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신과 아이는 또 GMO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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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과 아이는 또 GMO를 먹었다!"

최예용 0 7304

[안종주의 '건강 사회'] GMO의 건강학

 

유전자 조작 농산물(유전자 재조합 농산물)이란 이름으로 대중에게 익숙한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이 우리나라는 물론 GMO의 메카인 미국, GMO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여전한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 금지한 GMO 밀을 미국 오리건 주 한 농장에서 재배한 것이 드러나 미국 정부를 당혹케 하고 있다.

 

이 GMO 밀은 GMO 세계의 제왕인 몬샌토가 연구실에서 개발한 제초제 저항 유전자를 지닌 품종으로 개발됐으나 미국 정부가 시판을 허가하지 않은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GMO 농산물과 식품의 인체 안전성은 물론이고 GMO 표시제 그리고 환경 안전성이 새삼 도마에 오르고 있다.

 

GMO는 싫든 좋든 우리 곁에 친구처럼 자리 잡았다. GM 농산물이나 GM 식품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먹지 않은 사람은 아마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GMO 반대 환경운동가나 소비자 운동가 등도 여기서 예외가 되기는 어렵다. GMO 또는 그것을 사용한 식품을 운 좋게 지금까지 직접 먹지 않았다 하더라도 만약 닭, 오리, 돼지고기, 쇠고기 등을 최근 10년간 단 한 번이라고 먹은 적이 있는 사람은 GMO를 간접적으로 먹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거의 모든 가축들이 과거는 물론 지금 이 순간 GMO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먹는 식품, 특히 가공 식품의 경우 표시 내용을 꼼꼼하게 읽는 편이다. 그렇지만 GM 식품을 알게 모르게 많이 먹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욱 자주, 많이 GM 식품을 먹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세계 곳곳에서 재배하는 GMO의 숫자와 양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요, 한국은 미국뿐 아니라 많은 GMO 재배 국가로부터 GMO를 수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각종 가공 식품 수입도 늘어날 터인데 초국적 식품 기업은 물론이고 GMO 생산 국가가 아닐지라도 그 국가에서 수출하는 과자, 식품 등 먹을거리에는 분명 GMO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GMO 표시제 강화를 위해 최근 국내에서 열린 어느 세미나에서 한 주부 소비자는 "GMO 농산물이 국내에 그렇게 많이 들어오고 있는 줄, 또 이를 이용한 콩·옥수수 기름, 전분 등이 많이 생산·판매되고 있는 줄 몰랐다. 지금까지 아이에게 GM 식품을 먹인 것을 생각하니 당혹감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이 소비자의 우려처럼 그동안 우리나라는 GMO를 주로 미국한테서 수입했다. 2011년에는 전체 GMO 수입의 81퍼센트가 미국에 집중됐던 것이 지난해에는 미국의 가뭄으로 인한 수확량 감소와 국제 곡물 가격 변동 등 때문에 GMO 수입 국가가 미국(36퍼센트), 브라질(32퍼센트), 아르헨티나(15퍼센트) 등으로 다변화됐다.

이들 수입 GMO는 소, 돼지, 닭 등의 사료용뿐만 아니라 식용으로도 쓰인다. 지난해에는 옥수수와 콩이 8억5000만 달러(192만 톤) 규모로 수입돼 주로 전분, 전분당 제조용이나 식용유 제조에 이용됐다. 사료용으로는 옥수수와 면실류 등이 18억3000만 달러(593만 톤) 수입 승인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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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밀 곡창 지대에서 농부가 밀을 수확하는 모습. ⓒwikipedia.org


식탁에 넘쳐나는 GM 농산물과 식품들

 

이런 사실만으로 볼 때에도 우리 식탁에는 GM 식품이 넘쳐나고 있으며 이를 피하기는 이제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게 됐다. 전분이나 전분당, 식용유를 전혀 먹지 않는 사람은 사실상 없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 GM 밀 재배 파문이 국내에서 과거 흔히 있었던 식품 파동으로까지 번지지 않고 있는 것은 GM 식품의 안전성 논란이 오래 전부터 있어 왔음에도 아직 그 피해나 위험을 피부로 느낄 만한 사건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핵발전소의 위험을 크게 느끼는 것은 핵이 지닌 재앙적 위험성도 있지만 체르노빌, 후쿠시마 등에서 대재앙을 이미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GMO 분야에서는 그런 사건이 벌어진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벌어졌던 GM 두부 파동이 아마 지금까지도 소비자들이 기억하고 있는 대표적 GMO 안전성 논란 사건일 것이다. GM 두부 사건은 당시 한국소비자보호원이 1998년 11월부터 1999년 10월까지 수도권에서 유통되는 포장·비포장 두부 22개 품목과 원산지가 표시된 콩 30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미국에서 수입한 콩에서 GM 콩이 38퍼센트나 섞여 있었고 두부의 경우 거의 대부분인 18개 품목에서 GM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100퍼센트 국산 콩'으로 표기해 팔고 있는 두부 6개 제품 가운데 2개에서도 GM 양성 반응이 나타나 GM 식품이 국내에서는 팔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소비자들을 분노케 했다.

