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플라스티키, 바다를 구해줘] 사라지지 않는 플라스틱의 탐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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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플라스티키, 바다를 구해줘] 사라지지 않는 플라스틱의 탐욕

최예용 0 8338

내일신문 2013년 10월 4일자 책소개

안종주 환경·보건칼럼니스트

북로드 /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 지음 / 우진하 옮김 / 1만8000원

올 여름은 살인적인 폭염이 한반도를 덮쳤다. 그 폭염 속에 한 무리의 자전거 군단이 서·남·동해안을 따라 전국을 누볐다. 8월 12~23일 12일간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소속 활동가들은 자전거로 전국 1200킬로미터를 돌며 한국인들에게 긴급신호, SOS를 보냈다. SOS는 'Save Our Seas', 즉 '바다를 구해줘'란 뜻이기도 하다. 이 구호가 적힌 깃발을 자전거 뒤에 꽂고 각 지역 환경운동 활동가, 그리고 환경에 관심을 보인 자전거동호회 회원들과 우리 바다가 위험에 처했다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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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들은 유해폐기물을 바다 밑으로 마구 버려왔다. 한국 등 바다를 끼고 있는 나라들은 폐기물을 처리할 땅을 찾기가 쉽지 않자 바다를 투기장소로 택한 것이다. 한국은 서해 한 곳과 동해 두 곳을 유해폐기물 해양투기지역으로 정해 30년 넘게 오니, 산, 알칼리 등 각종 산업폐수와 음식폐수, 축산분뇨, 인분 등을 쏟았다. 지난 2010년에만 4백만톤이 넘는 폐기물을 버렸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날이 갈수록 오염돼가는 바다에 계속해서 유해폐기물을 버리는 것은 지구에 치명상을 입힐 것으로 보고 런던협약을 맺어 해양투기를 금지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1992년, 영국은 1999년, 일본은 2007년 각각 해양투기를 전면금지했다. 우리나라도 이 협약에 가입한 뒤 단계적으로 투기 금지대상을 정해 버리는 양을 줄여왔다. 올해는 음식폐수가 금지대상이다. 하지만 가장 유독한 산업폐수는 2년간 더 버릴 수 있도록 유예조항을 만들어 계속 버리고 있다.

 

이에 반대해 환경활동가들이 서울을 출발해 인천을 거쳐 서해안을 따라, 이어 남해안과 동해안을 따라 체감온도 4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 속에 보통사람들이 무모하다고 보기에 충분한 자전거대장정을 감행한 것이다. 이들의 목표는 국민들에게 바다의 중요성과 해양투기의 실상을 알리는 것과 정부가 당장 이를 중단하거나 이른 시일 안에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었다.

날이 갈수록 오염돼가는 바다

하지만 절반의 성공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국민이 바다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대장정 직후 이들과 면담한 해양수산부 장관이 해양투기 금지를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례적인 말에 그쳐 맥빠지고 말았다.

환경활동가는 특정 환경이슈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가끔 이런 형태의 캠페인을 벌인다.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환경 선진국에서환경활동가들이 벌이는 캠페인은 그규모와 방식 면에서 우리를 놀라게한다. 한국의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보다 3년 앞서 지난 2010년 한 무리의탐험대가 재활용 플라스틱 페트병으로 만든 배로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해 태평양을 가로질러 1만4800킬로미터를 129일 걸려 항해한 끝에 호주시드니에 도착했다.

플라스틱 폐기물의 위험성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한, 죽음을 무릅쓴 모험이었다. 대다수 언론과 뱃사람들은 무모하다는반응이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않고 일을 저질러 마침내 뜻을 이루었다.

이 책의 저자이자 이번 항해를 주도한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는 영국의 유명 금융재벌 로스차일드가의 막내아들이자 모험가로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는 젊은이들의 단체인 어드벤처 에콜로지의 설립자이다. 그는 유엔환경계획이 뽑은 '기후영웅' 이며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선정한 떠오르는 탐험가 이기도 하다. 이들은 인간들이 무분별하게 내버리는 쓰레기, 특히 플라스틱으로 바다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

이 항해를 위해 무려 1만2500개의 페트병을 모아 설탕과 캐슈너트열매에서 추출한 천연접착제로 배를 만들었다. 배의 이름은 플라스티키로 지었다. 플라스티키는 플라스틱과 콘티키에서 따왔다. 콘티키는 고대 남미의 원주민들이 태평양을 건너 폴리네시아 섬에 정착했다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1947년 노르웨이 탐험가 토르 헤위에르달이스칸디나비아 출신 5명의 동료들과함께 페루를 출발해 태평양을 횡단해 폴리네시아로 항해하는데 사용했던, 발사나무로 만든 뗏목의 이름이다. 플라스티키 대항해에는 콘티키의영웅 헤위에르달의 손자인 올라프 헤위에르달도 함께했다.

플라스티키는 저자가 바다를 구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면 될까 하는 고민 끝에 만들어낸,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배이다. 이 책은 플라스티키 구상과 설계에서부터 제작, 항해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세세하게 그려놓았다. 책 중간 중간에 탐험에 참여한 사람들과 바다 오염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인간이 저지르고 있는 바다 오염과 바다와 관련해 우리를 낯 뜨겁게 하는, 불편한 진실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가운데 일부를 보자.

"미국인들이 1년 동안 사용하는200억 개의 플라스틱 페트병을 만들기 위해서는 1700만 배럴의 원유가 필요하다. 플라스틱 페트병 6개 중 5개는 재활용되지 않는다." "매년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10만 마리의 바다거북이, 돌고래, 그리고 다른 해양포유류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100만 마리의 해양조류도 희생양의 일부다." "3분마다 8500만개 이상의 플라스틱 병이 사용되고 있다. 병에 담아 파는 생수는 수돗물보다 1900배 더 비싸다."

이 책은 항해에 참여한 대원들의 일기들을 틈틈이 소개해놓았다. 한 대원은 일기에서 달도 없는 고요한 밤이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파도와 매서운 바람으로 힘겨웠던 하루를 마치고 바다는 이제 조용해졌다. 하늘의 은하수는 너무나 가까이 보여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다. 별똥별이하도 많이 떨어져 미처 소원을 빌 시간이 없을 정도다. 라고 적었다. 이런 글을 읽노라면 탐험대원이 되고 싶은 욕망이 절로 용솟음친다.

인간이 저지르는 낯 뜨거운 진실들

저자는 탐험을 끝낸 뒤 일상으로 돌아와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단 하루도 살지 못하는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수전 프라인켈의 플라스틱 사회 를 새삼 실감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플라스티키를 통한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인간의 중독성과 탐욕은 사라질 줄 모른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다시 육지에서 살게 되자 내 호흡은 더 빠르고 짧아졌다. 모든 것들이 빽빽하며 건성건성 지나간다. 그리고 그 속도도 아주 빠르다. 이런 일상생활의 속도는 사람을 몹시 정신없게 만들고 자연 생태계를 황폐화시키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집중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로스차일드는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바로 플라스틱 공해와 바다 오염에 대한 지구인들의 관심이다. 그는 한국 독자들을 위한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플라스틱 병 하나를 줍는 것이 바로 희망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고.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플라스틱 병 사용을 분명 줄일 것이다. 로스차일드뿐만 아니라 지구가 바라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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