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눈] 정수용 “그녀의 외마디,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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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눈] 정수용 “그녀의 외마디,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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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눈] 정수용 “그녀의 외마디, 아파


가톨릭평화방송 2021년 8월 27일 


밀양에 사는 50대 안은주 씨는 배구 선수였습니다. 국가대표 후보까지 올랐고, 은퇴 후 생활체육 코치와 배구 심판으로도 활동했습니다. 그만큼 그녀는 감기조차 자주 걸리지 않는 건강한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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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그녀가 2011년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합니다. 조직검사에도 이유를 찾지 못했고, ‘원인미상의 폐질환’으로 얼마 살지 못할 거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습니다. 

폐가 점점 딱딱해져 숨을 쉴 수 없는 폐섬유화! 결국 그녀는 두 번의 폐 이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부반응과 합병증 등으로 지금도 여전히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목절개 산소발생기를 착용하면서부터 이젠 목소리도 잃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인 1994년, 세균과 물때를 손쉽게 제거해준다는 가습기 살균제가 시판됩니다. 정부의 판매금지 조치가 나올 때가지 총 40종 넘는, 천만 개 제품이 팔렸습니다. 추정된 피해자가 약 90만 명이 넘고, 이중에 실제 파악한 사망자만 1600명이 넘습니다. 이는 6.25 전쟁이후 단일 사건으로 최대 사망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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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너무나 쉽게 잊혀져갔습니다. 피해구제법도 제정되었고, 청문회와 검찰 수사가 진행되었다는 뉴스가 들렸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주성분인 CMIT/MIT의 유독성 인정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일부 가해 기업은 원인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에, 배상과 보상도 온전히 진행되지 못한 사례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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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는 가정 파괴범이며, 아주 악마 같은 존재입니다.” 2017년 안은주 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편지에서 남긴 말입니다. 그녀는 이 편지를 쓰기 위해 병상에서 밤을 새웠고, 손가락에는 물집이 잡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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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는 2019년 12월, 두 번째 폐이식 수술을 마치고 일반 병실로 옮겨져 이런 말을 남깁니다.

수술 후 말을 할 수 없어 힘겹게 잡은 펜으로 적은, 소리 없는 외침이었습니다. 오랜 투병으로 만신창이 된 몸뿐만 아니라,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기업 때문에 마음마저도 너무나 아프다는 그녀의 심경이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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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31일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날입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를 통해, 원인미상의 폐 손상 환자의 사망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로 추정된다고 발표한지 정확히 10년이 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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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가해 기업에, 정확한 원인 규명, 진정한 사과, 그리고 정당한 배상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안은주 님의 외침을 기억하는 우리 모두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어떻게 진행 되는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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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제의 눈>은 “그녀의 외마디, 아파!”입니다. 안은주 님의 쾌유를 기원하며,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관심을 보내고, 한 마음으로 연대하는 모든 이에게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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