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건강해야13-석면공해①] 세계석면소비 1위 중국, 노동자는 이러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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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건강해야13-석면공해①] 세계석면소비 1위 중국, 노동자는 이러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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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면 소비 1위 중국, 노동자는 이러고 산다

[환경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 13-석면공해①] 중국 석면광산 다오보

오마이뉴스 2014 6

최예용

김과 토굴 새우젓으로 유명한 충청남도 홍성군 광천에는 과거 일제가 개발한 아시아에서 가장 큰 석면광산이 있었다. 오래 전 화산 활동이 활발할 때 뜨거운 열수작용을 받은 암석이 부드러운 면과 같은 성질을 갖게 되었다. 후에 사람들은 이 돌이 솜과 같이 한올한올 풀어지고 불에 타지 않는 특수한 기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건축자재 등 여러 용도로 널리 사용했다. 또 이것은 일제의 중요한 전쟁물자이기도 했다.

일제는 산 위쪽에서 화약으로 암반을 폭파시킨 뒤 이를 아래쪽으로 옮겨 석면광맥이 있는 부분만 떼내어 장항선 기차로 실어갔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석면돌은 '버럭'이라 하여 마을 주변 여기 저기에 버려졌다.

홍성, 예산, 보령지역에 산재해 있는 수십여 개의 석면광산은 모두 마을을 낀 채로 가동되었고 사정은 비슷했다. 나이가 지긋한 이 지역 남성들 상당수가 십대 후반과 이십대에 석면광산에서 몇 년씩 일한 경험이 있다. 광천이 고향인 정지열 선생도 그 중 한 명으로 몇 년 전 진폐증의 일종인 석면폐에 걸렸다.

주민들은 이상하게 폐병환자가 많다며 오랫동안 민원을 제기했다. 이후 정부가 나서서 조사한 결과, 이 지역에만 수백명의 석면 질환자가 나왔다. 여성 피해자도 적지 않았는데 이들은 석면광산에서 일한 적이 없지만 마을 곳곳에 방치된 석면돌이 있는 환경에서 평생을 산 것이 원인이었다.


70년대 초가지붕 개량 사업으로 석면슬레이트 수요가 늘어나 해외에서 대량 수입하면서 국내 석면광산업은 사양길로 접어들었고 지금은 모두 폐광된 상태다.

석면폐는 대부분 완치가 되지 않아 환자들은 평생 병든 폐를 안고 살아야 하지만 정부의 쥐꼬리만한 요양지원은 2년 동안만 지급된다. 고향마을에서는 한 집 건너마다 석면 질환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 현실에 분개한 주민 정지열 선생은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활동에 발벗고 나섰다. 그는 현재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의 석면피해자 대표다. 지난 5월 열린 제11회 환경영화제(지난 5월 8일~5월 15일)에서 석면 관련 영화가 상영된다고 하여 정 선생과 영화관을 찾았다.        

석면먼지가 구름처럼 보이는 곳, 중국 광산 다오보

바로 <구름을 만드는 산>이란 제목의 중국 다큐멘터리 영화다. 우기철, 숲이 우거진 높은 산에서 대기가 바람에 의해 산을 타고 오르거나 내려오면서 구름을 만들어내는 건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현상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사막 지역의 우기가 아닌 건기에 촬영되었고, 영화에서 말하는 구름은 대규모 석면 광산의 먼지가 만들어낸 '먼지구름'이다.

중국 서북부의 황량한 사막지역 로프노르(Lop Nor) 남쪽에 거대한 백석면(chrysotile) 광산 '다오보'(Da Obot)가 있다. 해발 평균 4000m 높이의 고산지대인 이곳엔 풍부한 광물이 매장돼 있지만, 석면을 캐는 동안 발생하는 가루와 먼지가 마치 해를 가리는 구름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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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구름을 만드는 산>의 배경인 중국 석면광산 '다오보'의 전경, 석면 먼지가 구름처럼 산을 뒤덮고 있다. 영화 도입부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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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프노르는 타클라마칸(Taklamakan)과 쿰탁(Kumtag) 사막지역 사이에 위치한 건조지역이다. 위쪽으로는 유명한 고비사막이 있다. 과거 이곳에 거대한 빙하가 있었고 이후 소금호수가 형성되었는데 지금은 댐 건설로 물줄기가 모두 말라 버렸다. 우기 때만 호수와 습지가 형성되곤 하는데, 지금도 호수바닥은 30cm~1m 두께의 소금층으로 덮여 있다. 중국으로부터 정치적 독립을 원하는 지역 사람들이 테러를 감행하곤 하여 세계 뉴스에 가끔 등장하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일부이기도 하다.

