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자전거캠페인2일차] CJ제일제당 계속 해양투기 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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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자전거캠페인2일차] CJ제일제당 계속 해양투기 할 건가요?

최예용 0 6787

[SOS자전거캠페인-2일차] 인천지역 최대의 산업폐수 해양투기업체는 CJ제일제당인천1공장

해양투기 응징 자전거 캠페인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전날 타고 온 자전거 때문에 허벅지가 뻐근하다. 난 그래도 좀 젊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안 괜찮다. 다리를 주무르며 CJ 인천 1공장 앞에서 있을 기자회견을 위해 짐을 챙겼다. ‘산업폐수 해양투기 연장반대 전국순회 자전거 캠페인’ 첫 지역 기자회견을 준비한다는 것이 사실 조금 얼떨떨하다. 원래 기획했던 것은 전국 자전거 캠페인이 아니라 소소한(?) 광화문 1인 시위였기 때문이다. 일이 이렇게 커진 데에는 나름 사연이 있다.

지난 6월 중순, 해양수산부가 해양투기 연장을 준비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바다위원회에 비상이 걸렸다. 7월 한 달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김춘진 의원실을 통해 자료를 얻고, 광화문에서 기자회견도 열고, 해수부를 직접 만나 항의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9월초 해양투기 연장에 대한 국회토론회까지 잡고 돌아보니 8월 한 달이 일정 없이 텅 비게 생겼다. 일이 없다고 한 달을 쉬었다간 해양투기 연장 저지에 대한 불씨를 살리기 어려울 터, 그래서 기획한 것이 8월 한 달간의 광화문 1인 시위였다. 그런데 기획을 하다 보니 점점 욕심이 생겼다.

최예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과 회의를 하면서 1인 시위 이야기가 나왔는데 독도에도 한번 가서 1인 시위 해보고 싶어졌고(독도가 포함된 한일공동수역의 일부가 해양투기 지역이다), 독도 가는 배 타러 포항에 가자니 포항까지 한번 걸어서 가보고 싶어졌고, 걸어서 가자니 이왕 멀리 가는거 자전거 타고 해양투기 선창 곳곳을 다녀보고 싶어졌고, 전국을 방문하자니 그 지역에 있는 지역환경연합과 결합해서 같이 캠페인 하는 게 좋아 보였다. 그렇게 이틀 만에 무대포로 세운 계획에 대해 바다위원회 윤준하 위원장은 대번에 좋다 하시면서 지역 환경연합에 직접 전화를 걸어 같이 하자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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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해양투기 저지 캠페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윤준하 바다위원회 위원장과 참석한 인천, 서태안, 목포, 보성, 여수, 마창진, 부산, 울산, 포항 등 해양투기 항구지역 환경연합 활동가들, 캠페인준비를 위해 대전역 KTX 회의실에 모였다. 사진 김영환>

신입 활동가가 툭 던진 아이디어를 무시하는 일은 쉽다. 그러나 허투루 듣지 않고 정말 현실 가능하고 쓸 만한 부분이 있는지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주는 것은 귀찮고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환경운동연합은 어려운 일을 원래 오래전부터 그렇게 해왔던 것처럼 아주 쉽게 했다. 회의를 통해 자전거 캠페인에 살을 붙여 각자 역할을 정하고, 지역마다 자전거 캠페이너를 조직하여 일부 구간을 순서대로 함께하기로 했다. 그렇게 2주 만에 뚝딱 전국 자전거 캠페인이 준비되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첫 캠페인 지역인 인천인 것이다.

인천 기자회견 장소는 설탕을 만드는 CJ제일제당 인천1공장 앞이다. 이곳에서 캠페인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CJ가 인천에서 바다에 쓰레기를 가장 많이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 10시가 조금 넘어 공장 앞에 도착하니 인천 환경연합 주정호 활동가와 기자 몇 분, 인천경찰 정보관, 그리고 CJ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CJ 직원들은 호의적으로 나왔다. 자전거에서 내리니 더운데 수고가 많다고 아이스박스에서 물을 꺼내 한 병 권했다. 인간적으로 주는 것이면 받아 마시려고 했는데, 전략적으로 주는 모습이 역력해서 받지 않았다. CJ 환경 담당이라는 분이 나와 본인들의 입장을 설명했다. 폐수 해양투기에 대한 그분의 설명은 말이 많고 길었다. 하지만 대충 요약하자면 이랬다.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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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내년 해양투기 연장 신청한 것 다 알고 왔는데 뭘 또 숨기시나~”/기자회견 전에 CJ직원과 대화를 나누는 최예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 사진 김영환>

