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고5]피해자대회&추모제-선언문 발표하는 피해자대표들

[사진보고5]피해자대회&추모제-선언문 발표하는 피해자대표들

최예용 0 3016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대회 및 추모제 선언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족들 그리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사회 각계 인사들이 2013831() 대한민국 국회에서 피해자 대회 이름으로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은 비통한 심정으로 오늘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은 지난 2011년입니다. 그해 831일 정부는 동물실험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독성을 확인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가 영유아, 산모, 노약자 등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주범임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이전 산모들이 원인 모를 폐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연이어 터졌습니다. 사회 일각에서 공포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정부가 산모 사망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것임으로 확인하는 순간, 그 동안 병원에서 전전긍긍하며 원인도 모르고, 치료법도 모르는 ‘원인미상 간질성폐렴’ 진단을 받고, 아이를 떠나보낸 이들, 생사를 오가는 가족 곁을 지키고 있던 피해자들이 하나 둘 모였습니다. 피해자 모임을 결성하고, 산모뿐만 아니라 영유아들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리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환경보건단체와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피해자들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시중에 판매 중인 가습기살균제의 즉각 수거와 의약외품 지정을 요구했습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억울한 죽음과 피해를 호소하고, 정부와 가해기업의 사과를 촉구하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1111월말 ‘전국피해자대회’를 갖고, 정부와 기업 그리고 사회를 향해 억울하게 죽어간 피해자들의 가슴알이를 알리고, 원인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자대책을 호소했습니다. 이후 시간은 2012년을 지나, 2013년에 이르렀습니다. 이명박 정부와 가해기업은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단 한 번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적반하장으로 가해기업 옥시는 국내 최대 로펌을 통해 피해자들의 소송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세 번 죽이는 행위를 저들은 버젓이 행했습니다.

정부가 바뀌고 19대 국회가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국회 결의안을 냈고, 국회의원들의 입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부 들어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던 정부가, 환경부로 소관을 정하고, 피해자 조사와 최근 의료비 지원대책을 내놨습니다. 뒷짐지고 방관하고, 부처간 떠넘기기만을 일삼던 정부가 만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의료비 지원 대책을 내 놓은 것은 전향적 조치라고 봅니다. 그러나 피해자와 가족들의 억울함을 달래고, 실질적으로 겪은 고통을 달래기에는 정부의 지원책은 여전히 미흡할 수밖에 없습니다.

질병관리본부에 접수된 피해자들이 401명입니다. 지금도 피해자들의 접수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 127명이 사망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가족을 잃은 피해자 가족의 삶이 어떠했을까요? 그 중에는 내 생명과도 같은 소중한 아들, 딸들이 있습니다. 사랑했던 아내가 있습니다. 손주, 손녀도 있고, 아버지도 있습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과 상실의 고통을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요. 내 손으로 사랑하는 내 가족을 죽였다는 비통함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요? 가슴에 묻는다고 묻어질까요? 그들의 죽음과 가족들의 고통을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요? 폐 이식을 하고, 상실된 폐 기능으로 간신히 호흡을 유지해 가며 삶을 버티며 억울한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들의 심정과 그 가족들은 또 어떨까요? 죽음의 문턱에서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섬유화되고 손상된 폐 기능을 갖고 살아가야 할 이들의 고통은 또 무엇일까요? 여전의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은 불안에 떨고 살아야 하는 현실입니다. 언제 어떤 식으로 이 병이 재발할지, 후유증은 또 어떨지 불안하기만 할 뿐입니다.

가족의 죽음과 고통 앞에서 많은 치료비를 써야 했고, 지금도 막다른 골목에서 버티는 이들의 환자 가족들이 있습니다. 억울한 죽음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아직도 막막한 상황에 놓여 있는 피해 가족들이 있습니다. 생계를 제대로 이어갈 수 없고, 직장을 옮기거나 그만 두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남긴 삶의 생채기들과 흔적들은 피해자들과 가족 한 분, 한 분들에게 저마다의 가슴 아픈 사연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 피해자들과 피해 가족들에게 비수를 꼽고, 버젓이 기업활동을 하는 저들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습니까? 국내 최대 로펌을 내세워 정부의 동물실험 결과를 부인하는 저들의 파렴치한 행동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합니까? 2년 동안 아니, 그 이전부터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과 피해가 곳곳에서 의심되고 있었지만, 뒤늦게 원인 규명에 나선 정부의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피해 원인이 밝혀졌음에도 책임 떠넘기기를 하며 수수방관해 온 정부의 태도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합니까?

가습기 살균제는 전대미문의 사건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었던 사건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생활용품점에서 소비자라면 누구나 손쉽게 구입해 사용할 수 있었던 제품이고, 그렇게 사용된 제품입니다. 정부가 허가했고, 또 기업이 생산해 시판한 제품입니다. 그리고 소중한 가족의 건강을 위해 사용한 제품이 살인제품으로 둔갑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은 피해자는 분명한데, 가해자가 없는 ‘미제 사건’입니까? 그럴 수 없습니다.

정부와 기업은 분명하게 책임을 지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해야 합니다. 정부는 책임 규명을 해야 합니다. 정부와 기업은 억울한 피해자들의 죽음과 고통에 대해 철저하게 보상해야 합니다. 다시는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가해기업은 이 땅에서 영업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처벌 받아야 합니다. 피해자들의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구제를 위해 국회의 구제법이 제정돼야 합니다. 정부와 국회는 피해자 입장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합리적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정부는 피해자들을 대신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대신해야 합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피해자들의 겪는 현재의 불안과 미래의 불안에 대해, 그리고 알 수 없는 잠재적 피해자들이 필요하면 언제라도 의료적 지원 등 제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상설적인 지원기관이나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피해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우리사회에서 발생되지 않도록 교훈을 새기고, 그것을 위한 상징물을 조성해야 합니다.

우리 피해자들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그날까지, 피해자를 추모하고, 우리사회가 보다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역사적 교훈을 새기는 날로 기억하고자 매년 831일을 ‘피해자대회의 날’로 삼아 지속적으로 행사를 열어갈 것입니다.

끝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고통을 당하는 와중에도 꿋꿋하게 삶을 이겨내고 계시는 피해자 가족들을 응원합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분투해 온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관련 단체들과 관계자들, 입법과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준 국회의원님들, 정부 안에 선한 의지를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 그리고 이 문제 해결을 염원하고 응원하고 계시는 국민 여러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족들은 이날을 계기로 더욱 문제 해결을 위해 분투해가겠다는 각오와 결의를 다짐하고 밝힙니다.

 

l  정부와 가해기업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하라!

 

l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해 책임을 규명하라!

 

l  국회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법을 제정하고, 정부는 이에 적극 협력하라!

 

l  가습기살균제 피해 재발 대책을 철저하게 마련하라!

 

l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와 지원을 위해 상설기구를 설치하라!

 

2013831

 

전국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가족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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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이 연단에 나와 대회선언문을 발표하는 모습을 스마트폰에 담는 장하나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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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언문을 낭독하는 최윤수씨, 윤수씨는 부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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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잃은 딸의 선언문 낭독, 피해자 대책활동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택시기사 최주완씨가 아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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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생 유찬을 저세상으로 보낸 누나 지윤의 선언문 낭독. 이번 대회를 실무적으로 앞장서 준비한 나민국씨의 첫째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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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호흡기를 착용하는 중증피해산모 신지숙씨가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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