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제돌이는 웃지만, 다른 돌고래들은?

[녹색세상]제돌이는 웃지만, 다른 돌고래들은?

최예용 0 3651

불법포획돼 쇼에 동원됐던 돌고래 제돌이가 마침내 바다로 돌아간다. 드라마틱한 제돌이 이야기에 사람들은 환호하고 안도한다. 하지만 제돌이의 ‘해피엔딩’에는 아쉬운 구석이 있다. ‘스타 제돌이’가 아닌 다른 돌고래들의 이야기는 별로 해피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3년 대한민국, 돌고래들의 엇갈리는 희비극. 이야기는 이렇다.

이야기 하나. 제돌이를 포함해 5마리 남방큰돌고래가 바다로 돌아가게 됐는데, 정부는 야생방류 비용을 대지 않고 있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바다에 100여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 국립 고래연구소에 따르면, 개체수 감소가 계속되면 남방큰돌고래는 2020년이면 개체수가 절반으로 줄고, 2050년이면 멸종될 수도 있다. 이 귀한 돌고래들을 쇼에 동원했던 ‘퍼시픽랜드’에 유죄판결을 내리고 돌고래 몰수형을 선고한 대법원의 판결은 당연한 조처였다. 이에 부응해 정부도 지난해 남방큰돌고래를 보호대상해양생물로 지정했다. 그러나 예산은 지급하지 않고 있다. 제돌이 야생방류에 필요한 7억5000만원은 서울시가 부담키로 했다. 문제는 나머지 남방큰돌고래 4마리, 태산·복순·춘삼·삼팔이의 야생방류 비용이다. 정부가 이 비용을 대지 않아 시민단체들이 모금에 나서야 할 형편이다. 무엇보다 남방큰돌고래들을 공연에 투입해서 돈을 번 ‘퍼시픽랜드’가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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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둘. 한쪽에선 돌고래를 풀어주는데 다른 한쪽에선 돌고래를 잡아들인다. 환경부는 경남 거제의 돌고래 체험시설 거제씨월드가 제출한 큰돌고래 4마리 수입 신청을 허가했다. 더구나 이들은 연간 2000여마리의 큰돌고래를 잔인한 방법으로 잡아 고기로 쓰거나 전 세계 수족관에 팔아넘기는 ‘돌고래 학살지’로 악명 높은 일본 다이지에서 들여오는 것이어서 국제적 반발을 부르고 있다. 울산 남구가 운영하는 고래생태체험관 역시 지난 3월 다이지에서 큰돌고래 두 마리를 사들였다. 울산 남구는 수입뿐 아니라 직접 포획도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둔 상태다. 한편 제주의 퍼시픽랜드는 유죄판결을 받음으로써 큰돌고래들을 몰수당하는 것에 대비해 낫돌고래 포획신청서를 내놓았다. 이에 정부는 국민들의 반대 여론을 의식해 무기한 보류를 결정했다. 전국 곳곳에서 돌고래 수족관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건설 중인 거제씨월드를 비롯해 일산킨텍스, 속초 아쿠아리움, 제2롯데월드 등이 만들어지면 돌고래 수입과 포획이 계속될 것이다. 한국의 법은 공연·전시 목적의 포획을 허용하고 있다.

이야기 셋. 어미들은 야생으로 돌아가지만 새끼들은 수족관에 남아 있다. 태산·복순이 등 불법포획된 남방큰돌고래 4마리는 대법원 판결로 바다에 돌아가게 됐지만, 이들이 낳은 새끼 2마리는 여전히 퍼시픽랜드 소유로 남아있고 어미들의 공연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연합 13개국, 브라질·칠레 등에 이어 최근 인도 정부가 돌고래쇼장 건립을 불허했다. 많은 나라에서 동물쇼는 동물학대로 인식되면서 사라지는 추세다. 제돌이의 야생귀환은 동물권에 대한 인식을 한 차원 끌어올렸으나 한국에서는 여전히 동물쇼가 성행 중이다. 이는 국제사회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일이다. 야생에서 돌고래들은 하루에 수십㎞를 헤엄치며 인간처럼 사회관계를 이루어 살아간다. 좁고 얕은 수조에서 인위적인 훈련을 받는 것은 돌고래에게 극도로 고통스러운 경험이고 그 과정에서 많은 수가 죽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전시 및 공연 목적의 포획을 허용하고 있는 현행 농수산식품부 고시를 폐기하고 돌고래를 이용한 공연을 금지시켜 나가도록 한다”는 생명권 시민단체의 질의서에 ‘적극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다. 장하나 의원은 지난해 8월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수산자원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이른바 ‘고래법’을 발의했다. 모든 고래류의 포획·전시·공연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 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경향신문 2013년 6월5일자 영화감독 황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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