해양환경관리법상 바다에 온갖 중금속 산업폐기물을 갖다 버리는 해양투기는 2013년을 끝으로 종료가 된다. 그런데 해양투기 종료가 5개월 남은 지금, 산업계는 해양수산부에 앓는 소리를 하며 자신들은 정화시설이 부족하다느니, 폐기물 육상처리비용이 너무 비싸다느니 하며 해양투기 2년 연장을 요청하고 있다. 사실상 해양투기 종료는 2005년부터 정책적으로 예고되어 온 것인데 9년 동안 어디서 놀다 오셨는지, 대기업들은 이제 와서 전 세계가 다 하고 있는 폐기물 육상처리를 못 하겠다고 우기고 있다. 우리나라는 참 기업하기 편한 것 같다. 자기 공장 폐수 처리하기 귀찮으면 국민들이 함께 이용하는 바다에 그냥 갖다 버려도 되니까. 혹시 자기 집 쓰레기도 지정된 쓰레기봉투에 넣기 귀찮으면 그냥 옆집 앞에 던져 버리는 걸까? CJ 임원 집 근처에 사시는 분들은 조심하시라. 귀찮으면 언제 쓰레기 날아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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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J제일제당 인천1공장 입구에서의 기자회견 모습. 달콤한 CJ 설탕은 한국 바다에 쓰레기 버려서 만드는 제품이었다. 사진 인천일보 김상우>

사실 환경오염에 아랑곳 하지 않는 기업들의 이런 행태는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경제만능주의의 작은 단면이다. 한국에서 경제와 환경이 싸우면 당연히 경제가 이긴다. CJ 공장이 있는 인천에서 작년 GCF(녹색기후기금)를 유치했을 때, 신문엔 온통 이런 제목들로 하루 종일 도배가 되었다. ‘인천 GCF 유치 확정, 경제적 파급 효과 수천억원’, ‘GCF 유치, 부동산 침체 분위기 반전’, ‘GCF, 초대형 글로벌기업 유치와 맞먹어’ GCF를 유치하기는 했는데, 도대체 GCF가 뭘 하는 곳인지, 앞으로 이걸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그런 고민이나 설명을 하는 기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모르고 읽으면 GCF가 무슨 큰 다국적 제조공장 쯤 되는 줄 알겠다. GCF는 돈 벌어다 주는 공장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비하여 어려운 나라들의 온실가스 감축을 돕는 국제환경기구인데 말이다. 정부의 관심사가, 국민의 기대 수준이, 언론의 기사제목이 어쩌면 이정도 밖에 안 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기업은 국민감시의 눈초리를 따라 움직인다. 그게 아니라면 해양투기는 벌써 자발적으로 종료되었어야 한다. 환경에 대한 사회의 기대치가 낮으면 기업은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 바다는 육지보다 정서적으로 가깝지 않아서 그동안 기업들이 눈치 안보고 열심히 해양투기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바다는 생태계의 근본이다. 바다가 상하면 육지도 무사하지 못하다. 해양투기 해저에 깔린 온갖 중금속들과 독성오염물질들은 다시 떠올라 적조를 일으키기도 하고, 수산물을 중독시켜 사람들의 몸속으로 다시 들어오기도 한다. 난리가 나서 수습하면 그땐 이미 늦는다. 하루라도 빨리 해양투기를 중지하고 투기 해역을 복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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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J제일제당 인천1공장 정문 게시판, 오타가 있는데 “우리 회사는 육지 환경보전에만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로 바꿔야 할 듯하다. 바다엔 계속 쓰레기를 버리고 있으니까. 사진 김영환>

솔직히 말해 CJ는 인천에서 폐기물을 제일 많이 버리다 시범으로 걸렸을 뿐, 다른 대기업들의 행태도 통계를 보면 오십보 백보다. 그러나 이왕 CJ 공장 앞에서 실컷 큰소리 치고 왔으니 미안한 마음에 제안 하나 드리고 싶다. 만약 CJ가 대기업 중에서 제일 먼저 해양투기를 올해까지 종료하겠다고 선언하면, 그땐 CJ 앞에서 시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업들을 찾아가 CJ 좀 본받으라고 시위를 하겠다. 빈말이 아니라 최예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이 CJ사람들에게 한 약속이다. 정말이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아산까지 자전거 타고 떠나는 길, CJ 인천1공장 본관 외벽에 걸린 큰 간판이 눈길을 끌었다. ‘모든 일의 성공과 실패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생각과 자세에 달려있다.’ 그렇다 CJ, 당신들은 할 수 있다. 지금은 비록 회장님이 큰집에 들어가 뒤숭숭하겠지만 그래도 난 당신들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환경을 향한 생각과 자세를 바꿔 해양투기를 당장 그만해 달라. 진심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라며 아산을 향해 페달을 밟았다.

2013년 8월 14일 글쓴이 김영환,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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