중국내 몽골 자치구 문화권에 속하는 이곳에선 1990년대 중반 칼륨석 광맥이 발견되어 대규모 광산업이 한창이다. 로프노르는 중국의 핵실험기지가 있는 곳으로 외부에 더 많이 알려져 있다. 1964년에 첫 원자폭탄 핵실험이 실시된 이후 1996년까지 모두 45차례의 핵실험이 이어졌다.

영화의 주인공은 석면광산에서 일하는 젊은 청년 왕홍빈과 그의 아버지다. 아빠는 아들이 공부하기를 싫어해 힘든 광산 일을 하고 있다며 못마땅해 하지만 아들은 아버지의 잔소리에 개의치 않고 틈만 나면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왕홍빈은 이곳에서 하루 200위엔 우리 돈으로 약 3만2천 원 가량을 번다.

이 정도면 중국 다른 일반 직업 수입의 두 배다. 아들이 위험한 석면광산에서 일을 하는 이유다. 지질학적 특징 때문에 세계의 석면광산들은 대부분 노천광산이다. '다오보'도 노천광산으로 혹독한 추위 때와 우기 때는 광산이 가동되지 못해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동안에만 운영된다. 즉, 이들은 계절 노동자인 셈이다. 

얼굴 전체에 잔뜩 내려앉은 석면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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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을 끝낸 광부가 압축공기가 뿜어져 나오는 컴프레서를 작업복에 갖다 대자 뿌연 먼지가 마치 불이 난 것처럼 일어난다. 모두 석면먼지다. 영화 후반부의 한 장면. 


산 위쪽에서 불도저와 굴착기가 캐낸 암석이 여러 경로를 거쳐 잘게 쪼개진다. 컨베이어에 옮겨져 털털 거리며 이동하는 동안 돌섬유인 석면이 솜처럼 풀어지고 커다란 자루에 담긴다. 자루 입구는 굵은 실로 꿰매지고 사람들이 등짐을 져서 나른다.

이 모든 과정은 온통 먼지 투성이다. 당연히 모두 석면 먼지다. 사람들은 일하는 동안 모자를 쓰고 면 수건으로 입 주위를 가린 마스크를 하고 있다. 코 부분을 눌러주는 철재 끈을 머리 뒤로 채운 게 인상적이다. 카메라가 작업자의 얼굴 부위를 클로즈업 하니 눈썹과 삐쳐 나온 머리, 모자, 마스크와 피부에 하얀 먼지가 잔뜩 내려앉아 있다.

자욱한 먼지 속에서 하루종일 일하고 돌아와 쉬는 곳은 광산 한 켠에 비닐로 겹겹이 둘러쳐 만든 임시 숙소. 마스크와 모자를 벗고 담배를 피워 문 왕홍빈 아비의 얼굴 양미간과 눈 밑 그리고 입가에서 귀까지 하얀 먼지가 덮여 있다. 석면과 흡연. 이 둘이 만나면 폐암 발병 가능성이 수십 배로 치솟는다. 그러나 어쩌랴, 고된 광산 일을 끝내고 돌아온 노동자의 유일한 즐거움이자 휴식은 끽연밖에 없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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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구름을 만드는 산>의 한장면, 눈 주위와 입가에서 귀까지 덮인 하얀 먼지는 백석면이다. 석면에 노출된 자가 흡연할 경우 폐암 발병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왕홍빈의 꿈은 돈을 벌어 예쁜 색시 만나 장가 가는 거다. 어디나 그렇지만 중국에서도 남자가 돈이 없으면 장가를 못 간다. 카메라는 홍빈이 그날그날 일한 내용을 기록하는 장면을 비춘다. 7월 25일 석면포 80개, 7월 26일 석면포 181개… 홍빈의 아빠는 매일 집에 있는 병든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오래된 핸드폰이 자꾸 꺼져서 아들 핸드폰의 칩을 빌려 전화를 하곤 한다.

