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치로 입증된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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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수치로 입증된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관리자 0 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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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사설

2014년 3월 13일자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폐 손상을 인정하는 정부의 첫 공식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와 환경부가 발표한 폐손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의심 사례 361명 가운데 127명(35.2%)은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폐 손상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가능성 높음’이 41명(11.4%), ‘가능성 낮음’이 42명(11.6%), ‘가능성 거의 없음’이 144명(39.9%), ‘자료 부족으로 판정 불가’가 7명(1.9%) 등이다. 이번 조사 결과로 2011년 8월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세상에 알려진 지 2년7개월 만에 정부에 의한 피해자 구제의 길이 비로소 열리게 됐다. 만시지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여러 번 지적했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사망자만 144명이 신고된 국내외 초유의 대규모 바이오사이드 사건이다. 정부가 해결 노력보다 책임 회피와 떠넘기기로 일관해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받는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환경성 질환으로 보지 않고 ‘소비자와 제조사의 분쟁 문제’로 치부함으로써 가뜩이나 투병과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은 피해자들을 소송으로 내몬 것이 그런 예다. 이번 조사도 국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결의안이 통과되고 가습기 살균제 구제법안이 4개나 제출되는 등 정치권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자 마지못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폐손상조사위의 조사 결과 가운데는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다. 이를테면 전체 사례의 40%에 가까운 144명에 대해 어떤 기준과 과정을 통해 ‘가능성 거의 없음’이라고 판정한 것인지 궁금하다. 사망자만 18명이 포함된 이들의 사망이나 병증이 가습기 살균제와 무관하다고 단정하려면 그에 대한 분명한 설명과 의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건강 피해를 인정받은 경우 환경보건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근본적 해결에는 한계가 있을뿐더러 일회성 구제에 그칠 공산이 크다. 피해 인정을 받은 생존 환자가 합병증·암으로 악화되는 상황 등 새로운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피해자 및 환경보건단체가 제안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환경보건센터’ 설립 등 적극적인 대책을 검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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