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가습기살균제 해결사’ 최예용 “새 정부서 검찰 특별본부 설치해 전면 재수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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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가습기살균제 해결사’ 최예용 “새 정부서 검찰 특별본부 설치해 전면 재수사해야”

최예용 0 4512
[인터뷰①] ‘가습기살균제 해결사’ 최예용 “새 정부서 검찰 특별본부 설치해 전면 재수사해야”<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상한없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집단소송제‧피고 입증책임제 필요”
“검찰, 옥시 영국 본사에 이메일만 보내”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시판 중인 제품 중 흡입독성 안전인증을 받은 게 한 개도 없어요. 가습기살균제 참사 신고 피해자가 5000명이 넘고 20%인 1200여 명이 사망했어요. 생활용품으로 수천 명이 피해를 당해 사망한 것은 이 사건이 세계적으로 유일하지만, 민사재판에서는 옥시의 증거조작으로 쌍방이 합의하라는 판결이 나왔어요. 새 정부 검찰에서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전면 재수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피고 입증책임제를 마련해야 합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사건을 5년 전부터 파헤쳐 특별법 입법과 형사재판 일부 유죄 판결을 이끌어낸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23일 서울 종로 환경보건시민센터 사무실에서 <일요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가습기살균제 참사 사건에 대해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사무실에는 가습기살균제 제품과 사용한 피켓들, 조사 내용을 정리한 책들이 빼곡하게 들어차있었다. 

매주 목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지금도 피해자들과 함께 ‘옥시 아웃’ 집회를 하고 있는 최 소장은 검찰의 옥시 영국 본사와 외국인 임원 수사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검찰이 수사권이 없어서가 아니라 수사 의지가 없어서 옥시 영국 본사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 그는 “환경단체와 피해자들이 서너 번 영국으로 쫓아가서 엎드려 절 받기 식으로 사과를 받아냈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 검찰이 이메일만 보내고 말았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민사재판에서 옥시 측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김앤장에 대해서는 “대학교수들로부터 제품이 유해하지 않다는 걸 입증하는 실험을 의뢰하고 진행하고 조작하는 모든 과정에 관여했다고 봐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를 재청구했다”며 “그게 민사소송 전략이라고 봤다”고 전했다.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예방하기 위해 최 소장은 현재 우리나라에 한 개도 없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피고 입증책임제 등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제한 없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가해자의 피해 입증책임 의무화제도 세 가지는 가습기살균제 말고도 일반적으로 준용될 수 있는 것”이라며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제품이 스프레이돼 호흡기로 흡입돼 피해가 크게 발생했기 때문에 모든 스프레이 제품이 안전허가를 획득한 후 판매되도록 하는 판매허가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호흡독성 여부를 확인해 팔고 있는 제품은 한 개도 없다”며 “우리나라에서 제품의 호흡 독성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곳은 2~3곳이고, 상업적 제품에 호흡독성 테스트를 해줄 수 있는 곳은 한국안전성평가연구원 한곳인데 소비자들이 최종적으로 사용하는 스프레이 제품의 안정성 테스트를 의뢰해온 곳이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예용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6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전면 재조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왜 전면 재조사가 필요한가.

▲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사람이 다수 죽거나 다친 사건인데, 피해자 규모조차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아직 사건의 실재조차도 제대로 모르고 있으며, 걸려오는 전화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다. 1994년 첫 제품이 나오고, 작년 말에야 사용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사용자만 국민의 20%인 1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사용자 중 적게는 2만 명, 많게는 200만 명이 피해자일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까지 신고 피해자는 5400명이 조금 넘는다. 피해자 추산이 최소 5만 명이라면 10분의 1이다. 이런 상태인데 사건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자 처벌은 두 번째 문제다. 어떤 사람들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사건의 피해자이고 가해자인지 파악조차도 정확하게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는 끝났다. 수사팀을 공식적으로 종료했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수사팀이 가동되지는 않고 있다. 일부만 기소해서 1심 판결이 나왔는데, 외국인 임원에게는 무죄 선고가 내려졌다. 외국인 임원에 대해 수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마무리된 거라고 절대로 볼 수가 없다.   

