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살인' 가습기 살균제 '솜방망이 처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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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살인' 가습기 살균제 '솜방망이 처벌' 논란]

임흥규 0 14984
'살인' 가습기 살균제 '솜방망이 처벌' 논란
   
유족들 "사람이 죽었는데 누구하나 책임없다니!"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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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서있기 조차 힘들었던 지난 23일.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 '사람죽이는 가습기 살균제'라 쓰인 푯말을 든 노인이 힘겹게 서있었다. 그는 가습기살균제로 사망한 故김영금 씨의 남편 최주완 씨로 부인은 2008년 3월 20일 사망했다.

최씨는 부인의 사망원인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작년 봄 가습기살균제가 폐손상의 원인이라는 방송을 보면서 부인이 사망한 이유를 알게 됐다. 곧 아내가 사용한 옥시싹싹을 자세히 살펴본 최씨는 의아했다. 옥시싹싹에는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하여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는 문구가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광화문 일인시위에 집에서 가져 온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들고 “사람을 죽였는데 옥시싹싹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에 대한 언급도 없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과징금을 5천만원만 물린 공정거래위원회의 솜방망이 처벌도 이해가 안간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 공정위, 벌금 5천만원 부과 솜방망이 처벌
다음날인 24일에도 가습기살균제 패해대책촉구 일인시위가 6곳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전날 공정거래위원회가 4개 제품회사에 5200만원의 허위광고 과장금부과와 검찰고발조치에 대해서 '수십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 솜방망이 처벌이다'라는 입장을 개진한 것이다.

 

가습기살균제는 가습기 내의 미생물 번식과 물 때 발생을 방지할 목적으로 출시된 상품이며, 공산품으로 분류돼 있어 사전에 별도로 의약외품으로 허가나 승인을 받지 않고 제조 판매할 수 있었다.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성분들이 소독용 등 다른 용도로 광범위하게 사용됐음에도 특히 가습기살균제에서만 문제가 된 것은 이들이 인체의 흡입을 통해 폐손상과 인과관계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관계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이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면서 제품 용기에 안전하다고 허위 표시를 한 ‘옥시’등 4개 사업자(이하 피심인)에 대해 과징금 부과 및 시정조치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한 옥시싹싹은 5000만원, 홈플러스 100만원, 버터플라이이펙트, 100만원 등 4개사에 대해 시정명령(법위반 사실 공표명령 포함) 과징금 및 법인과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고 법위반이 정도가 크지 않은 롯데마트 및 글로엔엠에 대해서는 경고조치했다.

공정위는 고발조치한 이유로 ‘인체에 유해함에도 검증없이 안전하다고 표시’와 ‘소비자를 오인하게 해 합리적 선택을 저해’한 것을 들었다. 실제로 가습기살균제엔 유해한 성분이 포함돼 있음에도 객관적인 근거없이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한 것처럼 표시했다.

피심인들은 안전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 실증해야 함에도 인체에 무해하다는 실증자료조차 제출하지 못했다. 제품이 입자형태로 분사되 흡입할 경우 안전성에 대한 검증절차도 전혀 없었다. 소비자들은 이 사실도 모르고 피심인들이 표시한 내용을 그대로 신뢰하게 돼 전혀 해가 없는 것처럼 오인하게 됐다. 일반적인 주의력을 가진 소비자가 안전한 제품으로 오인함으로써 합리적인 선택을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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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단체, 가정 화학물질 소비자 주의해야

공정위의 이번 발표는 지난 2011년 8월31일 정부의 첫 발표 후 가해기업에 대한 첫 조치다. 그간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으로 접수된 피해사례만 174건, 그중 사망만 52건이다. 지난 1년간 정부가 취한 조치는 1)판매 및 사용자제권고, 2)동물실험, 3)의약외품지정, 3)조사연구용역발주 등이 전부다. 문제의 기업에 대한 제재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민사소송에서 피해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지만, 유족들은 “매우 실망스럽고 한심한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말했다. ‘친환경상품’, ‘인체에 무해’라고 포장된 일상제품이 동네마트, 대형할인점 등을 통해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8년동안 아무런 제재없이 판매됐다.

 

질병관리본부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가습기살균제 사용인구를 추산하면 최대 800만명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제품들은 심지어 TV에서까지 광고되기도 했다.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은 이들 제품중 일부에 국가통합인증인 KC마크까지 부여했다.

 

그러나 동물실험결과 폐흡입독성이 확인된 살균제성분(PGH)은 2008년부터 3개 정부기관(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 농림수산식품부) 등이 공동운영하는 식품안전정보서비스에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디움(PGH)는 눈이나 피부에 닿으면 발진이나 화상을 일으킬 수 있고, 특히 들이마시면 타는 것과 같은 느낌과 함께 기침, 인후염 등 호흡곤란을 격게 됩니다”라고 나와있었다.

 

지난 2012년3월부터 3개월여간 한국환경보건학회(학회장 백도명 서울대보건대학원 교수)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사례 95건에 대해 의료기록확인 및 심층면접, 가습기살균제사용현장조사 등을 실시해 6월11일 공개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노출실태와 건강영향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분석대상 95건중 33%인 31건이 사망했고 사망자는 어린이가 65%, 가임여성이 26%로 전체의 91%가 생물학적 취약집단이었다.

 

특히 0-3세 영유아의 경우 피해사례 42건 중 48%인 20명이 사망했다. 또 증상발생에서 사망까지 걸린 시간은 모두 7개월 미만이었는데 이중 25건 81%가 최초증상에서 사망까지 3개월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급속히 진행됐다.

학회보고서에 의하면, 95사례의 과거병력조사결과 폐질환, 천식 등의 선행병력이 있는 경우는 1건에 불과해 모두 건강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에 대한 우리의 안전 불감증을 돌이켜볼 계기이자 우리나라 화학물질 관리 체계의 총체적인 부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가정에서 화학물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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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울하면 소송하라, 사실상 무대책
최소 50명이상 사망하고 수백명이 치명적인 폐질환에 걸린 최악의 환경사건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는 ‘억울하면 기업을 상대로 소송하라’라며, 사실상 '무대책'을 밝혔다. 그러다가 사건발생 1년여만에 공정위의 과장광고 과징금 및 고발판단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환경부, 지식경제부 및 국무총리실 등 이번 사건과 관련된 정부부처는 모두 ‘피해대책은 우리소관이 아니다’며 외면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피해자 26명이 3그룹으로 나누어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조만간 피해자 25명이 집단소송을 추가로 제기할 예정이다.

옥시싹싹과 롯데마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에 의하면 원고측 변호인인 김&장이 모든 혐의사실을 부인하는 서류를 보내온 상태라고 한다. 나아가 해당기업들은 "질병관리본부의 동물실험이 잘못됐다"며 오히려 질병관리본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이야기마저 들었다. 적반하장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환경시민단체들은 가습기살균제피해자들과 공동으로 8월중 ‘가습기살균제피해대책시민위원회’를 결성할 계획이다. 대책위는 사망피해자유족들을 중심으로 가습기살균제 제조 및 판매회사를 상대로 과실치사 혐의로 형사고발하는 등 강도높은 대책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또 이 문제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국회 환경노동, 보건복지, 지식경제 등 관련상임위 소속 국회의원들과 함께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국정감사를 통해 관계부처와 가해기업의 책임을 묻고 ‘화학물질안전청’신설, ‘환경피해보상법’제정 등 제도개선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 이 글은 토요경제 정수현기자가 배포를 허락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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