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차 일인시위-박현철 월간함께사는길 발행인

가습기살균제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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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피해

27차 일인시위-박현철 월간함께사는길 발행인

임흥규 0 6145

27일차; 2012.6.28() 박현철 편집주간님이 참여하셨습니다.

오늘도 광화문 광장에는 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1인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광화문 네거리의 생각

-6.28 가습기살균제 1인시위에서

광화문 네거리. 신호등이 바뀔 때마다 사람들은 무리지어 지나간다. 물결처럼 규칙적으로 한 무리씩. 정면에서 비치는 정오의 태양. 부신 빛에 눈을 가늘게 뜨며 나는 긴 생각에 빠졌다.

저이들에게 지금은 연속되는 시간의 일부이고 풍경만이 바뀌는 것이겠다. 그런 게 일상이다. 우리가 불행해지는 것은 뜻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내 뜻에 정면으로 반하는 사고가 일어날 때다. 만일 그 사고가 일상을 깨뜨리는 정도가 아니라 일생을 깨뜨린다면!

옹아리도 못하는 어린 것을, 아이 젖을 먹이던 아내를 잃었다. 큰 병이 아니었다. 큰 병을 막으려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감기를 막으려고, 습기를 조절하려고 사용한 가습기 때문이었다. 가습기를 소독하는 살균제 때문이었다. 이 순간, 가습기살균제가 일으킨 바이오사이드로 이미 3자리 숫자에 진입한 사상자들이 명을 달리하고 또 신음하고 있다. 그 죽음을, 그 고통의 신음을 가습기살균제를 만든 기업도, 그 제품의 안전성을 보장했던 정부도 책임지지 않는다.

비극이 된 피해자들의 시간을 일상으로 공유하는 다른 수많은 무관한 타인들의 시간이 광화문 네거리를 흘러간다. 열 두시 정오로부터 오후 한 시까지 단 한 시간, 이 거리를 흘러가는 수많은 우리들은 사실 저들 피해자들과 다르지 않다. 무관하지 않다.

우리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었고, 우리도 얼마든지 우리의 일상을 빼앗길 수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불행의 제비뽑기에서 벗어났다고 안심하고 외면한다면, 다음에는 다른 이름의 가습기살균제가 일으킬 바이오사이드 피해자의 긴 명부에 내 이름이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면, 지금 피해자들을 구제하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기업에게 책임을 지라고 촉구하고 함께 돌보자고 시민, 우리 서로에게 권면해야 옳다. 피켓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다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걸어온다. 눈을 맞춘다.

당신이 피해자였을 수도 있지요.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여기 서 있습니다. 당신이 저 다음으로 피켓을 든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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