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단체 아닌 큰 일하는 개인에도 후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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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단체 아닌 큰 일하는 개인에도 후원을

최예용 0 3027

신문로/환경운동가 최예용에게 힘을

 

신동호 환경재단 그린미디어센터장

 

한 사람의 헌신적인 활동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별로 믿지 않으려 하지만 그런 믿음을 갖게 하는 일이 현실에서 종종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올해 가장 뜨거운 환경 이슈 가운데 하나인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성공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이야기다.

 

최 소장이 없었다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지금과 같이 국가적 문제이자 국민적 관심사로 크게 표면화하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여러 이유로 피해와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수많은 사건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위험할 수 있다고 해서 사용이 중단된 것은 개발된 지 17국내에서 본격 사용된 지 11년 만이었다첫 사망 피해가 발생한 지도 9년이나 지나서였다더 기막힌 것은 그 다음 5년간의 일이었다. 1000만 명가량이 사용하고 잠재적 피해자가 적게는 30만 명많게는 200만 명이 넘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바이오사이드 사건임에도 사회적 반응은 뜨뜻미지근하기 짝이 없었다당시 언론에서 이 사안을 담당했는데 정치권과 언론은 물론심지어 환경운동 쪽에서조차 그리 적극적 관심이나 행동을 보이지 않았던 기억이 새롭다.

 

세계적 사건’ 공론화한 초미니 단체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최 소장은 이런 분위기에서 5년 동안 언론과 정치권정부시민사회 등에 관심을 촉구하고 피해 조사와 연구피해자 연대 활동을 끈질기게 벌여왔다가습기 살균제를 비롯한 생활환경제품으로 인한 재앙이 국민의 주요 관심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그와 관련한 국가적 대응도 가속도가 붙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상당 부분 그가 이 사안을 불도그처럼 물고 놓지 않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환경운동은 보통 이상의 열정과 끈기헌신성을 필요로 한다환경운동사를 다룬 <자연의 친구들>을 쓰면서 최 소장이야말로 그 전형이라는 생각을 한 적 있다그는 대학 재학 시절 공해추방운동청년협의회(공청협)의 일원으로 환경운동에 입문한 뒤 공해추방운동연합(공추련), 환경운동연합 등에서 전업 활동가로 활약했다부친이 공추련 사무실 입구에 최예용 출입금지라고 써서 붙인 일이라든가 방위병 복무 중에도 퇴근해 방위복을 입은 그대로 공추련에 출근한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

 

환경운동의 중심에서 돋보이는 활동을 펼치던 그가 환경보건운동으로 분야를 좁혀서 집중한 것은 이례적이었다환경보건 분야는 기후변화나 반핵생태 등처럼 대중적이지 않을뿐더러 상당한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그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해인 2010년 환경보건시민센터를 창립해 독립적인 길로 들어섰다.

 

그런데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실상을 보면 더 놀랍다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국가적나아가서 국제적 이슈로 만들어 국내외적으로 유명해졌지만 상근자가 소장인 그를 포함해 고작 2.5(2명 상근, 1명 반상근)에 불과한 초미니 단체다재정은 100% 회원 회비와 후원으로 충당하고 있다연구용역이른바 프로젝트 사업을 하지 않는다발주자의 목적에 맞게 일을 해야 하는 점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대부분의 사업비와 시간을 거기에 쏟아붓는 것이 싫어서라고 한다그런 일을 하도록 법적 지위를 갖추기 위한 법인이나 단체 등록도 일부러 하지 않고 있다시민사회단체의 연례행사 격인 후원의 밤도 열지 않는다. 2.5명이 그런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해서 진행하려고 몇 달을 거기에 매달릴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상을 바꾸는 개인에 대한 후원 절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최근의 상황이다. ‘가습기 살균제=환경보건시민센터=최예용이라고 할 정도로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환경보건시민센터가 널리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후원회원이 30~40명 늘어난 게 전부라고 한다그럼에도 최 소장은 별로 섭섭해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그는 말한다. “회원 확대 사업을 할 여력이 없다활동이 우선이다돈이 적으면 적게 쓰는 길을 찾으면 된다.” 

 

연말까지 각종 후원행사가 줄을 이으면서 사람들이 기부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그만큼 많아졌다최 소장이 운동으로는 대박을 치고도 후원 사업에서는 여전히 쪽박을 차고 있는 게 안타까웠다공익재단이나 시민사회단체 등 규모가 큰 곳을 후원하는 것 못지않게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개인에 대한 후원이 어쩌면 더 절실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그런 사람에게 힘을 줄 방안을 찾을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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