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열이 만난 사람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 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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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열이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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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재단의 정기간행물 <그린리포트>최열이 만난사람 2011년 11월2일자 입니다. www.greenfund.org

후쿠시마 방사능유출 현장, 프로야구장 석면파문, 가습기 살균제 피해…
환경문제 현장에는 그가 있다
…환경운동만 25년,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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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환경청장관 직속으로 어린이 전담부서도 있어…우리도 어린이 환경피해에 주목해야”

 

1991년 3월 21일 밤, 서울 종로구 충신동 보덕빌딩 4층에 있던 공해추방운동연합(공추련) 사무실에는 수많은 눈들이 최예용 당시 사무차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5ppm(당시 환경처가 정한 페놀 폐수 배출허용 기준치) 농도의 페놀용액에 금붕어 2마리를 넣은 지 3시간이 지났다. 1분, 2분…5분쯤 지나자 금붕어는 수면으로 떠올라 아가미만 뻐끔거렸다. 최예용 사무차장이 자로 금붕어를 건져 올리자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이 내용은 다음날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사상최대의 환경사고로 불리던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 당시, 페놀의 독성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모든 퍼포먼스가 끝난 후 최예용 사무차장은 화장실에서 1시간째 진땀을 뺐다고 한다. 생명을 죽인 것도 죄책감이 드는데, 페놀 용액까지 차마 변기에 쏟아 부을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변기에 물을 조금씩 내리면서 페놀을 조금씩 떨어뜨렸다(신동호, <자연의 친구들 2> 중에서).


서울대 산업공학과 출신으로 학생운동을 하던 그가 친구 따라 환경운동에 뛰어든 지 25년. 지난해 환경보건시민센터를 만든 후 구제역, 후쿠시마 사고, 프로야구장 석면파문, 가습기 살균제 피해 등 가장 뜨거운 환경문제를 연이어 제기하고 있다. 군 출신 아버지가 그의 환경관련 자료를 두 차례나 불태웠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나중에는 아버지까지 환경운동의 원군으로 만든 그의 뜨거운 열정을 만나보자.

 

최열: 최근 환경 현장에서 중요한 이슈를 제기하고 전문가로서 역할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가 압축성장하면서 그 부작용으로 환경보건 현황이 지뢰밭같이 되었습니다. 최근 현장에 다니면서 느끼는 소회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최예용: 예전에는 야간에 환경보건 관련 학위공부를 하면서 ‘이거 배워서 뭐하나’ 싶었는데, 지금은 그게 도움이 됩니다.(그는 2001년 영국 런던대학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을 이수한 뒤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환경보건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요즘 학교운동장과 프로야구장, 4대강의 석면문제를 제기하는데, 한번 당겼더니 고구마 줄기 나오듯이 계속 달려 나옵니다. 일단 다 끌어낸 후 구분해야 할 듯 합니다. 3년 전에 만들었던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가 굉장히 중요한 계기가 ?퓸享윱求?. 석면문제를 계기로 노동․사회운동이 환경운동과 같이 머리를 맞대게 되었지요. 이 문제는 환경운동가 한두 명이 문제제기해서 되는 게 아니니까요. 대기업부터 이름 없는 광산회사(석면을 공급하는)까지 만나게 됩니다. 기업으로부터 업무방해라고 고발을 당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과연 기업이 진짜 좋은 의미에서 자발성을 갖고 환경문제를 해결하도록 어떻게 견인할 것인지 고민이 됩니다. 예전처럼 압력을 가해서 끌어내는 방식은 한계가 있고. 환경재단에서 최열 대표님이 노력하는 방법도 필요하고, 조화를 잘 이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스칼라 액티비스트(Scholar Activist)’라고 표현했다. 쉽게 풀이하면 ‘전문성을 가진 활동가’가 될 것이다. 그는 시민운동을 하는 이들도 꾸준히 충전하는 기회를 만들고 전문성을 쌓아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요즘 정치의 계절이라, 환경단체에서 실무책임자들이 대거 움직이는 현상을 보면서 과연 정치나 행정단위에서 얼마나 자기 실력을 발휘할 것인지 걱정이 된다”며 “시민사회 영역에서도 자기분야를 가진 전문가들을 길러낼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최열: 가습기 살균제 파문에서도 보듯, 환경문제가 발생하면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에게 많은 피해를 줍니다. 어린이는 여론형성 힘도 없고, 투표권도 없어요. 환경재단에서도 어린이를 위한 환경단체인 ‘어린이 환경센터’를 만들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어린이 환경문제 중 가장 취약한 점은 무엇이며,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할까요.

 

최예용: 2005년에 환경부가 처음 환경보건정책 10개년 종합계획을 만들었는데, 해외사례를 조사해보니 미국 EPA(환경청)에는 청장 직속으로 어린이 보호과(Department of children protection)가 따로 있더군요. 어린이 관련이 90%이고, 10%가 노인이에요. 정부에서 어린이 환경문제를 다루는 부서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정부 정책이나 개념도 없기 때문에, 정책적 과제를 선도해줘야 하지요.
이와 함께 환경보건 관련 피해자에 대한 지원정책도 필요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조사해보니 두 달 새 58건이 접수됐어요. 그 중 45%인 26건이 어린이 피해자입니다. 절반은 사망했어요. 그만큼 어린이들은 화학물질 노출에 무방비 상태입니다. 또 이번에 초등학교 3곳에서 석면문제가 발생했는데, 이미 석면에 노출된 아이들에 대한 피해대책이 없어요. 올 1월 시행중인 ‘석면피해구제법’에 보면, 노출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석면피해수첩을 발행해주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주도록 돼 있는데 이번 초등학교 아이들에 대해서는 아무 대책이 없어요.(석면에 노출되면 20년, 30년 후에 발병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최열: 대학생 때부터 시작해 25년째 환경 한길로만 갔는데요. 한국의 환경문제도 중요하지만, 아시아나 개도국의 환경문제도 심각합니다. 환경재단은 이 아시아 지원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제안할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최예용: 2007년 8월 환경재단에서 진행한 ‘그린 아시아’ 프로그램에 응모해서 인도네시아에 갔다 왔습니다. 부산에서 가동하던 석면방직공장이 인도네시아로 옮겨서 가동되고 있었어요. 전형적인 공해수출이었죠. 그 주변이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지역이었습니다. 반경 500m 내에 3만~4만명이 살고, 거기에 석면공장 뿐 아니라 국내에서 사양화된 공해기업이 열 댓 개 모여 있었습니다. 그 나라 정부로 하여금 필요한 규제나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시민사회단체에 관련 정보를 나누기도 했지요. 선진국에서 후??국으?? 흘러가는 것은 시장논리로 보면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하지만, 거기에 사는 주민 입장에서는 너무 한 겁니다. 환경보건 운동을 아시아지역에서 하되, 시혜해준다는 차원이기보다는 우리의 잘못을 확인하고 우리가 시정한다는 차원에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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