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전국 학교 석면오염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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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전국 학교 석면오염 빨간불

최예용 0 3897

[왜냐면] 전국 학교 석면오염 빨간불 


한겨레 2017 2 21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환경보건학 박사)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교실, 복도는 물론이고 신발장, 도서관, 과학실, 교재준비실, 운동장 등에서 채취한 먼지, 텍스 조각, 못 등에서 석면이 검출되었다. 작년 여름방학과 이번 겨울방학 동안 서울지역 5개 초등학교와 경기도 부천의 2개 초등학교, 일산의 1개 고등학교 그리고 인천의 3개 초등학교 등 모두 11개 학교에서 석면 건축자재를 철거한 후에 시료 102개를 채취해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해보니 절반이 훨씬 넘는 66개에서 석면이 검출되는 모니터링 결과가 나왔다. 각 교육청마다 진행하는 모든 석면 철거 학교의 실정이 비슷하다.

 

 

석면은 1급 발암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석면이 폐암, 악성중피종암, 후두암, 난소암 등을 일으키는 확인된 발암물질이라고 밝히고 있다. 석면은 광물로 불에 타지 않고 가볍고 저렴한 특징 때문에 오래전부터 건축물의 지붕, 천장 마감재와 자동차 브레이크 등에 널리 사용되어왔다. 그러나 석면이 발암물질임이 알려지면서 1980년대 초반 북유럽을 시작으로 석면 사용이 금지되었고 지금은 세계 54개국에서 석면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도 2009년부터 금지했는데 이전에 사용한 석면 건축물의 안전관리가 큰 문제로 남아 있다. 특히 학교의 경우 전체 70%가량이 여전히 석면 건축물이다.

 

 

석면 철거는 공사 과정에서 석면 오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학교 건축물의 석면 철거는 교실과 복도 등을 오염시켜 다수의 학생과 교직원이 석면에 노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교육부, 환경부, 노동부 등 중앙부처와 자치단체, 교육청, 학교 및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학부모모임에서도 관심을 갖고 안전하게 석면 철거가 이루어지도록 감시해야 한다.

 

 

지난 10여년 동안 대한민국 교육계의 석면문제 깜깜이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석면의 위험성이 알려져 학교 석면을 해결하기 위한 예산이 조금씩 배정되어 석면 철거 공사가 진행중이지만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면 석면 문제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일반적인 학교 개보수공사 정도로만 여겨지고 있다.

 

 

교육부와 각 지역 교육청은 예산을 내려보내고 철거 업체를 통해 공사용역을 발주할 뿐 안전 문제는 도외시한다. 현장의 학교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교장과 교감, 행정실장 등 책임자들이 석면 문제에 문외한인 상태다. 시설을 관리하는 행정인력이 매년 4시간 석면교육을 받는다지만 평소 학교 석면건축물 안전관리와 특히 석면공사를 감시할 수 있는 내용이 담보되지 않고 형식적이다. 석면 철거 업체는 전문화되지 않은 영세업체로서 비용절감과 공기단축을 위해 석면 안전관리는 뒷전이다.

 

 

이처럼 엉망인 학교 석면관리 문제는 고스란히 학생과 교직원의 석면노출 위험으로 전가된다. 석면이 의심된다 하더라도 비석면과 구분되지 않으며 현장에서 바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방치된다. 학교에서의 석면 문제 발생은 인근 지역사회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초·중·고교 시절에 석면에 노출되면 20~40대에 석면질환이 나타나 개인과 가족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큰 우환이 된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환경성 석면 피해자를 지원하는 석면피해구제법이 시행되고 있는데, 2016년 한해 동안에만 470명, 지난 6년간 2334명이 석면 피해자로 인정됐다. 이 중 절반가량은 사망했다. 피해자 중에는 학교 교사들도 포함돼 있다.

 

올해 22살인 한 남성은 2015년 석면암인 악성중피종이 발병했는데 환경부는 이 남성의 거주환경을 조사한 결과 초등학교 재학 중 석면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학교 석면 오염 문제는 잔여수명이 1~2년에 불과한 치명적인 악성중피종 피해자를 더 많이 발생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겨울방학 동안 석면 철거공사를 한 학교들은 개학 전까지 학교를 폐쇄하고 교실과 복도 등의 석면 오염을 없애는 정화작업을 철저히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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