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의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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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의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엄마입니다

관리자 0 4870

 

1.jpg<사진, 아래 기사에 소개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사망아기 동영이. 지난 8월26일 서울역에서 열린 피해자유품전시행사장에서>

가습기살균제로 두 아이 잃은 엄마의 눈물

베이비뉴스2014 11 5

“두 아이를 하늘로 보낸, 그 아이들에게 가습기 살균제라는 독성물질을 매일 흡입하게 한, 죄인의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엄마입니다.”

 

마이크를 잡은 권민정 씨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리고 끝내 눈물을 흘렸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두 아이를 잃은 그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의원들이 지난 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원인, 대책 그리고 교훈’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가습기 살균제로 겪은 피해를 증언했다.

 

권 씨는 둘째 아이 출산을 50일 앞둔 2005년, 병원으로부터 ‘태아의 장기가 하얗게 뒤덮여 보인다’는 소리를 듣고 중절수술을 했다. 정확한 원인과 이유도 모른 채 ‘밤톨이’라는 태명의 아이를 하늘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후 임신한 셋째 아이의 장기도 하얗게 뒤덮여 있었다. 다행히 출산을 했지만 아이는 호흡곤란으로 세상을 떠났다. 2007년 4월의 일이다.

 

권 씨는 “아이는 30일 동안 온몸에 더 이상 주사 바늘을 넣을 곳이 없어 심장 옆에 외과적 시술을 통해 링거를 꽂았다. 그 모습을 보며 수차례 실신을 거듭했다”며 “바보같이 차디찬 아이의 주검을 받아든 남편과 저는 원인조차도 모르는 현실에 좌절하고, 아이가 세상에 나와 받은 고통에 악몽 같은 나날들을 보내왔다”고 울먹였다.

 

권 씨 부부는 또 아이를 잃을까 하는 두려움 속에서 2008년 막내 아이를 출산했다. 아이는 다행히 멀쩡했다. 가습기가 고장 나면서 임신 기간 동안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지 않은 게 아이의 생명을 지켜줬다.

 

권 씨는 질병관리본부 폐손상조사위원회가 진행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판정에서 ‘가능성 없음’인 4등급 판정을 받았다. 그는 “하늘로 보내버린 두 아이들을 임신했을 때 습도를 맞추기 위해 가습기를 사용했고,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 상대적으로 약한 태아에게 분명히 가습기의 독성이 어떤 형태로든 전달된 것”이라며 “이는 당연히 독성물질이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보통의 경험에 의한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이 평범하고 당연한 논리가 왜 가습기 살균제 피해 판정에는 적용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권 씨는 “적어도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제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고 또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 반드시 밝혀서 그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소리칠 것이다. 정부는 독성물질과 태아와의 영향에 관한 내용을 장시간 연구과제로 두지 말고 저를 조사해 달라”며 “적어도 이 땅에 정의가 있다면 독성물질에 대한 한마디의 사과나 시인 없이 아직도 살인기업이 법제도 속에 숨어 존재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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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의원들이 지난 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원인, 대책 그리고 교훈’이라는 제목으로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 및 제2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가영 기자 ky@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지난 3월 질병관리본부 폐손상조사위원회는 361건의 피해조사에 대해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건강피해여부에 관한 첫 공식 판정을 했다. 판정결과에 따라 피해 가능성이 높은 피해자 168명에게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들로부터 구상권을 통해 비용을 돌려받는다는 조건을 전제로 의료비 등이 지원되고 있다. 권 씨와 같이 피해를 입었음에도 의료비 지원 등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은 답답한 상황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인 이세섭 씨는 “첫 아이는 ‘급성간질성폐렴’ 진단을 받았고 피해 등급 1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저는 아이와 가습기 살균제에 함께 노출된 저는 4등급을 받았다. 왜 피해증상이 있는데도 피해자로서 인정되지 않고 제외돼야 하냐”고 지적했다.

토론회에서는 피해자들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과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고를 막기 위한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강조됐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폐손상 외 비염, 피부염, 안구질환 등 다른 신체부위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원인규명이 미흡한 부분에 대한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소장은 “매해 겨울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사용한 인구만 800만 명이다.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8년간 수많은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유사질환자 추적조사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가습기 살균제 사건 발생 3년이 지났지만 유사피해 발생 우려는 큰 상황이다. 지난 3년간 호흡기 노출 가능 제품에 대한 흡입독성테스를 거친 제품은 하나도 없다”며 “화평법만으로는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못 막는다. 생활제품 속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관리를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화 성균관대 약대 초빙교수도 “신규 화평법이 가습기 살균제 사고의 교훈을 반영했다고 해도 기술적인 세부사항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호중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장은 “아직도 피해 신청을 안 한 분들을 위해 피해 신고 기간을 연장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며 “내년 가습기 살균제 예산은 25억으로 신청했으며, 예산이 부족해지면 다른 조치라도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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