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 잃은 가습기살균제 피해 엄마 "나를 조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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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 잃은 가습기살균제 피해 엄마 "나를 조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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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 잃은 가습기살균제 피해 엄마 "나를 조사하라"

경향신문 2014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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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들에게 가습기 살균제라는 독성물질을 매일 흡입시킨 죄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밝혀지도록, 그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소리칠 것입니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두 아이를 잃은 권민정씨(41)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원인, 대책 그리고 교훈’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토론회에서 “정부 관계자들은 가습기 살균제의 태아 영향을 장기 연구과제로 두지 말고, 저를 조사해 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마이크를 잡은 두 손은 떨리고 있었다.

권씨는 2005년 당시 원인 미상이던 태아의 장기 이상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중절수술을 받고 태명이 ‘밤톨이’였던 아이를 잃었다고 했다. 2007년 4월에는 태어난 지 백일 정도밖에 안된 둘째 동영이가
호흡곤란을 겪다 죽어갔다. 권씨 자신은 질병관리본부 폐손상조사위원회가 진행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판정에서 ‘가능성 없음’에 해당하는 4등급 판정을 받았다.

권씨는 “아이에게 더 이상 주사바늘을 꽂을 곳이 없어 심장 옆에 외과적 시술을 통해 링거액을 넣는 모습을 보며 수 차례 실신하기도 했다”며 “남편이 아이 보러 가는 것을 만류해 나는 아이 병실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그는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셋째 아이만 2008년에 태어날 때 멀쩡했다고 했다. 우연히 가습기 살균제가 고장 나 임신 중에 사용하지 않은 시절이었다. 환경부가 유해성 심사를 거쳐 가습기 살균제의 유독성을 첫 공표한 2012년 4월 이전에 아이 셋의 운명은 그렇게 엇갈린 것이다.

권씨는 “독성물질이 (엄마의 몸을 통해)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법적으로도 인정되고 상식적인 사실인데 왜 가습기 살균제 피해 판정에는 적용되지 않느냐”며 “지금 정부의 피해자 판정에는 태아에 대한 언급이나 역학적 조사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땅에 정의가 있다면 가해기업이 어떻게 한마디 사과도 없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을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의원들이 연 이날 토론회에서 성균관대 약대 김용화 초빙교수는 “기업이나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성분에 대해 제품 출시 전에 위해성 평가를 했다면 개발·판매가 금지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진국에서 ‘
음용수 살균제’로 사용하지 않는 물질인데도 입으로 들어가지 않는 가습기 살균제로 쓰는 것은 당연히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원인이 됐다”며 “현행 관련 법률도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고를 예방하기에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가습기 살균제로)
폐질환 외에 비염·안구질환·피부질환 등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호흡기로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제품은 흡입 독성 검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환경부 이호중 환경보건정책과장은 “새로운 피해자의 신고를 받기 위해 (피해 판정)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폐질환 외의 질환에 대해서는 용역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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