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삭발..."결국 기업만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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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삭발..."결국 기업만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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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박수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신질환 인정·판정기준 완화, 피해단계 구분철폐를 요구하며 삭발식을 하고 있다. 2019.05.07


【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가습기살균제 유족 등이 피해자 전신질환 인정과 판정 기준 완화 등을 촉구하며 삭발식과 함께 청와대에 호소문을 전달했다.

피해자들은 지난달 환경부에서 '4단계' 판정을 받았던 고(故) 조덕진(향년 48세)씨가 폐섬유화로 사망한 이후 이달 3일부터 옥시 본사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4단계는 '가능성 거의 없음' 수준으로 사실상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 판정에 해당한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피해자를 피해자로 인정해 달라"면서 "피해 단계 구분을 철폐하고, 현행 판정 근거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조사 결과를 받아 든 피해자 5435명 가운데 대표적 인정 질환인 폐질환을 인정 받지 못해 공식 지원을 받지 못하는 3·4단계 피해자는 91.3%에 해당하는 4961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참사에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부가 폐질환 중심의 피해 판정 기준을 고수하는 것은 살인물질을 만들어 판 기업들의 범죄행위에 면죄부를 쥐어 주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피해자 전신질환 인정 ▲판정 기준 대폭 완화 ▲피해 단계 구분 철폐 ▲현행 판정 근거의 명확한 공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위한 TF팀 구성 ▲한 달에 한 번씩 피해자를 위한 정례보고회 개최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유족 등도 참석해 발언에 나섰다.

조씨의 아버지 오섭씨는 "죽어가는 우리 피해자들은 힘이 없다"면서 "기업들만 잘 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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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박수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신질환 인정·판정기준 완화, 피해단계 구분철폐를 요구하는 삭발식을 마치고 참석자에게 위로 받고 있다. 2019.05.07. dadazon@newsis.com

조씨는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제품 사용자로 지난달 25일 숨졌다. 조씨 어머니 역시 2012년 폐질환으로 사망했지만 4단계 판정을 받아 제대로된 사과와 보상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피해 수준이 높은 편으로 분류된 1·2단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이외에, 3단계(가능성 낮음)·4단계(가능성 없음)·5단계(판정 불가)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가습기넷 측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같이 문재인 정부도 가습기살균제 사용 여부나 그에 따른 피해 가능성 여부에 따라 3·4·5단계로 나누고 있다"면서 "대다수 피해자들이 수십년 전 오랜 기간 가습기살균제를 썼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피해자들과 유족 등은 청와대에 서한을 전달하기에 앞서 삭발식도 진행했다.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제품을 사용해 본인과 가족들까지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이재성씨와 박수진씨 등은 이날 "3·4단계 피해자를 정부 공식 피해자로 인정하라" 등을 외치며 머리를 깎았다. 이후 이들은 청와대에 호소문을 전달했다.

가습기넷에 따르면 현재까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사망자는 1403명, 피해자는 6389명이다. 이는 조씨도 포함된 숫자다. 정부로부터 구제 급여 대상인 1·2단계 피해 판정을 받은 이들은 474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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