 

소비자 단체 활동가들은 GM 식품 조사 결과가 발표된 11월 3일 당일 두부 공장 앞에서 GM 두부로 발표된 제품을 땅에 내팽개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는 공중파 방송의 저녁 뉴스로 국민들에게 전달돼 GMO가 매우 위험한 것이라는 각인 효과를 주었다. 우리나라에서 GM 식품이 '프랑켄푸드'가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주)풀무원이 시험 검사 결과를 발표한 소비자보호원을 실험이 잘못됐다는 비판 광고와 함께 106억 원의 손해 배상 소송을 내고 환경 단체 소속 회원들이 풀무원을 상대로 1000만 원의 손해 배상 소송을 내는 등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졌다. 하지만 2003년 5~6월 (주)풀무원과 환경 단체 소속 시민 모두 소 취하에 동의했다. 결국 이 사건은 승자와 패자가 없는 유야무야로 매듭지어졌다.

 

이 사건에서 우리는 최근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알게 모르게 GM 농산물이나 GM 식품을 먹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세계 어디에서도 GM 농산물이나 GM 식품을 먹고 사망했다거나 치명적인 질병에 걸렸다거나 건강에 적신호가 왔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 이는 앞으로도 그런 사례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확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GMO의 인체 유해성을 주장하거나 그 가능성을 염려하는 사람과 집단에 대한 대항 논리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GMO 반대 운동가가 찬성 전도사가 돼 한국에 온 이유는?

 

그 대표적인 예가 영국에서 오랫동안 GMO 반대 운동 선봉에 섰다가 지금은 자신의 활동을 반성하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GMO의 안전성을 설파하고 다니는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40)다.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국제 환경 단체 원월드넷(OneWorld.net) 등에서 지구 온난화와 GMO 등의 심각성을 알리는 유명 전도사였다.

 

그는 저술가·기자·방송 해설가로 영역을 넓혀가며 전 세계인들에게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을 호소하는 활동을 활발하게 벌여오고 있다. 그가 펴낸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이한중 옮김, 돌베개 펴냄, 2006년)은 2008년 환경재단이 선정한 기후 변화 필독서에 꼽혔고, <6도의 악몽>(이한중 옮김, 세종서적 펴냄, 2008년)은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한국방송(KBS)을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지난 1월 GMO 반대 특급 전사에서 GMO 찬성 전도사로 변신한 그는 공교롭게도 미국 오리건 주의 GM 밀 사건이 불거진 가운데 한국을 방문했다. 라이너스는 지난 4일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식량안보재단이 주최한 'GMO의 과학적 진실과 이용' 세미나에 참석해 "한 가지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지난 20년 동안 인류가 GMO 식품이 함유된 식사를 2조(兆) 혹은 3조(兆)번이나 했지만 피해 사례는 전무하다"고 밝혔다.

 

마크 라이너스는 위험성을 따지자면 GM 식품보다 유기농 식품이 훨씬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1년 독일에서 발생한 유기농 콩나물의 병원성 대장균 집단 사망 사건을 예로 들면서 당시 50명이 사망했고, 3000명 이상이 심각한 증상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원인은 유기농 콩 재배 때 사용한 거름에 병원성 박테리아가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되었다.

 

라이너스는 지구 온난화가 가져올 재앙, 즉 지구 온난화에 따른 곡물의 심각한 작황 악화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GMO를 계속 연구개발해야 하며 자신의 GMO 반대는 과학적이 아니라 종(種)을 뛰어넘는 유전자 재조합은 위험할 것이라는 매우 감성적인 접근의 결과였다는 것을 지난 2008년께부터 깨달았지만 자신의 '변절'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의 갑작스런 '변절'은 국내 GMO 반대 운동가들에게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가고 있다. 그래서 일부 반대 운동가들은 라이너스의 주장 가운데 잘못됐다고 판단하거나 논리적 허점이 있다고 판단하는 부분을 집어내 조목조목 비판하는 글을 언론에 기고하는 등 반격하고 나섰다.

 

이들은 인간이 20년 가까이 GM 농산물과 식품을 먹어왔지만 인체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아직 완벽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주요 논거로 들고 있다. 20년의 기간은 짧으며 적어도 60~70년의 세월이 걸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앞으로 40~50년간 GM 식품을 먹고 지내보아야만 비로소 인간에 대한 안전성이 입증된다는 것이다.