또 정부 책임 규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작년 국회 국정조사에서 10여 개가 넘는 정부부처의 책임이 확인됐지만, 해당 정부부처에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과정이 전혀 없었다. 올해 초 겨우 특별법 한 개가 만들어졌지만 정부 책임은 쏙 빠졌다. 일부 제조사들이 낸 기금만 갖고 일부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게 전부다. 

촛불과 이번 대선 공간을 통해 세월호 참사와 함께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도 철저히 재수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가습기살균제참사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돼야 한다. 특별검사제도는 기존 검찰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을 경우 정치권에서 여야가 합의해서 하는 것이다. 이번에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건이 그 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정상적인 국가의 검찰 시스템 속에서 가습기살균체 참사 사건을 재조명하고 재수사해야 한다. 

옥시의 외국인 임원에 대해 한국 검찰은 수사권이 없어서가 아니라 수사 의지가 없어서 하지 못했다. 우리 단체와 나, 피해자들이 서너 번 영국으로 직접 쫓아가서 제조사를 만나고 영국 언론에 호소하는 과정이 있었다. 작년 국정조사가 끝나기 전 국정조사위원장과 여야 의원 5명, 피해자들이 직접 가서 만나고 엎드려 절 받기 식이기는 하지만 사과를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직접 확인한 것은 한국 검찰이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범죄인양도제도 있고, 정 안 되면 직접 가서 임의로라도 만나 심문 내지는 협조를 구하는 방식으로라도 제대로 수사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메일만 보내고 말았다. 이 엄청난 살인사건을 수사하면서 이메일만 보내면 뭐라고 하겠나. 옥시레킷벤키저 사장을 지냈던 사람은 한국말을 잘 모른다고 했다.  

- 가습기참사넷은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보고서 위조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김앤장 담당 변호사들을 징계해달라고 대한변호사협회에 재청원을 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나.

▲ 작년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압수수색 과정에서 밝혀진 가장 충격적인 문제는 옥시가 김앤장을 내세워서 민사소송을 진행하면서 자신들의 제품에 독성이 있는지 여부를 재확인하겠다고 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독성이 있다고 밝힌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옥시는 서울대와 호서대 교수들에게 제품 독성실험을 맡겼는데, 그 과정이 조작됐다. 조작 과정 한가운데 김앤장이 있다고 봤다. 정황이 그랬다. 하지만 김앤장은 검찰 수사망을 빠져나갔다.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서 대한변호사협회 차원에서 대응을 요구한 것이다.

살인자도 변호사에 의해서 변호를 받을 권리가 있지만, 증거를 조작하면서까지 살인자와 살인기업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건 범죄행위라는 것이다. 변호사의 기본적 직업윤리를 저버린 것이다. 그런 시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김앤장이 옥시를 바라본 과정의 문제점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앤장은 피해자들이 제기한 민사소송의 옥시 측 법정 대리인을 맡았다. 그 과정에서, 대학교수들로부터 제품이 유해하지 않다는 걸 입증하는 실험을 의뢰하고 진행하고 조작하는 모든 과정에 김앤장이 관여됐다고 봤다. 그 과정을 처음부터 김앤장이 디자인하고 추진했다고 봤다. 그게 민사소송의 전략이었다고 봤다. 

김앤장의 민사소송 전략은 처음에는 정부의 조사 결과가 전면적으로 틀렸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서울대와 호서대 교수들에게 뇌물을 주고 실험을 조작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재판부에게 정부가 전면적으로 틀렸다고 주장하다가,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 조작된 증거를 제출한 것이다. 

그 재판은 형사재판이 아니라 민사재판이었는데, 민사재판에서는 양쪽의 주장이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부는 문제가 있어서 독성이 있다고 했고, 피고 측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하는 상반된 결과를 내놓았다. 결국 판사는 합의하라고 판결했다. 합의하라는 것은 양쪽에 다 일리가 있다는 것으로, 한쪽의 손을 들어준 게 아니다. 그게 김앤장이 궁극적으로 노린 것이었다. 합의하라는 것은 교통사고처럼 쌍방 간 문제가 있으니까 사건을 마무리하자는 것이다. 김앤장은 이런 재판 결론을 위해서 일련의 일들을 아주 치밀하게 진행했다고 봤던 것이다.  

