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발표문] 태아와 영아 2명사망 엄마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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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발표문] 태아와 영아 2명사망 엄마의 글

최예용 0 5507

<사진; 가습기살균제 사건 발생 3주기인 8월31일을 맞아 2014년 8월 28일 서울역 광장에 피해자 유품이 전시되었습니다. 위 사진은 아래 글의 내용에 나오는 동영이의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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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의 십년가르침이 어머니가 임신하여 열 달을 기르는 것만 못하다라는 선조의 지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임산부의 생각조차도 태아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모든 것에 있어 조심, 또 조심 할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건강한 출산과 양육은 한 가정의 축복이고, 국가적으로는 다음 세대의 구성원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기에 산업화의 급격한 환경변화에서도 대부분의 국가는 임산부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으로 근로자 보호입법을 이어갔으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국가 대부분이 다음세대 구성원의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여 열 달을 품은 제 자식에게 태교는 고사하고 폴리헥사메탈린 구아니딘 글로라이드라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독성물질을 매일 태아에게 먹인 어미가 여기 있습니다.

 

임신초기 처음으로 아기 심장소리를 들은 그 기쁨으로 3년 동안 두 아이를 품는 과정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선택권이 없는 새 생명들에게 매일 매일 독성물질을 먹인 무식하고 비난받아 마땅한 어미가 여기 여러분 앞에 부끄러움도 모른 체 서 있습니다.

 

여기 또 다른 저와 같은 대한민국이라는 무지의 존재가 같이 서 있습니다.

 

가습기살균제(세정제)로 인해 폐손상증후군을 일으켜 영유아, 아동, 임신부, 노인 등이 사망하였고 201111월 인체독성을 공식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난 201212, 민관 공동 추천으로 폐손상 조사위원회를 구성,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여부와 질환 정도를 조사 중에 있으면서도 관련기업의 보상이나 책임자 처벌 없이 제품만 수거하고 가해기업에 대한 허위·과장광고로 과태료부과 조치만 취했습니다.

 

또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회원들로 구성된 고소인단의 옥시레킷벤키저 등 15개사 살인죄 고소에 대해 20151, 고의성이 없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전면 부정하였고 가습기관련 특별법은 국회에 잠들어 있습니다.

 

더욱이 정부가 구성한 의료관련 T/F팀은 두 차례의 가습기피해사례 판정에서 독성물질의 태아사례 피해와 관련해서는 단 한 건도 그 관련성을 인정하고 있지 않음은 물론 독성물질의 임상학적 소견을 폐손상에만 집중하여 태아를 비롯한 다양한 피해사례에 대해서는 제한적 판단범위와 자의적 판단기준을 적용하여 피해사례 인정범위 축소에만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옥시에 가습기살균제 제품 주원료를 조달하는 SK케미칼은 옥시측에 PHMG가 유해물질이라는 사실을 작성해 공지했으며, 당시 SK케미칼이 작성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의 주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SKYBIO 1125’를 유해물질로 분류하며 이 제품을 먹거나 마시거나 흡연하지 말도록 경고하였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msds제도란 화학물질정보공개제도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8년 원진레이온()에서 발생한 이황화탄소 중독사건과 1995LG전자부품()2-브로모프로판 중독 사건을 계기로 199671일부터 근로자의 안전확보와 기업간에 있어서의 유해물질에 대한 정보교환을 위해 산업안전보건보건법에서 유해물질의 금지 및 제한적 사용에 대해 강행적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근로기준법에서는 임산부가 유해,위험한 사업에 노출되면 여성의 모체뿐 아니라 태아에게 치명적 해를 끼칠 수 있고, 수유를 통하여 신생아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을 법으로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msds의 경우 대부분이 화학물질로, 원소 및 원소간의 화학반응에 의하여 생성되는 특성으로, “사용되는 방법, 환경,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그 누구도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양한 변수들에 의해 동일한 형태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행 우리나라의 법체계상 msds 물질에 노출되었을 경우 관련 물질과 노출된 인체 질병과의 관련성을 명확히 부인하지 못할 경우, 상당인과관계성을 추정하여 산업재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임산부의 경우 경험칙 상 유해물질의 흡입은 당연히 태아의 성장과정에 치명적인 위험을 발생 할뿐 만아니라,

가임기에 있는 여성의 불임이나 기형아 출산 등에 상당한 원인을 제공하는 만큼 전 세계적으로 유해물질은 GHS-MSDS 기준에 따라 새롭게 정립되고 있으며 국내의 경우 2010년부터 국제기준을 도입하여 관련 제제를 강화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재료공급업체가 MSDS물질이라고 경고하였음에도 태연히 해당제품을 판촉하여 판매한 기업이 대형로펌을 대리인으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국가는 화학물질 특성상 이미 유독물질이라고 명백하게 밝혀진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들에게, 관련제품의 피해사례로 나타난 일부 공통된 임상학적 징후만을 준거 기준으로 삼아 4단계의 판정 기준만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유해물질에 대한 임산부를 사전에 보호하기 위한 국가법령체계를 전면 무시 하고, 임산부의 유해물질 흡입이 태아에게 손상을 미치지 않는 다는 연구결과는 국가 스스로가 금반언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는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행위라 할 것입니다.

