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생활화학용품 안전 관리 대책, 핵심이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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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생활화학용품 안전 관리 대책, 핵심이 빠져 있다

최예용 0 2969

 

 

[기고]생활화학용품 안전 관리 대책, 핵심이 빠져 있다
경향신문 2016년 12월20일자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생활 화학제품 안전 관리 대책’은 그간 허술하기 짝이 없었던 화학물질 관리 측면에서 많은 진전을 보였다. 독성 정보 등록 대상 화학물질 확대, 살생물제 안전 관리 방안 처음 도입, 허가·제한·금지 대상 화학물질 확대, 독성 정보의 포괄적 관리 체계 도입 등은 생활 화학제품으로 인한 건강피해 참사를 막을 수 있는 기본 조치라고 본다. 이 같은 의의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마련한 생활 화학제품 안전 관리 대책은 핵심이 빠져 있다. 생활용품 사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위험 관리, 기업의 책임, 건강영향 감시에 대한 대책이 빠졌기 때문이다. 

[기고]생활화학용품 안전 관리 대책, 핵심이 빠져 있다

화학물질 안전 관리는 기업 책임이 핵심이다. 그런데 이번 환경부의 대책에는 생활 화학제품 사용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위험 정보 제공 의무와 건강 피해 등 사고에 대한 기업 책임 대책이 빠져 있다. 단순한 법적 기준 위반에 대한 과태료, 과징금 등 처벌과 자율적 안전 관리 참여 정도로는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 기업은 화학물질의 독성은 물론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정보와 관리 대책을 가장 잘 알지만 법적 규제만을 소극적으로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4만5000여종의 화학물질 중 고작 15% 정도만 안전이 확인된 사실이 이를 말해 준다. 

생활 화학제품은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위험이 완전히 달라진다. 독성이 낮더라도 많이 사용하면 위험성은 커지고, 심지어 새로운 건강영향이 드러나기도 한다. 우리는 이를 가습기살균제 참사에서 뼈저리게 경험했다. 폐 손상, 천식, 비염 등은 PHMG, PGH, CMIT, MIT 등의 물질이 가습기살균제의 원료로 사용되면서 새로 밝혀진 치명적인 질환이었다. 겨울철 매일 하루 10시간 이상 좁은 방에서 임신부, 어린아이들이 사용하면서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한마디로 노출 특성이 화학물질의 위험을 결정한다.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하여금 원료인 화학물질의 독성은 물론 제품을 사용했을 때 예상되는 노출과 위험정보를 제출하도록 하고 그 위험에 대한 책임도 지게 해야 하는 이유다. 이는 유럽연합(EU)의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제도(REACH)’에 들어 있는 핵심 규정이다. 화학물질 관리는 기업의 자율적인 참여나 사회적 책임에 맡길 수 없고 법과 규제로 강제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화학물질 사고나 중독 감시 체계가 없는 것도 문제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 사망 사례가 1996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다수 발생했지만 무려 15년여 동안 알지 못해 참사로 이어졌다. 이런 끔찍한 경험을 하고도 화학물질 중독 사례를 감시하는 국가 체계가 여전히 없다. 국가와 기업이 화학물질에 대한 나름대로 예방 조치를 취하지만 건강영향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불행하게도 화학물질의 위험은 다양한 건강피해 사례를 통해 서서히 밝혀진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만이 화학물질 사용을 금지하고 제한하며 노출 기준도 낮추는 조치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화학물질 중독 감시 사례를 통해 건강피해의 추가 확산을 막는 것은 물론 그 결과를 화학물질 안전 관리 대책, 기업 책임 부과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전체가 ‘(화학)물질중독센터’를 갖고 있는 이유이다. 미국은 56개 ‘물질중독센터’에서 실시간으로 수집된 제품 피해 자료를 확산 차단, 예방, 치료, 제품 법적 조치 등에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소비자보호원은 이런 역할을 할 수 없다. 

박동욱  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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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건시민센터 운영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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