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여전히 거리로 나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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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여전히 거리로 나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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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거리로 나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유가족 단체, 조정안 비판


프레시안 

2022.2.15 

 

"2011년 2월28일에 남편이 원인 모를 폐 질환으로 사망했습니다. 뉴스를 보고야 남편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사망했음을 알았습니다. 여태껏 10년이 넘게 거리를 다니고, 배·보상이 이제야 이루어지는가 했더니 기업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 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가 내놓을 예정인 조정안을 두고 "병원비조차 되지 않는다"며 거리로 나섰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5일 조정위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참사 발생 11년 만에 나온 조정안이 안정적인 치료를 보장하지 않고, 사망자들을 우롱한다"고 주장했다. 

옥시, 애경 등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한 8개 기업과 피해자 단체의 조정을 위해 작년 10월 설립된 조정위는 이달 말까지 조정안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2월 중순 현재 조정위 차원의 공식 조정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피해자 단체는 조정위로부터 조정안 초안을 받았다. 다만 조정안이 "피해구제법상 피해등급을 기준으로 만들어 안정적인 치료를 보장하지도 못한다"라고 피해자 단체는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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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15일 조정위원회가 내놓은 조정안 가안을 두고 "병원비조차 되지 않는다"며 비판했다. ⓒ프레시안(이상현)


피해자 단체는 "피해구제법상의 피해등급은 가장 심각한 피해사례인 '폐 이식' 피해자조차 최고 등급인 '초고도'로 인정하지 않는 엉터리"라며 "현행 피해등급이 피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데도 조정위는 피해사례를 일일이 판단하기 힘들다며 피해등급을 그대로 인용한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현재까지 피해등급 확인자 870명 중 ‘초고도’는 겨우 11명으로 1.2%에 불과하고, '등급 외'는 552명으로 전체의 63%에 달한다"라면서 "조정안은 피해등급의 비중을 크게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의 피해등급 산정방법'에 따르면 피해등급은 초고도피해, 고도피해, 중등도피해, 경도피해, 경미한피해, 등급 외로 구성된다.
 
27년 전, 생후 50일이 된 딸이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했지만 피해자 인정을 받지 못한 이장수(66) 씨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해자로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을 비판했다. 이 씨는 "태어난 지 50일 만에 사망한 딸도 피해자가 아닌,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사실만 확인된 '노출 확인자'로 인정받았다"라며 "피해자로 인정을 받아야 조정안도 기대하는데 피해자 인정도 못 받는 것이 현실"이라 호소했다. 

환경보건센터 최예용 소장은 "노출 확인자는 피해가 없는 게 아니라 기준이 너무 엄격해서 '불인정'을 받은 분들"이라며 "피해자 인정 기준이 여전히 너무 좁아 인정받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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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인해 사망한 이들의 영정사진이 기자회견장 앞에 놓여있다. ⓒ프레시안(이상현)


70대 치료금액 연간 150만 원 수준… "터무니없어" 

조정안이 제시하는 배·보상 금액 또한 그 수준이 터무니없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한다.  

김태종 '전국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배상조정위원회' 대표는 "조정위가 제시한 안에 따르면 중증자는 10년 치 병원비가 '미래 요양급여' 명목으로 일시금 1500만 원부터 7500만 원까지 지급된다"라며 "70대 이상에 1500만 원이 지급되면 이는 1년에 150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나이가 들면서 병이 악화하고 폐 이식 같은 경우도 생길 텐데 조정안이 제시한 금액은 중증환자 병원비 보장도 안 되는 금액"이라며 "현실에 맞는 지원안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프레시안>이 피해자 단체로부터 받은 조정안에 따르면 미래요양급여 외에도 경도 이상 피해자에게는 장해급여, 2011년 당시 미성년 피해자 추가 지원금, 피해등급별 추가 지원금이 지급된다. 가족 내 1명 이상 복수의 피해자가 있을 경우 별도로 추가 지원금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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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이장수 씨는 기자회견에서 "아무런 인정도 받지 못하고 배상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이상현)


김 대표는 그러나 "현재 조정안 금액은 병원비 현실을 생각할 때, 특히 노령층에는 터무니없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또한 "조정안은 사망자 지원금을 1억5000만 원부터 4억 원까지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특별유족조위금으로 이미 지급받은 1억 원은 제하고 지급된다"며 "70대 이상 사망자는 5000만 원만 받고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는 피해 기준 '경도'의 생존자보다도 조정 금액이 낮은 수준"이라며 "짧은 시간 안에 상황이 악화하여 구제법 내 악화단계를 기록하지 못한 사망자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기자회견 이후 피해자 단체는 조정위에 요구안을 전달하기 위해 조정위 사무국 역할을 하는 법무법인 한결을 항의 방문했지만, 조정위 관계자를 만나지 못했다. 법무법인 한결 측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현재의 조정안은 가안이고 조정위 차원에서 기업, 피해자 단체와 면담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본래 2월 말에서 3월 초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관련자들과 협의를 완료한 후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과 시민단체는 오는 16일부터 피해자들의 정당한 배·보상을 요구하며 조정위 건물 앞에서 매일 1인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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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피해조정위원회 사무국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한결을 항의방문 했지만 조정위 관계자를 만나지 못했다. ⓒ프레시안(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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