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숨이 안 쉬어져’](35) 관련성 판정 못받고 숨져가는 피해자들 & Q&A21 서울대교수가 무죄?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 언론보도
홈 > 정보마당 >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 언론보도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 언론보도

[‘엄마, 숨이 안 쉬어져’](35) 관련성 판정 못받고 숨져가는 피해자들 & Q&A21 서울대교수가 무죄?

최예용 0 3389

 

[‘엄마, 숨이 안 쉬어져’](35) 관련성 판정 못받고 숨져가는 피해자들 

 

주간경향 

2017 5 16 

 

최근 정부의 연구조사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최소 5만명으로 추산되었다. 따라서 올해 4월 말까지 신고된 피해자 5566명은 피해자 최소치 추산인 5만명의 10%에 불과한 수치다. 이대로 방치하면 사실상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영구미제가 될 우려가 큰 것이다. 


2016년도와 2017년 4월 말까지의 가습기 살균제 4차 피해신고자는 모두 4284명이다. 이 중 신고 당시의 사망자는 916명이었다. 그런데 신고 당시 생존했던 환자 34명이 사망한 것으로 최근 확인되었다. 이들은 정부의 관련성 판정도 받지 못한 채 사망했다. 

이들 추가 사망자의 파악은 사망자 유족이 알려오는 경우도 있지만 정부가 정신건강조사 등의 이유로 피해신고자들에게 전화를 하는 과정에서 파악되고 있다. 2015년에 접수된 피해자 중 300명이 아직도 판정되지 않고 있고, 이들 중에서도 판정을 받지 못한 채 사망한 피해신고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정부의 공식 피해신고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5월 1일자로 확인한 4차 피해신고자 중 판정 이전 사망자 34명의 지역별·연령별 현황은 다음과 같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30대 1명, 40대 3명, 50대 2명, 60대 10명, 70대 12명, 80대 6명이다. 젊은 나이대라고 할 수 있는 30~50대가 6명이나 된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10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 5명, 경남과 경북이 각 4명, 부산·대구·강원이 각 2명이고, 충북·울산·광주·대전·전남이 각 1명씩이다.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된다. 하나는 피해자들이 사망에 이를 만큼 상태가 위중하다. 일부 피해자들은 폐이식을 받거나 산소호흡기를 착용해야 할 정도로 폐기능이 떨어지고, 각종 질환으로 매우 위중한 상태에 있다. 다른 하나는 정부의 판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신고된 피해자들에 대한 관련성 판정을 직접 하지 않고 대학병원 등 전문가들에게 용역을 발주해서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담당부처인 환경부에 건강피해와 관련성을 조사하는 역학조사를 담당할 전문기능을 갖춘 기관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실제로 환경부 산하의 전문조사연구기관인 한국환경과학원에는 역학조사를 담당하고 진행할 전문가들이 거의 없다. 의학전문가는 아예 한 명도 없다. 역학조사를 맡은 팀에서는 연구조사 용역을 진행하는 행정적인 일을 주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판정이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고 용역의 계약기간이 다 되어야 결과가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루빨리 관련성 판정을 받아서 치료와 요양 등의 조치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복장이 터질 일이다. 

2015년 10월에 폐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이후 계속 병원 입·퇴원을 반복하며 후유증에 시달리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안은주씨. 2주간의 일정으로 지난 5월 1일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 / 필자 제공

2015년 10월에 폐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이후 계속 병원 입·퇴원을 반복하며 후유증에 시달리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안은주씨. 2주간의 일정으로 지난 5월 1일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 / 필자 제공


관련성 조사, 외부기관 용역으로 진행 

올해 4월 한 달 동안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신고된 피해자는 모두 35명이다. 이 중 사망은 3명이고 생존환자는 32명이다. 전 달인 3월의 피해신고자가 58명에 사망자 14명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2016년 5월과 6월 피해신고자가 각각 1000명을 넘으면서 가장 많았는데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2016년도의 피해신고자는 4059명이었고 이 중 사망자는 908명이다. 올해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의 피해신고자는 225명이고 사망자는 42명이다. 작년까지는 매달 100명 이상씩 신고되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100명 이하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2016년과 2017년의 피해신고자를 4차로 분류하고 있는데 4차 피해신고자는 모두 4284명이며, 이 중 사망자는 22%인 950명이고, 생존환자는 3334명이다. 1~4차 전체 피해신고자는 5566명이고, 이 중 사망자는 21%인 1181명이며, 생존환자는 4385명이다.

