여 종합해보니 석면에 의한 폐암발생은 중피종의 1.8배 정도라는 내용이다. 두번째는 Kathleen이 캐나다 퀘벡의 석면광산 재개의 문제점을 캐나다 보건의료계의 석면반대입장을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지적했다. 70대 고령의 인권운동가 캐슬린은 슬라이드 없이 준비해온 원고를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읽어나갔고 WCC를 주최한 UICC 즉 국제암관리단체연합에 소속된 120개국 400여 암관련단체들이 지구촌 석면추방에 앞장서 달라고 촉구했다.

 

세션 마지막 순서로 A-BAN을 대표하여 나선 나의 발표제목은 개발도상국가에서의 석면피해를 줄이기 위한 행동이다.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석면사용이 증가하고 있고 서서히 석면피해도 가시화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들 대부분의 나라가 그동안 캐나다로부터 들여온 석면을 사용해왔다는 점을 나라별 도표로 소개했다. 아시아 내에서 석면사용을 중단한 일본과 한국으로부터 석면산업이 다른 아시아나라로 이동하는 문제를 잠시 소개한 후 지구적 차원의 석면문제 해결에 캐나다 퀘벡석면광산의 석면재개결정이 얼마나 큰 위협인지 강조하며 이 문제 해결에 모두 힘써달라고 강조했다. 얼마전 결정된 퀘벡석면광산 재정지원을 취소하여 2050년 이전에 지구촌에서 석면문제를 마무리 짓자고 주장했다.    

 

학회 발표와 같은 시간인 오후 1 30분에 퀘벡주의 제1야당, Parti Québécois (파티 퀘벡꾸아 라고 부른다, 굳이 번역하면 퀘벡당이다),이 다음주 94일로 예정되어 있는 지방의회선거에서 승리하면 곧바로 현 지방정부가 승인한 제프리석면광산(Jeffery mine) 재개를 위한 58백만불 지원계획을 취소하고 그 돈으로 아스베스트지역(town of asbestos, 지역이름이 석면도시이다)의 석면광산을 대체하는 경제지원을 하겠다는 요지의 정책공약을 발표했다. 이 소식을 전하면서 캐슬린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발표장 앞에서 노트북으로 이메일을 읽던 캐슬린이 환호성을 질러댔다. 캐슬린의 설명으로는 현재 제1야당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고, 2야당이 여론조사 2위인데 역시 석면광산재개반대 방침이라서 이대로 간다면 퀘벡의 석면광산재개방침은 취소된다. 현재 퀘벡의 주지사와 의회를 잡고 있는 보수당인 여당은 여론조사에서 3위라서 정권을 잃을 가능성이 매우 높단다. 하여 캐나다가 세계 주요 석면생산 및 수출국가 명단에서 완전히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참고로 그동안의 석면생산량 순위를 보면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 브라질, 캐나다, 짐바브웨의 순서다. 정말 좋은 소식이다 

 

선거에서 이겨야만 유효한 공약사항이기 때문에 최종 승리를 기다려야 하지만 승리를 향한 매우 결정적인 분수령을 하나 만들어 낸 것만은 분명하다. 94일 퀘벡주 선거가 치러지니까 95일 오후 귀국하여 늦게 집에 들어가 인터넷을 확인하면 캐슬린이 보내온 승리소식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경북 김천의 제빈이네에도 좋은 소식을 전해줄 수 있을 것이다. 2년전 그 추운 12월 이곳 몬트리올과 퀘벡시를 오가며 호소했던 제빈이 어머니 이정림씨의 바램이 이루어졌다고. 내 마음은 벌써 이정림씨를 기억하는 사람들과 정림씨를 모신 납골당에 찾아가 승리의 꽃다발을 바치고 있다.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우연히도 현재 Sugio가 러시아에서 열리는 석면회의가 참가중이고 Laurie는 브라질에서 담주에 열리는 석면사용금지에 관한 대법원청문회에 참가하는 등 세계 석면생산 주요 국가들에서 매우 중요한 프로그램들이 진행중이다. 브라질 이야기는 이렇다. 상파울로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자체적으로 석면사용금지조치를 내렸는데 석면산업계가 이러한 조치가 위헌이라고 대법원에 제소했고 관련 청문회가 열리는 것이다. 현재 생산이 중단된 캐나다를 제외하고 석면생산국가가 5개 밖에 되지 않고 그중 브라질에서 석면사용금지조치가 합헌이라고 결정되면 석면금지의 흐름이 브라질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해서 세계 석면산업의 존폐가 달린 중요한 결정이라고 할 정도의 중요한 프로그램인 것이다. 