 

만약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국제적으로 인정된 수천가지의 msds라 하더라도 실제 임산부가 흡입한 뒤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임상실험 한 후, 법으로 임산부의 노출을 금지하여야 할 것입니다.

 

아이 둘을 어미의 무지로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 속으로 떠나보낸 참담한 심정은 차지하고라도, 가습기 유해물질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수많은 피해자의 눈물과 고통이 대형 로펌 뒤에 숨어 고객의 가치 창출을 통한 기업의 존속이 아닌 판매를 통한 이익창출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후진국형 기업이념의 옥시를 비롯한 가해기업의 당당함과 독성물질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 보호와 피해자에 대한 사후처리를 자력구제에만 맡겨놓고 뒷짐지고 있는 대한민국!

 

그렇습니다. 이것이 제가 살고 있는 국가이고 가해기업들이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당당하게 이 땅에서 존재하는 대한민국이며, 천문학적 비용이 덜더라도 당연히 인양되어야 할 세월호에 대해 비용적인 면을 강조하여 세월호 가족을 두 번, 세 번 죽이고 있는 그 사회입니다.

 

저는 지난 국회기자회견 시 저를 임상학적 실험대상자로 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습니다.

정말 어미의 무지로 떠나보낸 제 아이들이, 임신기간 내내 집에 습도를 맞춰야 한다며 가습기를 틀고 가습기 살균제를 살뜰하게 챙겨 넣던 제 남편까지 죄인이 되어버린 지금!

 

저는 다시 한번 정부와 가해기업들에게 간곡히 요구합니다.

정부는 제3자가 아닌 이사건의 당사자로 나서야 하며 옥시를 비롯한 가해기업들은 최소한의 기업 윤리라도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공식적인 사과를 해야 할 것입니다.

 

생업에 바빠, 정말 너무나도 평범한 사람들이기에 집단적인 시위와 체계적인 모임조차도 할 줄 모르는 저희들이 이제 국가와 가해기업의 그 뻔뻔함에 수인한도를 넘어 생업을 내려놓고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무능한 국가를 대신해 최소한의 피해자 구제를 위해 영국본사 방문을 기점으로 피해자의 억울함을 아직도 살아있는 사회정의에 적극적으로 호소 하고자 합니다.

 

비록 내 아이들이 누려보지 못한 세상이라 하더라도, 산소 호흡기에 의존하고 하루하루 연명하는 수많은 피해자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보낸 사망자 가족들의 아픔이 여전히 존재하는 이 순간!

 

저는 끝까지 진실을 위해 싸울 것입니다.

저는 가해기업의 뻔뻔함과 무능한 국가 속에서 저와 같은 평범한 시민이 살아 숨 쉬는 사회정의가 반드시 이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답을 줄 것이라고 믿기에 결코 이 기나긴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201556일 태아와 영아 2명 사망자 엄마 권민정

 

위 글은 2015년 5월6일 오전11시 서울대학로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기자회견장에서

대구에서 올라온 권민정 엄마가 직접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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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분들을 생각하며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이 보내온 박노해 시인의 시를 소개합니다. 

 

이별은 차마 못했네 

 

박노해 

 

사랑은 했는데 

이별은 못했네 

 

사랑할 줄은 알았는데  

이별할 줄은 몰랐네

 

내사랑 잘 가라고

미안하다고 고마웠다고

차마 이별은 못했네

 

이별도 못한 내 사랑

지금 어디를 떠돌고 있는지

길을 잃고 우는 미아 별처럼

어느 허공에 깜박이고 있는지

 

사랑은 했는데

이별은 못했네

 

사랑도 다 못했는데

이별은 차마 못하겠네

 

웃다가도 잊다가도

홀로 고요한 시간이면

스치듯 가슴을 베고 살아오는

가여운 내 사랑

 

시린 별로 내 안에 떠도는

이별 없는 내 사랑

안녕 없는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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