이렇게 피해신고가 줄어드는 게 기존의 피해자들 중에서 신고가 거의 다 되었기 때문이라면 얼마나 다행한 일일까. 그렇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아직도 피해자들이 많은 것으로 판단되지만 피해신고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언론의 보도 흐름을 보면 2016년 5월에 가장 많은 보도횟수를 보인 이후 꾸준히 감소추세에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키워드로 뉴스 검색을 해보면 2016년 5월에 각각 1만7539건과 1만8000건으로 가장 많았다가 이후 크게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가습기 살균제 이슈에 대한 월별 언론 보도의 흐름과 월별 가습기 살균제 피해신고의 흐름을 비교해보면 피해신고의 흐름이 언론 보도의 흐름에 비례해서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신고가 줄어드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분석된다. 

첫째, 피해자 규모가 작고 어느 정도 신고가 다 되어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언론 보도가 줄어들면서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들이 자신이 제품을 사용했었는지, 그리고 자신과 가족이 피해자인지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는 3000원에서 4000원 하는 계절용 일회용품이었다. 주로 결혼한 가정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시기에 또는 질환에 걸린 노약자들이 있는 집에서 많이 사용했다. 


크게 줄어들고 있는 피해자 신고 

따라서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오래전에 가습기 살균제의 사용 여부를 잘 기억하지 못하고, 가습기 살균제의 사용과 질환 발생 및 사망과의 관련성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2016년 4∼6월에 이 문제가 큰 사회문제화되고 언론에서 폭발적으로 보도했을 때 피해신고가 늘어났던 이유다.

둘째,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부터 판매해서 2011년 판매금지조치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짧게는 6년, 길게는 23년의 시간이 흐르고 있는 상황이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 오래된 과거의 일이 되어가고 있다.

1994년부터 2011년까지 가습기 살균제 제품은 최소 24개 제품이 719만개 판매된 것으로 파악된다. 사용자는 1000만명으로 추산되고, 고농도 사용자 및 건강피해 경험자는 30만명에서 200만명으로 추산된다. 최근 정부의 연구조사에서는 피해자가 최소 5만명으로 추산되었다. 따라서 올해 4월 말까지 신고된 피해자 5566명은 피해자 최소치 추산인 5만명의 10%에 불과한 수치다. 이대로 방치하면 사실상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영구미제가 될 우려가 큰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 2011년에 사건이 밝혀졌지만 피해신고를 받지 않으려 했고, 사건에 대한 수사도 5년이 지난 2016년에야 이루어졌다. 그것도 부분적으로만 진행해 옥시의 외국 임원, 영국 본사 등에 대한 수사를 전혀 하지 않아 책임이 큰 외국인 사장이 재판에서 무죄로 빠져나가 버렸다. 최근에는 옥시의 동물실험 보고서를 조작해 구속되었던 서울대 조명행 교수가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재판부는 ‘조 교수가 옥시의 요구대로 연구를 수행한 것이 연구자의 직무를 위배한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문에 적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형사적 책임마저 제대로 물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 추산 최소치의 10%만 신고 

정부는 피해조사를 실제로 거의 하지 않는다, 다만 피해자가 신고해 오는 피해신고전화만을 접수할 뿐이다. 전국의 병원과 요양원, 학교 등 가습기 살균제를 집중적으로 사용해 피해자가 벌생한 곳을 찾아 피해자를 발굴해 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사실상 방치상태인 셈이다. 2016년 8∼10월에 국정조사가 열려 10개가 넘는 정부 부처의 책임이 지적되었지만 모든 정부 부처가 모르쇠와 책임회피로 일관했고 단 한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이러한 흐름 때문에 2017년 1월에 제정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특별법’은 정부입법이 아닌 의원입법이었고 정부 책임이 빠진 반쪽짜리가 되어 버렸다. 또 3월 30일 가까스로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어 ‘가습기 살균제 징벌 법률’로 불리는 ‘제조물책임법개정법률’은 실질적인 효과가 의문시되는 피해의 3배 배상으로 한정되어 버렸다. 

새 대통령과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국가 책임을 인정해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과하고 검찰에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또 모든 피해자를 찾아내고 제대로 된 판정기준을 만들어 피해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8e5d2aec8e6dc46dd5a34d5f11a069ec_1533189706_7144.jpg



onebyone.gif?action_id=67b80a3ecdd63b29d954d47b84b92b1

 

0 Comments
시민환경보건센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