 

아래 표 두개는 WCC 발표장에서 내가 보여준 핵심 슬라이드다. 세계적인 석면생산 및 소비의 흐름을 보면 1900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70년이상 지속적으로 증가추세를 보이다, 1975년부터 1980년까지 5년여간 470여만 톤으로 최고치에 유지한다. 이후 1985년경까지 5년여간 400여만톤 수준으로 줄어들다가 3년여간 420-430만톤 수준으로 조금 늘어나는 듯 하더니 1990년대 초반까지 5-6년사이에 급락하여 200만톤수준으로 떨어진다. 이후 20여년간은 2백만톤을 조금 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980년대의 석면생산과 소비의 급락은 당연히 유럽에서의 석면사용금지조치가 1차적인 배경이다. 북미지역에서도 석면피해문제가 크게 불거져 사용금지조치를 내리진 못했지만 석면사용이 크게 줄어들었다. 유럽의 석면금지조치는 중동 여러나라들과 남미나라들로 확산되었고 아시아의 경우 2005년 이후에야 일본과 한국이 석면금지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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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이후 20여년간의 석면감소 추세의 정체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하나둘씩 석면금지국가가 늘어나는 반면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석면사용이 증가하는 현상이 맞물려 상쇄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금의 정체현상 타개는 아시아지역의 석면사용 증가추세를 어떻게 꺽느냐에 달린 것이다. 중국와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의 석면사용 증가추세를 꺽어낸다면 세계 석면소비추세는 다시 1백만톤을 향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석면생산국가들이 자국의 석면생산량을 늘리고 아시아소비국가들에 강력한 로비를 통해 석면사용을 증가시키는 시장확대가 이루어진다면 거꾸로 현재의 2백만톤 정체흐름은 다시 증가추세로 돌아설 우려가 없지 않다. 꾸준히 생산량이 줄어들다가 2010년 생산이 사실상 중단된 캐나다 퀘벡의 석면광산이 캐나다 정부의 지원으로 연간 20만톤씩 25년간에 걸쳐 무려 5백만톤의 대량생산한다는 결정은 그런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는 증거다. 그래서 아시아지역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흐름에서 캐나다 문제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캐나다에서 석면생산이 재개되면 캐나다는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석면생산을 많이 하는 나라가 된다.

2012 9월 첫째주는 세계 석면추방운동의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시기이다. 캐나다 퀘벡주의 지방선거결과 석면생산과 해외수출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야당이 승리하면 캐나다의 석면생산중단이 계속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곧 아시아지역에서의 석면소비 증가열기에 찬물을 끼 얻는 것이 된다. 경제대국이네 선진국이네 하면서도 석면사용금지를 못하고 있는 북미지역에 실질적인 석면금지의 쐐기를 박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브라질 대법원이 상파울루 등 자치단체의 석면사용금지 결정에 손을 들어준다면 세계 4위의 석면생산국가로 국내 소비량도 엄청난 브라질이 남미지역의 석면추방 흐름의 열쇠를 쥐게 된다.

문제는 세계 최대 석면생산국인 러시아와 세계 최대 석면소비국인 중국 그리고 세계에서 3번째로많은 석면을 생산하는 카자흐스탄, 즉 동유럽과 아시아다. 다행히 그동안 난공불락이던 러시아에서 석면의 위험성을 공개적으로 논하는 NGO주최의 석면회의가 열린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석면추방운동가 후루야 수기오가 참가중인 그 회의다. 나는 개인적으로 러시아문제는 이미 20여년전에 석면금지 결정을 내린 러시아 이웃 유럽사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유럽사회는 석면문제에 관심이 없다. 벌써 오래전에 끝난 문제라는 분위기다. 사실이긴 하다. 그러나 지구촌의 석면문제는 기실 유럽사회가 시작했다. 자신들만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결자해지의 책임감이 필요한 부분이다. 카자흐스탄은 워낙 시민사회교류가 드문 곳이라 아예 소식을 잘 모르는데 러시아의 향배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은 지구촌 환경문제에서 가장 골치아픈 나라다. 지구온난화물질을 가장 많이 내뿜으면서도 선진국책임론에 기대 기후변화협약을 20여년간 무력화시킨 장본인이다. 하지만 중국에도 변화의 조짐은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2004년부터 중국 정부는 자동차 브레이크라이닝에 석면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베이징의 대기오염이 워낙 악명높고 심각하니 나름 가시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주 호주에 판매되던 중국제 자동차들에 석면제품이 장착된 것이 확인되어 수천대가 반품되었다는 뉴스는 중국의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다는 것이어서 확인이 필요하다.