 

GMO 유해성에 불을 댕긴 푸스타이, '혹부리 영감'이 되다

 

과거 GMO의 안전성을 거론할 때마다 성경처럼 인용되던 사건은 1998년 영국의 아르파드 푸스타이 박사가 쥐를 대상으로 실험해 제기한 GM 감자의 유해성이었다. 하지만 푸스타이의 GM 감자는 일반 감자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으며 일반 감자 가운데에도 품종 개량 과정에서 이보다도 더 나쁜 품종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험에 사용한 감자가 GM 기술에 의해 독성을 지닌 것이 아니라 자연적인 변이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실험 결과는 다른 학자에 의해 재연되지 못해 더는 GM 식품 반대 사례로 쓰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 연구는 거꾸로 GM 찬성자들이 GM 반대 운동가나 활동가들에 대한 비판에 활용하는 사례가 되고 있다. 푸스타이가 '혹부리 영감'이 된 것이다.

 

흔히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그 산물이 선보이면 재앙이냐, 축복이냐의 이분법으로 접근한다. 유전자를 마음대로 자르고 붙이고 다른 종-심지어는 동물에게 식물 유전자를, 식물에게 동물 유전자를 잘라 붙이는-에 필요한 유전자를 옮겨놓는, 마법 같은 생명공학 기술이 등장하자 한 쪽에서는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재림으로, 다른 한 쪽에서는 인류의 미래를 구할 구세주의 등장으로 공격하거나 반겼다. 하지만 그 어느 쪽도 승자는 없었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구세주도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적어도 GMO의 영역에서는 말이다. 암 치료제, 줄기세포, 유전자 치료 등 다른 분야도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역시 그렇다. 이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지옥도 아니요, 천국도 아니다.

 

GMO 찬양가를 부르는 쪽은 식량 부족을 해결하고 비타민 A 결핍으로 인한 어린이 사망 등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구세주로 GMO를 들먹이고 있지만, 그리고 10년이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의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기아와 질병의 고통 속에 살고 있다. 그래서 GMO 비판론자들은 "문제는 과학이나 생명공학이 아니야! 문제는 정치야!"라고 외치고 있다.

 

GMO와 관련해서는 물론 인체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므로 계속해서 이 부문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 눈길을 더 주어야 할 부문은 GMO 재배로 인한 환경의 악화, 즉 생태계 파괴 가능성이다. 다시 말해 그 어떤 농약에도, 특히 라운드업 레디와 같은 몬산토의 만능농약에도 견디는, 그래서 나중에는 재앙이 될 수 있는 슈퍼 잡초나 슈퍼 해충의 등장과 확산과 같은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 GM 작물과 일반 작물이 연애를 하게 될 경우 어떤 기이한 종이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아무리 첨단 과학기술 시대라 할지라도 인간이 자연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자연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종들이 생명공학이라는 열쇠로 '판도라의 상자'의 문을 열고 나와 지구상에서 벌일 일들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인간이 하는 짓은 신도 못 말린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많을 것이다.

 

상대방 억지 주장까지 들어주어야 건강한 사회

건강한 사회에서는 상대방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준다. 설혹 그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여기거나 비과학적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다만 그런 주장에 대해서는 왜 그런 주장이 나오게 됐는지 그 배경과 문화·심리적인 요인까지 파악해 소통해야 한다. 그것이 문제를 푸는 지름길이다. 서로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감정적인 대립을 하게 되면 나중에는 과학적 사실마저 외면하게 된다.

 

한국에서 GMO의 인체 유해성 논쟁은 무대 위에서 상영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무대 뒤에서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GMO 표시제 강화냐, 폐지냐를 놓고 벌어지는 양쪽의 논쟁은 지금 국회 등에서 설치해 놓은 무대 위에 올라 주·조연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목청을 높이고 있다. 라이너스와 식품 업계와 같이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표시제가 자칫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치기 때문에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쪽은 GMO의 안전성은 아직 확증되지 않았으므로 건강권을 지닌 국민으로서 당연히 알 권리가 있다며 표시제를 가공 식품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GM 작물의 환경 위해성 문제는 아직 본격 거론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GM 작물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료 또는 가공 식품용으로 수입되는 콩이나 옥수수 등이 다량으로 들어오고 있고 의도하지는 않았다 할지라도 운송·사용 과정에서 생태계에 이들이 방출될 수 있으므로 정부 당국과 NGO, 전문가들은 그 실태와 예방책에 대해 관심을 갖고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이 글은 프레시안 2013년 6월7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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