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폐이식 수술만 3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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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폐이식 수술만 3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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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8 경향신문

‘마지막 수단’ 택한 폐 손상 환자 3년 새 두 배 이상 늘어
4단계 피해자는 지원 못 받아…“정부의 빠른 대처 필요” 

윤정애씨(48)가 누운 침상 옆에는 휴대용 산소통 2개가 놓여 있었다. 산소 호흡기 없이 움직이기 쉽지 않은 그는 곧 폐이식이라는 큰 수술을 받을 참이다. 남편과 아들, 딸이 침착하게 병상을 지켰다. 2001년 겨울 처음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이후 이들에게 병원은 익숙한 곳이 됐다. 윤씨 가족은 모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다. 환경부로부터 윤씨가 1단계, 남편과 딸이 4단계 판정을 받았다. 아들은 태아 피해가 인정됐고 폐질환은 3단계다.  

폐이식 수술 전인 지난 13일 오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윤씨를 만났다. 폐이식 수술은 기증자를 찾기 어렵다. 윤씨는 “저녁 8시 수술인데, 아침 10시 반에 기증자가 있다고 연락이 왔다. 바로 준비해서 병원에 오니 오후 2시였다”며 “지난 3월 이식을 신청했는데, 다행히 기증자가 빨리 나타나 수술하게 됐다”고 했다.  

폐이식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폐가 손상된 환자들이 거의 마지막 수단으로 택하는 수술이다. 조건에 맞는 기증자를 찾기 어렵고, 이식을 받아도 수술 후 몸에서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나온다. 이식 후 5년 생존율은 약 50~60% 수준이다. 하지만 폐 기능이 악화하면 다른 수가 없다. 의사는 3년 전부터 윤씨에게 이식을 권했다. 

 

윤씨는 14일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다.

 

윤씨처럼 폐이식 수술을 받거나 희망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 17일 가습기살균제의 진상 규명을 위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폐이식을 받은 사례는 윤씨 사례를 포함해 모두 32건이고 피해자 숫자는 31명이라고 밝혔다. 이 중 1건은 같은 피해자가 두 번째 폐이식을 받은 경우다. 지난 2016년 조사 때 14명이었으니 3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다. 특조위 확인 결과 이 중 6명이 사망했다. 병원으로부터 폐이식을 권고받고 폐기증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인 이는 4명이다.  

윤씨가 수술 전 입원한 병원 15층 다른 병실에는 안은주씨(52)가 입원해 있다. 두 번째 폐이식 수술을 기다린다. 지난해 12월14일에 병원에 들어와 이날로 꼭 6개월째 병원 생활을 했다. 안씨는 “윤정애씨가 기증자를 찾아서 정말 다행”이라며 “기증자를 찾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부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농구 선수였던 안씨는 2008~2010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후 간질성 폐 질환 판정을 받았다. 2015년 첫 번째 폐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거부 반응이 일었다. 안씨는 “지난해 들어올 때는 걸어 들어왔는데, 이제는 혼자 화장실 가기도 힘들다”며 “하루하루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윤씨는 1단계 피해자라 정부 ‘구제급여’를 받았다. 안씨는 지난해 기업자금으로 조성된 ‘특별구제계정’ 대상자로 선정돼 치료비를 지원받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체계는 구제급여(1·2단계 피해자)와 특별구제계정(3·4단계 피해자)으로 나뉜다. 다만 폐질환은 3단계 피해자만 구제급여를 지원하고 4단계는 사실상 지원을 받지 못한다.  

지난 4월 사망한 조모씨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옥시 살균제를 사용하다 2016년 폐섬유화 진단과 함께 폐이식을 권고받았다.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를 했지만, 4단계를 받아 지원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최예용 사회적참사 조사위 부위원장은 “폐가 망가져 이식을 원하는 이들이 더 늘어날 수 있어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정부의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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