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특별보고관 "엘지화학 인도 참사는 최악 환경재해 '보팔 참사'와 닮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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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특별보고관 "엘지화학 인도 참사는 최악 환경재해 '보팔 참사'와 닮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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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20년 5월 15일자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이 LG화학이 인도에서 일으킨 유해화학물질 유출로 인한 인명피해사고가 인류 역사상 최악의 환경재해인 인도 보팔 사고와 유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별보고관은 또 이번 참사가 화학산업으로 인한 인권침해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바스쿠트 툰작 특별보고관은 14일(현지시간) LG화학의 발암물질 유출사고에 대해 공동으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툰작 특별보고관은 “이번 재난은 1984년 인도 보팔에서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유독가스 누출 사고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참사는 또 만연해있는 플라스틱 소비와 생산이 불러일으키는 인권침해의 범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7일 발암물질 스티렌 유출 사고가 발생한 인도 남부 비사카파트남 LG폴리머스인디아의 공장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7일 발암물질 스티렌 유출 사고가 발생한 인도 남부 비사카파트남 LG폴리머스인디아의 공장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7일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의 LG폴리머스인디아 공장에서 스티렌 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하면서 주민 12명이 사망하고 수천여명이 건강피해를 입었다. 스티렌은 피부와 눈의 가려움 및 상부 호흡기의 자극을 일으키는 물질로 백혈병 등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유해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지난해 스티렌을 그룹2A에 속한 발암물질로 분류한 바 있다.

보팔 참사는 미국 기업인 유니온카바이드사(현재의 다우케미칼)가 일으켰던 사고로 1984년 12월 3일 인도 중부 보팔의 살충제 제조 공장에서 유해화학물질인 아이소사이안화메틸이 누출돼 공식 집계상 2250명이 사망하고, 50만명 이상이 피해를 입은 사고다. 인류 사상 최악의 화학물질 참사로 기록돼 있지만 아직까지도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태다.

이로 인해 같은 참사가 인도가 아닌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일어났다면 가해기업이 보팔에서처럼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할 수 있었을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인명피해에 대한 보상과 추후 예방조치 등에서 ‘글로벌 스탠더드’가 후진국에서는 적용되지 않고 있음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이기도 하다. 지난 13일 아시아 전역 20여개 국가의 100여개 피해자 단체, 노동조합, 환경 및 노동단체 그리고 의학 및 법학전문가들의 연합체인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네트워크(이하 피해자네트워크)는 LG화학에 인도에서 발생한 사고가 한국에서 일어난 것으로 간주해 피해 대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툰작 특별보고관은 살인 혐의를 포함한 인도 당국의 조사 개시를 환영한다면서 인도 정부에 사고를 일으킨 이들이 제대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스티렌) 노출로 인해 질병이나 장애를 겪게된 피해자들이 앞으로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우려가 된다”며 “인도와 한국 정부, 그리고 관련 기업에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툰작 특별보고관은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이번 사고는 여전히 전 세계에서 ‘미니보팔’ 참사라 불릴 만한 재해가 놀라울 정도로 규직적으로 벌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유엔인권이사회 소속 바스쿠트 툰작 유엔특별보고관이 2015년 10월17일 서울 대학로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피해내용 발언을 듣고 질문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유엔인권이사회 소속 바스쿠트 툰작 유엔특별보고관이 2015년 10월17일 서울 대학로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피해내용 발언을 듣고 질문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앞서 인도 언론들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LG화학 인도공장 유독가스 누출 사고와 관련해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NDTV 등 인도 언론들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가스 누출에 대해 현지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툰작 특별보고관은 2015년 10월 한국을 방문해 가습기살균제와 삼성 백혈병 사건을 조사하고, 이후 유엔에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한 바 있는 인물이다. 당시 그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삼성 백혈병 피해자 등을 직접 만나 피해사례를 청취했으며 유엔 인권이사회 보고서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SK, 옥시레킷벤키저를 적시하며 기업의 책임을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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