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 가습기살균제에 무너진 삶 10년째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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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가습기살균제에 무너진 삶 10년째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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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에 무너진 삶 10년째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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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민일보 2021년8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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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손상 피해 밀양 안은주 씨
수술 합병증·장기간 투병
거액 빚더미 가족행복 흔들
"정부 책임 약속 지켜 주길"


손으로 말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안은주(54·밀양시) 씨는 병상에 누워 떨리는 손으로 수첩에 한 글자 한 글자 적어내렸다. 안 씨는 2007년부터 3년간 가습기살균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사용하다 2011년 '원인미상폐질환' 진단을 받았다. 이후 10년 동안 폐 이식 수술만 2번 받았고, 신장·호흡기능 이상, 하반신 마비, 시력·청력 저하 등 수술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목을 절개하고 산소발생기를 달아 손 글씨로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안 씨는 25일 병상에서 언니 안희주 씨의 도움을 받아 환경보건시민센터 비대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알려 센터가 진행 중인 '가습기살균제참사 10년 집중행동'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그는 누구보다 건강한 사람이었다. 키 170cm의 당당한 체격에 1987년부터 실업배구팀 선수로 활동했다. 현 'GS칼텍스' 전신인 '호남정유 배구단'이 소속팀이었다. 팀을 주름잡던 3공주 중 안 씨는 '보리공주'였다. 마산제일여고 출신이라 '경상도 보리문디'를 따 팀원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선수 은퇴 이후에도 밀양의 초등학교와 실업팀, 생활체육계에서 배구코치와 심판을 하며 체육인의 삶을 이어갔다.

(왼쪽사진)병상에 누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안은주 씨가 25일 환경보건시민센터 줌 기자회견에 참석해 정부가 참사를 끝까지 책임져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오른쪽사진)선수 은퇴 후 밀양생활체육계에서 배구를 한 안씨의 건강했던 당시 모습. /캡처·환경보건시민센터

하지만, 3년간의 가습기살균제 사용이 안 씨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10년 가까이 투병 생활을 하며 친정은 거액의 빚을 지고, 단란했던 가족관계는 무너졌다.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했을 때, 입원해 있던 안 씨는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안 씨는 편지를 썼다. "왜 우리나라에서 판 제품을 사 쓰고 아이에게 빚만 남겨야 합니까"라며 "제 가정을 지켜주시고, 제 아이들을 살려주십시오."

이날 대통령은 참사를 정부가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변화는 있었다.

특별법 개정으로 기존의 폐 손상 3·4단계 피해자도 일부 구제인정대상자가 됐다. 3단계였던 안 씨도 특별구제계정(기업부담금·정부 출연금)에서 병원비를 지원받게 됐다. 그럼에도 안 씨는 약속을 지켜달라고 요구한다. 폐 손상 1·2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들과 달리, 2017년 이후 구제인정된 3000여 명의 피해자들은 가해 기업들에서 제대로 된 사과와 배·보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1250억 원의 구제계정조차 현재까지 약 15%밖에 집행되지 못했다. 안 씨는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달라"라고 말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10년이나 됐지만,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은 요원하다"라며 "피해자도 다 찾지 못했고, 드러난 피해자 배·보상 등 피해 대책도 아직이며, 가해 기업들에 사법 책임도 묻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2017년 피해자에게 사과를 했지만,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사과일 뿐, 환경부, 공정위 등 각 부처가 어떤 경위로 잘못을 했는지 분명히 짚는 자리가 없었다"라며 "사회적참사 특조위에서 청문회를 다시 열어 책임 있는 전·현직 기관장들의 사과와 재발 방지조치가 나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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