적절한 표현은 아니겠지만 석면문제는 이산화탄소배출문제보다는 쉽다. 석면의 위해성은 이제 더 이상 논쟁적인 주제가 아니다. 석면이 1급 발암물질이라는 점을 부인하는 사람이나 국가는 없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석면을 대체할 물질에 대한 대체기술을 적극 공유하게 하고, 석면에 의한 피해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적극 강조하고, 지금 당장 석면사용을 중단해도 앞으로 수십년간 피해가 계속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활동이 계속 이어지면 골치덩어리 중국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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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중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인구도 많고 석면소비도 급증하는 나라인데, 이번에 캐나다 석면문제가 잘 마무리되면 인도의 석면문제도 청신호가 켜진다. 캐나다와 인도가 영연방국가들인데다가 퀘벡의 석면산업계가 인도의 자본와 결탁하여 퀘벡석면광산재개를 이루어 냈기 때문이다. 물론 인도의 부패한 관리들과 자본가들이 러시아나 카자흐스탄으로 석면수입선을 돌려 인도내에서의 석면사용을 계속 증가시키고, 퀘벡의 정치지형을 바꾸려는 나름의 노력을 지속한다면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른다 

오는 11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태국 방콕에서 제5차 아시아석면추방네트워크(A-BAN, 이하 아시아네트워크) 연례회의가 열린다. 2009 4월 홍콩에서 창립된 아시아네크워크는 그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2차회의를 갖고 라오스, 캄보디아 지역에서의 석면추방의 메시지를 전했고, 이듬해 2010 10월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3차 회의에서는 인도네시아석면추방네트워크 즉 Ina-BAN을 결성했다. 2011 11월 인도 구자라트에서 열린 4차 회의는 그간 침체상태에 있던 인도의 석면추방시민단체가 활성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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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방콕의 5차 회의는 아시아지역에서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에 이어 4번째로 석면소비가 많은 태국에서 T-BAN 즉 태국석면추방네트워크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평생을 지구촌 석면추방운동에 헌신해온 국제석면추방사무국(IBAS) Laurie“2010년 석면사용금지를 선언했던 몽골이 올해 이 조치를 취소하여 석면사용금지 국가수가 54로 줄었는데, 조만간 태국이 석면사용금지를 선언한다면 아시아에서의 석면사용금지 흐름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국제적인 흐름을 설명한다. 이번 방콕회의는 지구촌 석면추방운동의 흐름을 점검하고 운동의 전략적 지혜를 모으는 자리가 될 것이다. 캐나다와 브라질의 희소식을 바탕으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그리고 중국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WHO ILO UNEP WTO 등 석면추방의 흐름을 소극적으로 따라오기만 하는 국제기구들의 역할을 어떻게 적극적으로 만들어 낼 것인지 논의하고 결의할 것이다 

간혹 이제 석면 그만하지, 다른 문제도 많은데라는 이야기를 지인들에게서 듣곤 한다. 이제 그정도면 석면문제는 어느정도 해결된 것 아니냐, 하도 석면석면 떠드니까 좀 지겹다 는 뉘앙스로 들린다.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명백한 1급 발암물질 하나도 우리는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그냥 놔두면 석면산업계는 다시 일어선다. 그로기(groggy) 상태의 국제석면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없도록 최후의 일격을 가해 완전한 KO승을 선언해야 한다. 마무리를 잘해야 전체적인 좋은 운동모델을 만들 수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석면사용을 지금 당장 중단하더라도 피해는 수십년간 계속된다. 산업보건운동, 환경보건운동이 어려우면서 중요한 이유다. 너무 일찍 삼페인을 터트리면 안된다.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작은 승리를 기대하자. (설마, 퀘벡 선거가 2012년 한국 총선처럼 황당하게 끝나진 않겠지?? 암 그래선 안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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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28일 

캐나다 몬트리올 세계암회의(WCC)장에서 최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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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아시아석면추방네트워크 부조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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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면생산 국가 위치도; 유라시아 대륙 러시아, 카자흐스탄, 중국, 북미 캐나다, 남미 브라질, 아프리카 짐바브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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