영화 전반부에 나온 통화에선 몸이 좋지 않다고 답했던 아내는 영화 후반부에서 많이 좋아졌다고 답한다. 광산 일로 떨어져 사는 남편과 아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힘든 일과 누추한 숙소지만 늘 밝게 사는 아빠 왕씨. 영화는 그가 동료와 함께 숙소의 비닐하우스 통로에서 음악에 맞춰 탱고 춤을 추는 모습을 길게 보여준다.     

영화 속 현실보다 더 했던 한국의 석면광산

영화는 시종 담담한 톤을 유지하며 86분간 광산노동자의 모습 곳곳을 비춘다. 석면의 위험성을 암시하는 대목은 두 장면이 나온다. 하나는 왕홍빈이 마스크 쓴 채로 일하다 하얀 먼지가 눈에 들어가 비비자 눈이 빨갛게 충혈되는 장면이다. 다른 하나는 노동자 한 명이 호흡곤란을 호소하여 의사에게 진찰받는 장면이다.

큰 병원에 가보라는 의사를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는 노동자는 몇 년만 더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피력한다. 폐로 들어와도 느끼지 못하고 오랜 잠복기를 거쳐 치명적인 폐질환을 유발하는 석면의 특징에 대해 감독이 보여준 나름의 표현법이었다.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석면을 많이 생산하고,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다. 생산량은 최근 5년여 동안 38만~44만톤 사이이고, 소비량은 53만~66만톤이다. 그동안 계속 늘어나다 최근 약간 정체 상태다. 석면광산을 운영하는 나라는 러시아, 중국, 브라질, 카자흐스탄의 4개 나라로 이들이 세계 석면 생산의 99%를 차지한다.

중국(27.1%)과 인도(25.1%) 두 나라가 세계 석면 소비의 절반이 넘는 52.2%를 차지한다. 그 외 브라질, 인도네시아,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태국, 스리랑카, 우크라이나 등 8개 나라를 포함 모두 10개 나라가 세계 소비의 94%를 차지한다. 이중 아시아 국가들이 6개로 전체 소비의 70.2%에 달한다. 아시아는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가장 많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지역이다.

영화 <구름을 만드는 산>의 배경이 되는 중국의 '다오보' 석면광산에서 생산되는 석면량은 연간 15만톤. 2012년도 중국 전체 생산량의 36%를 공급했고, 소비량의 28%를 차지하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석면광산이다. 이 영화는 2012년 작품으로 감독은 주우, 2013년에 캐나다와 세계 여러 곳의 영화제에서 소개되어 호평을 받았다.

"예전에 광천 석면광산에서 일할 때와 비교해서 영화를 보니 어떠세요?"
"중국 광산이 규모는 훨씬 크지만, 먼지 날리는 거는 영화에 나온 거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못하지는 않아요. 게다가 우리 때는 면마스크조차 전혀 없었으니까."

친형과 작은아버지 그리고 4명의 당숙과 6촌 친적 등 6명이 광천의 석면광산에서 일했던 직업력 때문에 석면병으로 사망하고 본인 자신도 석면 피해자인 정 선생과 극장을 나서며 나눈 대화다.

<오마이뉴스>는 대표적인 환경보건 운동 엔지오인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함께 '환경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란 타이틀로 우리 사회에서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방사능 안전, 미세먼지, 석면, 유해 식품, 시멘트 먼지 공해, 전자기파 공해, 환경호르몬, 중금속 중독 등의 문제를 공동기획해 매주 한 차례 연재합니다. 이 글에 대한 원고료는 환경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한 활동에 쓰일 예정입니다. 독자들의 성원을 바랍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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