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주의 세상탐사] 담배 광고에 날 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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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의 세상탐사] 담배 광고에 날 쓰지 마세요

최예용 0 15412

2012-08-24 오후 2:23:52 내일신문 게재

 

안종주 언론인 


광고인이 3B를 모르면 광고인이 아니다. 3B는 광고학 교과서에 나오는 가장 기본적인 지식이다. 3B는 동물(Beast), 미인(Beauty), 어린이(Baby)를 뜻한다. 이 세 가지 가운데 어느 것을 광고에 등장시키더라도 광고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에서 나오는 말이다. 이는 주장이 아니라 증명된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TV나 광고간판에서 자주 3B를 보고 있다. 북극곰이나 카멜레온,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 등을 자주 광고에서 본다. 광고 내용과 전혀 관계가 없는데도 미인과 어린이를 등장시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담배회사라고 해서 이 3B를 그냥 넘길 리 없다. 그래서 3B 효과를 얻기 위해 담배갑에 동물을 등장시켰다. KT&G(옛 담배인삼공사)가 '디스플러스'에 멸종위기 동물인 고래를, '레종블루' 등 레종 시리즈 6종에 대표적 반려동물인 고양이를 등장시켜 오랫동안 판촉을 해오고 있다. 이것이 뒤늦게 한 환경단체의 문제 제기로 KT&G는 물론이고 보건복지부까지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고래가 담배갑에 처음 등장한 것이 지난해 '디스플러스'에서였으므로 무려 11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무얼 했느냐는 것이다.

담배회사가 담배갑에 동물을 등장시킨 것은 고래나 고양이가 담배를 피우기 때문은 물론 아니다. 흡연이나 담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단지 눈길을 끄는 동물을 보고 흡연자가 담배를 집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간접흡연 운동과 고래 보호 운동을 벌이고 있는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에 딱 걸린 것이다. 담배갑에 등장한 고래 등 동물은 특히 청소년층과 여성들의 흡연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KT&G는 1988년에도 '도라지'라는 담배를 내놓으면서 가래와 기침에 좋은 도라지 성분을 첨가했다고 선전하는 문구를 담배갑에 넣었다가 호된 비판을 받고 삭제해야 했다.

 

청소년과 여성 흡연 부추기는 동물 그림

담배에는 60여종의 발암물질을 비롯해 유해물질로 가득한데도 이런 사실은 모른 척하고 이 새 담배를 피우면 흡연자에게 곧바로 나타나는 가래와 기침과 같은 나쁜 증상이 없을 것처럼 호도한 것이다.

보건전문가들과 금연운동가들은 오래 전부터 흡연의 폐해를 알리는 경고문구가 아니라 흡연의 폐해를 한 눈에 보여주는 사진을 담배갑에 눈에 띄게 넣도록 요구해왔다. 뒤늦게 보건복지부도 이런 요구에 발맞춰 관련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경고문구조차 반대한 전력이 있는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와 담배회사는 반발하고 있다. 한쪽은 담배판매 감소를, 또 한쪽은 이로 인한 세금 감소를 염려하고 있다. 이들에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뒷전이다.

미국의 연구진이 지난 6월 '미국예방의학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0명의 흡연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담배갑의 경고문구만 본 사람은 50%만, 흡연폐해 사진을 본 사람은 83%가 이를 나중에 각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연을 유도하려면 흡연폐해 사진이 확실히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담배를 파는 것은 합법적이다. 담배갑에 동물사진을 쓰는 것도 결코 불법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위는 비판받아야 한다. 담배회사 종사자들은 담배를 팔면서도 죽음의 상품을 판다는 의식을 늘 해야 한다. 그래야 담배에 첨가한 성분이 몸에 좋다고 선전하거나 담배를 많이 팔기 위한 교묘한 광고를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는 세금수입보다는 국민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되새겨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담배갑에 당장 내년부터 흡연폐해 사진을 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죽음의 상품 판다는 생각, 잊어선 안돼

또 모든 실내 흡연 금지와 자동차 내 흡연금지, 공공장소와 거리흡연 전면금지, 초중고 인근지역 전면흡연금지, 공항면세점 담배 판매금지 등과 같이 정말 제대로 된 금연정책을 펼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족 하나. 담배업계는 담배 많이 팔 궁리보다 한글 표기법부터 제대로 공부하는 자세를 가지기 바란다. 담배연기에 들어 있는 발암물질인 비닐 클로라이드(vinyl chloride, 염화비닐)의 올바른 표기법조차 몰라 1년이 넘도록 계속해서 경고문구에 비닐 크롤라이드로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족 둘. 고래와 고양이가 말을 할 수만 있다면 이랬을 것이다. '나도 담배 싫어요. 담배 광고에 날 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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