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습기 살균제 늑장 사과, 보상만큼은 제대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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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가습기 살균제 늑장 사과, 보상만큼은 제대로 하라

최예용 0 4900

​<연합시론> 가습기 살균제 늑장 사과, 보상만큼은 제대로 하라

연합뉴스 2016 4 18 ​

서울=연합뉴스) 이른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된 제조·판매 업체 중 처음으로 롯데마트가 18일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보상 계획을 발표했다. 이 사건 발생 후 업체 차원에서 이런 수습 방안이 나온 것은 5년 만이다.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늦어도 한참 늦었다.

 

피해자들은 그동안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눈물겨운 싸움을 벌여왔으나 업체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게다가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이 되고서야 업체 측의 수습 방안이 나왔다. 진정성을 의심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롯데마트는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2006년 1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판매했다. 이 제품 사용 피해자는 정부의 2014년과 지난해 조사에서 사망자 22명과 생존 환자 39명이 나왔다. 피해자가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14종 가운데 '옥시싹싹 가습기당번'과 '애경 가습기메이트'에 이어 세 번째로 피해자가 많았던 제품이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큰 고통과 슬픔을 겪은 피해자 여러분과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관련 보상 재원으로 100억 원 정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보상 대상이나 기준, 수준 등은 향후 검찰 수사 결과, 피해자와 협의 등을 변수로 들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네 번째로 피해자가 많은 판매업체인 홈플러스도 이날 사과 표명과 함께 "검찰 수사 종결 시 인과관계가 확인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이날 발표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정부가 이미 2011년 원인 미상 폐 질환의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지목했음에도 5년 넘게 침묵하다가 관련 임직원들의 검찰 소환이 임박하자 사과와 보상을 언급하는 것은 '면피용'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롯데마트 측이 뒤늦게나마 사과를 하고 보상을 약속한 것이 검찰 수사의 예봉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닌지는 향후 보상 과정에서 확인될 것이다.

 

업체 측은 사과가 늦었던 만큼 보상은 제대로 해야 한다. 그것이 그간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길이다. 가장 많은 피해자가 나온 제품을 생산한 옥시레킷벤키저를 비롯한 다른 업체들도 조속히 피해 구제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이 사건 수사에 나선 검찰은 이번 주부터 업체 관계자들을 본격적으로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 수사는 업체들의 사과와 보상 약속에 상관없이 확실한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엄정하고 신속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 2012년 피해자들의 고소장 제출 후 적극 수사에 나서지 않아 제기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을 조금이나마 불식시킬 수 있다.

 

특히 검찰은 최근 옥시 측이 살균제의 유해성을 은폐하고 조작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사건의 실체적 진실뿐 아니라 사건 은폐 및 축소 의혹까지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인체에 안전하다"는 말만 믿고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수사 결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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