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따라잡기] `미세먼지 재앙` 만든 환경부의 직무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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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따라잡기] `미세먼지 재앙` 만든 환경부의 직무유기

최예용 0 4006

[이슈 따라잡기] `미세먼지 재앙` 만든 환경부의 직무유기

 

매일경제신문 2017 4 5 

 

악화 일로에 있는 초미세먼지 대기오염 사태를 말해주는 두 가지 사실이 있다. 하나는 서울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있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올 들어 85일 동안 서울의 오염도가 기준을 초과한 날이 국내 기준으로는 12일, 세계보건기구 기준으로는 52일이나 됐다는 것이다. 악명 높은 중국 베이징보다도 오염도가 높았다니 기가 막히다. 세계보건기구 기준보다 한참 낮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환경정책을 해온 것도 한심한 일이다. 


서울만이 아니다. 올 들어 3월까지 전국적으로 발령된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86회로 작년 47회의 두 배가량 된다. 세계보건기구가 2013년에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을 각각 1급 발암물질이라고 밝혔다는 점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사실이다. 미세먼지 문제는 목을 칼칼하게 하고 시야를 흐리게 하는 불편한 문제가 아니라 담배보다도 훨씬 많은 사람들을 죽게 하는 지구촌 최대의 저승사자인 것이다. 

대기오염이 이렇게 악화된 것은 전적으로 정부와 서울시 등 자치단체의 안일한 대책 때문이다. 이들은 지금도 중국 타령만 하고 있다. 겨울철 중국 쪽에서 오염물질이 대량으로 날아온다는 것은 수십, 수백 년 전부터 알고 있던 일이다. 그래서 정부와 서울시는 무얼 해왔던가? 대통령이 나서서 중국의 국가책임자를 만나 따지고 대책을 논의한 적이 있는가? 매년 열리는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는 무슨 성과를 냈던가? 서울시장은 베이징시장과 만나서 어떤 대책을 세웠는가? 믿기지 않겠지만 이들이 한 일은 호텔에서 식사하고 자료 공유하자고 한 게 전부다. 중국발 대기오염이 심각하면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서 따지고 대책을 촉구해야 하지 않겠는가? 서울시장은 베이징시장에게 양국에서 동시에 차량 2부제를 실시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어야 하지 않는가? 온 국민이 1급 발암물질에 노출되어 신음하는 국가적 환경재난의 비상사태가 아니던가. 

이 와중에 환경부는 뜬금없이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로 부르고 미세먼지는 부유먼지로 부르겠다고 한다. 국제적으로 전문가들이 쓰는 용어로 통일한다는 건데, 실은 영어식 표현을 고집하는 일부 교수들의 주장에 불과하다. 뭐라고 부른들 무슨 대수인가? 그렇게 부르면 심각한 문제가 덜 심각해지는가? 

그나마 유일하게 하는 게 오염도를 미리 알려주는 문자서비스다. 그런데 거의 매일 `나쁨`이란다. 어쩌란 말인가? 숨을 쉬지 말란 말인가? 이 문자서비스는 신청한 사람에 한해서, 그것도 야간에 발령되는 주의보는 자는 데 불편을 준다며 아침에서야 알려준다. 얼마 전에 환경부가 발표한 차량 2부제 정책은 엉터리 대기오염 정책의 결정판이었다. 환경부 조건대로라면 지난 2년간의 심각했던 오염 상태 중에서 차량 2부제를 단 한 차례만 하게 된다. 뒤늦게 지난 5일부터 발령 요건을 강화했지만 공공 차량과 공무원 차량에 한정해 수도권 차량 100대 중 1대도 채 해당되지 않는다. 사실상 안 하겠다는 거나 다름없다. 

 

새 정부에 바란다.

첫째, 올겨울부터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시 미세먼지 배출 비중이 가장 큰 차량 배출을 통제하기 위해 모든 차량에 대해 차량 2부제를 실시하자.

둘째, 중국과 협력해 서울과 베이징 수도권에서 동시에 차량 2부제를 실시해 양국에서의 오염을 줄이자. 

셋째, 차량 2부제를 실시할 때 산업부문의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각 가정과 식당에서도 미세먼지 발생 조리 방식을 지양해 `미세먼지 줄이기 범국민 캠페인`을 전개해 불편함을 최소화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하자. 

넷째,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을 모든 국민에게 문자로 알려 긴급재난 상황임을 주지시키자. 

다섯째, 세계보건기구의 권고 수준으로 초미세먼지 기준을 강화하자. 마지막으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회를 만드는 중장기적 플랜을 추진하자.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환경보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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