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롯데마트의 고개는 검찰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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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롯데마트의 고개는 검찰을 향했다

최예용 0 4069

​[기자수첩] 롯데마트의 고개는 검찰을 향했다

브릿지경제 박준호 기자 2016 4 18 ​

롯데마트가 고개를 숙인 쪽은 피해자가 아닌 검찰이었다.


지난 2011년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 발생한 지 5년 만에 첫 대국민 사과가 이루어졌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치더라도 5년 만에 이루어진 사과조차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검찰이 지난 2월부터 특별수사팀을 꾸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수사를 시작하자 롯데마트는 부랴부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피해 보상을 약속하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이번 기자회견이 알려진 과정도 개운치 못하다.

롯데마트로부터 기자회견 안내 메일이 도착한 건 자정을 한 시간 앞둔 17일 오후 11시경. 불과 12시간 후 전 국민이 분노 속에 애타게 기다린 사죄의 자리가 열렸다.

진정성 있는 사죄의 자리를 준비해왔다면 이번처럼 번갯불에 콩 굽듯 처리했을까.

정작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도 언론보도를 접하고 나서야 기자회견이 열리는 것을 알았다며 분노했다.

정부에 접수된 롯데마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총 61명, 이 중 22명이 사망했고 수백 명의 유족들이 악몽과 같은 5년을 겪어왔지만 롯데마트 측의 사전 연락은 없었다.

검찰 수사를 하루 앞두고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이 과연 진심이겠냐는 피해자들의 거센 비난에 설득력이 실릴 수밖에 없다.

이날 롯데마트는 구체적인 피해 보상안으로 검찰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피해보상 전담 조직 설치, 피해 보상 재원 마련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 어떤 보상도 사랑하는 부인과 딸을 잃은 가장의 아픔을 씻어줄 수 없다는 사실을 롯데마트는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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