- 가습기살균제 참사 5년5개월만인 1월 20일 피해구제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참사와 관련된 분들은 당초 요구했던 사항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나.

▲ 특별법은 반쪽짜리 특별법이라고 본다. 어쨌든 법이 만들어졌다는 건 긍정적이지만, 정부의 책임이 전혀 추궁되거나 담기지 않았다는 건 한계다. 이 특별법의 기본적 의미는 제조사들로부터 일정한 기금을 각출해 정부에서 인정받지 못한 피해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기구를 갖췄다는 것이다. 그 기금의 수준이 1000억 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신고 인원만 5000명이 넘는다. 다 확인하면 최소한 5~200만 명이 될 수도 있다. 1000억 원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상한선을 두지 않아야 하는데, 상한선을 둬서 결국 제조사들에게 굉장한 면피를 줬다. 30개가 넘는 제조사들이 1000억 원만 내면 끝이다. 물론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은 별도다. 하지만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이 현재 70%가 넘는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제조사들에게 이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셈이다. 특별법이 통과된 1월 말부터 곧바로 개정 필요성 요구가 나오는 이유는 바로 이런 부분들 때문이다. 개정된다면 피해구제기금에 상한선을 두지 않아야 하고, 징벌적 내용들이 포함돼야 한다. 

또 의학적 한계 때문에 가습기살균제 사용 후 받을 수 있는 건강 피해가 일부만 밝혀졌다. 80~90%는 아직 모른다. 의학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게 지금까지 피해자들에게 전가됐다. 피해자들이 입증하지 못하면 피해가 있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실 피해 여부는 가해자가 입증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고서 아프고 죽었다고 하는데, 피해자들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고 아팠고 죽었다는 얘기만 하면 돼야 한다. 가해자들이 할 일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해서 그런 건강상 피해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입증되지 않으면 모두 피해자로 인정해야 한다. 그게 바로 입증 책임 문제인데, 현재로서는 피해 입증 책임은 원고 내지는 소비자, 피해자가 해야 하는 게 우리 제도다. 이것을 가해자 입증 책임으로 바꿔야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만약 그렇게 개정되면 앞으로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아주 유력한 방안이 될 것이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피고 입증 책임제 등을 모두 갖춘 나라는 많지 않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참사 같은 사건이 발생한 나라가 전혀 없다는 게 큰 문제다. 한 나라 국민의 20%가 특정 제품을 사용하고, 그중에 몇 십만 명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그중 20% 정도가 사망하는 일이 세계적으로 전쟁 외에는 발생한 적이 없다. 다른 나라의 유사한 제도를 찾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다른 나라도 유사한 피해와 경험을 했어야 피해입증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을 만들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최근에서야 이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어떤 제도가 있든지 상관없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사건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들을 만드는 게 보다 상식적인 접근이다. 

일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미국와 영국 등에 있다. 미국에서는 모든 사건이 법정으로 가는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로 경종을 울린다.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다고 해서 사건이 예방되느냐 하면 그렇지만도 않다. 예를 들어서 뜨거운 커피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커피를 흘려서 화상을 입는 사건이 반복되니까, 단순한 화상이지만 엄청난 손해배상을 하도록 했다. 그런 판결이 계속 이어진다. 만약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로 재발 방지가 확실히 된다면 더 이상 그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기업으로서는 주판알을 튕기는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나와도 돈을 주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이다. 제품의 안전을 확인해서 안전한 제품만 판매하는 비용보다 나중에 문제가 돼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로 처벌을 받아도 그 비용을 지불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상징적이라, 그것만으로 실질적으로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막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만으로는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완벽하게 막기 힘들다고 본다. 중첩적인 제도가 필요하다. 집단소송제와 피해에 대한 입증 책임을 제조‧판매사가 하도록 해야 사실상 제도로서 재발 방지를 할 수 있는 나름의 시스템을 갖출 거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아주 강력한 가해자 처벌,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대책 마련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추가적으로 보완돼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피고 입증책임제를 완벽하게 갖춘 나라는 내가 볼 때에는 없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참사처럼 생활용품으로 아프고 다쳐서 많은 사람이 죽는 경험을 한 나라도 없다. 그러니까 다른 나라에서 유사한 제도가 있는지 찾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상황이다. 오히려 다른 나라에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면 우리나라에 와서 배워가게 해야 한다. 언제까지 선진국 사례를 찾을 수도 없고, 우리도 이미 선진국이다. 

