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대한 세 가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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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에 대한 세 가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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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칼럼 2013년 12월 13일자

천연가스 버스 보급, 수도권 대기오염물질 총량 관리제 도입 등으로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대기오염도는 절반가량 떨어졌다. 요즘 미세먼지에 대한 높은 불만은 좋아진 대기에 우리가 상당히 익숙해졌음을 의미한다. 부럽던 유럽 노천카페가 서울 도심에 등장한 걸 보면 뿌듯함이 느껴진다.

그러면 우리 대기는 중국만 비난할 정도로 정말 깨끗해진 걸까. 미세먼지에 관한 첫 번째 오해는 중국이 국내 미세먼지의 최대 주범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에너지의 70%를 석탄으로 사용하는 중국 스모그는 지독하다. 올해 1월 베이징의 초미세먼지(PM2.5)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의 40배인 m³당 993μg(마이크로그램)까지 많아졌다. 대기가 아니라 가스실이라고 해야 할 정도다. 그렇지만 그게 몽땅 한반도로 건너오는 건 아니다. 국내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 리스크가 커지곤 있지만 국내 미세먼지의 절반은 넘지 않는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한중일 공동연구에 따르면 오염물질의 30∼50%가 중국에서 온다. 이는 연구결과일 뿐, 중국 정부는 시인하지 않는다. 중국 스모그에 면죄부를 주자는 말이 아니라 국내 오염원 감소를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중국인들 스모그가 좋겠는가. 중국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손해배상 운운해 봐야 양국 관계만 악화시킬 뿐이다. 우리 대기가 훨씬 좋았다면, 그리고 더 좋아진다면 중국 스모그의 영향도 줄어들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기차 개발 등 국내 오염원을 줄이는 데 포커스를 맞춘 정부 대책은 옳은 방향이다.

두 번째 오해는 중국이 스모그를 방치하고 있다는 편견이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는 베이징에 천연가스 버스를 도입하는 등 대기환경 개선에 노력했다. 비록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중국 스스로가 스모그 국가임을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증거다. 게리 로크 주중 미국 대사가 지난달 임기를 채우지 않고 사임하며 “중국의 스모그 때문에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 말은 역설적으로 중국의 스모그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세계에 알리는 농담이 됐다. 중국은 2017년까지 285개 도시의 PM10 농도를 2012년 대비 10% 이상 줄이겠다는 내용의 대기오염방지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들어갈 예산만 해도 1조7000억위안(약 307조 원)이다. 행동계획에는 중국 명물인 노천 양꼬치구이를 금지하는 것부터 산업 구조조정까지 다양한 대책이 들어 있다. 최근 중국은 오염 방지를 위해 시안의 낡은 제철소를 폭파해 없애 버렸다. 우리가 할 일은 기술정보 제공 등 중국을 실질적으로 도와주는 것이다.

셋째는 미세먼지를 후진국형 대기오염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필자가 현장기자 시절이던 1990년대는 총부유분진(TSP) 척도를 썼다. 먼지의 크기보다는 양이 문제였다. 요즘은 먼지가 얼마나 많으냐보다 얼마나 작으냐가 더 관심이다. 입자가 작을수록 폐나 심장에 잘 들어가 건강에 미치는 폐해가 크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PM10보다 지름이 더 작은 PM5가 등장하더니 요즘은 PM2.5가 초미의 관심사다.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신동천 교수는 인류는 진화 과정에서 겪어보지 못한 먼지와 처음으로 맞닥뜨리게 되었다고 진단한다. 동굴에서 불을 피우거나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연기에 호흡기가 적응했는데 기술 발전과 함께 등장한 초미세먼지에는 인간이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먼지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작아질 뿐이다. 인간은 이제 ‘나노 먼지’와 동거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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