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을 두드리는 예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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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을 두드리는 예술의 힘!

최예용 0 9652

<레미제라블>, 심장을 두드리는 예술의 힘!

 

유 지 나 (동국대 교수, 영화평론가)

 

 


  “<레미제라블> 봤어요? 눈물이 나요.” “혁명은 오래 걸리는거군요.”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축원보다 더 자주 듣는 영화감상 평이다. “저도 큰 감동을 받았어요. 예술은 삶의 구원인걸 보여주네요. 직업이 뭐든 우리는 예술과 함께 하는 호모루덴스로 살아야 한다는 격려도 받았고요.” 그렇게 답하곤 한다.


  <레미제라블>은 여러 영화제 상을 휩쓸며, 5백만명 이상 관람한 역대 외국영화 톱 10에 들어섰다. 대선직후 개봉한 덕인지 ‘힐링 영화 신드롬’까지 불러 일으켰다. 영화를 보노라면 눈물이 난다. 판틴역의 앤 해서웨이가 부르는 <나는 꿈을 꾸었죠>, 장발장역의 휴 잭맨이 부르는 <나는 누구인가?>, 짝사랑의 아픔을 노래하는 에포닌의 <나 혼자한 사랑>도 절절하다. 그 와중에 바리케이드 위에 올라 깃발을 휘날리는 청년들의 심장박동조차 느껴진다. 왜 그럴까? 한 세기도 더 된 원작의 힘이 쇤베르크의 음악과 톰 후퍼의 카메라를 타고 지금 이곳 우리 가슴 속에서 꽃처럼 피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실패를 딛고 열정으로 일어선 제작자 카메론 메킨토쉬의 공력, 원작에 반해서 현장에서 직접 노래하는 배우들의 연기투혼도 한 몫하고 있다.


위대한 인물을 창조하는 힘은 ‘궁핍’과 ‘불행’이 아닐까


  오래 전 7월 14일, 파리 센느강가에서 프랑스 혁명을 기리는 축제의 감흥이 전해온다. 불꽃이 음표처럼 밤하늘을 오르내리며 화려하게 피어나던 축제의 밤. “궁핍은 영혼과 정신을 낳고, 불행은 위대한 인물을 낳는다.”라는 장엄한 위고의 소리가 불현듯 들려온다. 굶주린 조카를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 그는 훔친 은식기에 은촛대까지 얹어 선물로 준 주교의 사랑으로 거듭난다. 그 실천으로 양육비를 벌려고 온몸을 팔다 죽어간 판틴의 딸 코제트를 입양하며 키우던 장발장은 혁명을 만난다. 노예같은 궁핍한 삶을 청산하기 위한 가련한 이들의 열정은 혁명의 시대를 만들어 낸다.


  영화를 보고난 후, 바리케이드에서 들려오던 노래가 귀에 쟁쟁하게 소용돌이친다. <들리는가, 사람들의 노랫소리가?>(Do you hear the people sing?)>란 그 노래. “성난 사람의 노래가 들리는가? 그건 사람들의 음악이다. 다시는 노예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 당신의 심장이 박동칠 때, 드럼의 두들김이 어우러지고 새로운 시작에 인생이 열린다.” 에필로그를 장식하는 노래는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예술의 마력을 보여준다.


예술은 우리 사회의 적막감을 감추는 '한줄기 빛'


  특히 마음을 저미는 감동은 인간관계로부터 나온다. 사회정의를 내건 법률이 가난한 자를 불행하게 만드는 시대. 위고가 소설 서문에서 밝혔듯이, “가난하기에 남자는 낙오되고, 굶주림으로 여자는 타락하고, 어둠 때문에 아이들이 삐뚤어지는” 문제투성이 세상. 법이 있어도 비참함과 부정의함이 난무하기에 영화는 새로운 세상을 그려낸다. 그곳에선 살아갈 용기를 주는 관계의 미학이 희망을 꿈꾸게 만든다. (힘 있는) 나이 든 남성과 (유약한) 어린 여성의 관계를 남성의 성적 판타지로 은밀하게 그려내는 작품들이 퍼져있는 세상의 관습, 그런 관습을 깨고 등장하는 장발장과 코제트의 관계는 자유, 평등, 박애의 실천이다. 장발장에게 코제트의 양육과, 연인 마리우스를 살려내는 헌신은 엄마 판틴에 대한 사죄이다. 그것은 빈곤으로부터 인간을 구출하는 나눔의 실천이자, 살만한 세상 만들기에 참여하는 시민의식의 실현이다.


  세계 경제불황의 늪에서 자연파괴적 삶이 만연한 시대. 세계적인 자살율과 실업자가 넘쳐나는 사회, 복지문제로 세대 갈등까지 불거져 당혹스러운 사태. 이런 적막감 속에서 인간이 살고픈 세상을 꿈꾸는 존재임을 인정하고 격려하는 예술은 우리 삶의 동반자이다.

* 이글은 다산연구소에서 내는 다산포럼 641호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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