만약 가습기살균제 참사 사건을 이대로 둔다면 외국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사건 처리의 문제점을 연구할지도 모른다. 수천 명이 다쳤는데 정작 제품을 만든 회사의 사장을 지냈던 외국인 임원은 무죄를 받았다,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알아보니 검찰이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았다는 게 지적될 수도 있다. 검찰이나 정부가 피해자 규모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게 문제로 지적될 것이다.

2월 말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가습기살균제 진행과 교훈 Q&A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문제가 된 가습기살균제가 몇 종류이고, 각각의 제품들이 어느 기간 동안 몇 개 팔렸는지 정리해서 논문으로 발표했다. 사실 이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사건을 수사하고 조사할 때 A, B, C, D는 범인과 피해자가 누구고 몇 명이냐, 범인이 범행에 사용한 도구는 무엇인가다. 이게 기본적으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피해자가 몇 명이고 범인이 누구인지, 범인이 범행에 사용한 도구인 가습기살균제는 몇 종류이고 몇 개가 팔렸는지 하나도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파악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파악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내가 그것을 정리해서 논문으로 발표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검찰에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재수사해야 한다. 

- 가습기살균제 참사 가해업체인 제조사 옥시, 세퓨와 유통사 롯데마트, 홈플러스 외에 정부의 책임도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제대로 관리했다면 가습기살균제가 승인이나 제조 후 출고나 판매 단계에서 차단됐을 거라는 지적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나.

▲ 작년 8~10월 동안 국회 국정조사가 이뤄졌다. 국정조사는 제조사를 상대로 하는 것과 정부를 상대로 하는 것 두 가지다. 국정조사이기 때문에 각 정부기관을 상대로 한 조사와 청문회가 주된 내용이다. 그 과정을 통해서 상당한 내용들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일관되게 한 목소리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기본적인 사과나 유감 표명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가 한편으로 감사원에 이 사건에 대한 각 정부부처의 책임을 요구하는 감사 청구를 서너 차례 했는데, 감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기각 처리됐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감사원조차도 이 사건과 관련한 책임 부처로 보고 감사해야 한다. 이 정도 사건이면 감사원이 감사할 사건으로 스스로 인지하고 감사해야 하지만, 피해자와 시민단체가 감사 청구 요건을 갖춰서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하지 않았다. 

지금 이 시간에 세월호가 3년 만에 인양되고 있다. 과연 3년 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느냐는 탄식이 전국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5~6년 동안 매일 지켜보면서 거의 매일 새롭게 신고한 숫자들을 접했다. 처음에는 9~10명 정도였다. 그러다가 몇 십 명, 몇 백 명, 작년 들어서 1000명대로 넘어갔다. 작년에만 4000명 넘게 신고했다. 다시 올해도 계속 이어져서 약 5500명의 신고가 이뤄졌고, 그중에 사망자가 약 20%인 1200명 정도다. 이 숫자에 나 스스로도 무뎌져야 할 때가 됐는데, 이것은 무뎌질 수 없는 숫자다. 사회적으로는 굉장히 무뎌졌다. 그런데 사회적 관심도 별로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됐다. 대선 과정에서 이 문제에 대한 재조사 필요성이 공론화되고, 유력한 후보들이 당선 후 새 정부의 검찰에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임기 내내 이 사건을 수사해서 해결하겠다고 약속해주길 바란다.  

- 한국에서 피해자 5380명, 사망자 1122명으로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커지고,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데 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우리나라는 아직 소비자 보호제도가 많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 제도적으로는 제한 없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피해 입증 책임을 가해자가 갖도록 의무화하는 제도 3가지는 가습기살균제 말고도 일반적으로 준용될 수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특별히 추가돼야 할 게 있다. 가장 유사한 피해를 낼 수 있는 제품은 스프레이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제품이 스프레이, 분사돼서 호흡기로 흡입돼 피해가 크게 발생했다. 모든 스프레이 제품이 안전허가를 획득한 후 판매되도록 하는 판매허가제도가 필요하다. 스프레이는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사용된다. 여성들의 화장품부터 시작해서 아이들의 문구류, 가정집의 신발장에도 스프레이가 있다. 사용이 편리하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곳에서 사용한다. 그런데 스프레이라는 개념 자체는 공기 중으로 뿌려지면 바로 호흡기와 피부로 접촉된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을 스프레이했을 때 호흡독성과 피부독성을 전혀 일으키지 않는다는 인증이 나와야 판매할 수 있다는, 스프레이 제품 판매허가제가 필요하다. 최소한 스프레이 제품에서만큼은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호흡 독성 여부를 확인해서 팔고 있는 제품은 한 개도 없다. 왜 그러냐고 하면 우리나라에서 제품의 호흡 독성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곳은 2~3곳 정도밖에 없다. 그것도 상업적인 제품에 호흡 독성 테스트를 해줄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이다. 한국안전성평가연구원이라는 곳이다. 그곳에 소비자들이 최종적으로 사용하는 스프레이 제품의 안정성 테스트를 의뢰해온 곳이 없다. 그러니까 없는 것이다. 그래서 호흡 독성에 대한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게 제도화해야 한다.

어떤 법을 만들었다면 그 순간부터 새로 나오는 제품에는 적용되고, 그 이전에 나온 제품은 어떻게 할 것인가가 늘 문제가 된다. 이전에 나온 제품들에 대해 소급 적용을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소급 적용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일정한 시간을 줘야 할 것이다. 그 시간 내에 안전하다는 입증을 하도록 해서 안전하다고 입증하면 판매하도록 허가를 하고, 입증하지 못하면 판매 허가를 못 갖게 돼 전부 회수 조치해야 한다. 

- 지난 1월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옥시레킷벤키저 신현우 전 대표와 세퓨 오유진 전 대표에게 각각 징역 7년, 롯데마트 노병용 전 대표와 홈플러스 김원회 전 그로서리매입본부장에게 각각 금고 4년을 선고했다. 옥시의 외국인 전 대표 존 리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 선고를 어떻게 평가하나. 

▲ 형사 1심 판결은 크게 보면 제조‧판매사 일부 책임자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한계는 최고형이 기껏해야 징역 7년이다. 사망자 몇 백 명을 낸 옥시 사장에게 징역 7년형을 선고하고, 그중 외국인 사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한 것은 새 발의 피라고 할 수도 없다.  

만약 사망자 1명당 징역 1년을 선고한다면, 지금 사망자가 1000명을 넘으니까 징역 1000년이 넘어야 한다. 그런 형사적 처벌을 받아야 할 책임자급 사람들이 100명도 되지 않는다. 실제로는 20명 정도라고 하면 징역 50년씩을 받아야 한다. 한마디로 사형까지는 몰라도 무기징역형에 처해야 한다. 

지금은 형사재판에 대해서 항소가 진행 중이다. 민사 재판도 진행 중이다. 민사재판은 이제 본격적인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이제야 형사재판에서 일부지만 유죄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민사재판은 제대로 의미 있게, 새롭게 전개될 거라고 본다. 지금까지 전개된 민사재판은 전혀 의미가 없었다. 지금까지의 민사재판에서는 옥시가 조작된 증거를 제출해서 재판부의 합의를 유도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혀 잘못된 재판으로 돼 있다. 이제부터 형사 판결에 준한 민사적 책임이 물어질 것이다. 민사 1심 재판 결과는 옥시의 증거 조작 사실이 밝혀지기 전에 나왔다. 쌍방과실 수준으로 거의 몇 천 만원 수준이다. 성인 산모가 사망했는데 그런 수준이었다. 당시 재판부도 잘못된 재판을 한 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민사재판은 피해자들이 굉장히 많아서 여러 재판들로 나뉘어져 있다. 이미 합의를 한 분들은 민사재판이 끝난 것이고, 새롭게 재판을 하려는 분들이 일부 있다. 

<2편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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